'문재인 대표’? 호락호락하지 않을걸
  • 김현│뉴스1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5.01.28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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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비노’ 진영 안철수·박영선·김한길의 물밑 행보 활발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2·8 전당대회가 후반전으로 돌입한 가운데, 당내 ‘비노(무현)’ 진영 수장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정치 일선 복귀를 선언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가 하면, 지난해 ‘이상돈 영입 파동’을 겪으며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이후 비노 진영으로 분류되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당내 ‘김한길계’ 의원들과 ‘목요모임’을 갖는 등 미묘한 흐름들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비노 진영의 이 같은 움직임이 당장은 ‘친노(무현)계’ 좌장인 문재인 후보가 나선 당 대표 경선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일각에선 ‘당 대표 문재인 시대’를 준비하는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비노 진영 인사는 안철수 전 대표다. 그는 지난 1월12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제부터는 현안에 대해 제대로 의견을 말씀드리겠다”고 밝히는 등 정치 일선 복귀를 선언했다. 13일에는 독자 신당을 추진하던 당시 최측근이었지만 옛 민주당과의 합당에 대한 의견차로 소원해졌던 장하성 고려대 명예교수와 한국 경제 관련 좌담회를 개최하며 관계 회복을 시도했다. 15일에는 지역구인 노원구에서 연탄 배달 봉사를 하며 지역민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했다.

2014년 6월16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가운데)가 입장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박영선 “안철수 앞으로 많이 기대된다”

특히 지난 18일엔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전남·광주에서 잇따라 열린 시·도당 대의원대회를 겸한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호남 당원들을 향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안 전 대표의 전남·광주 합동연설회 참석은 대표 재임 시절 자신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최고위원 후보 지원을 위한 것이었지만, 당 대표 경선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문재인 후보를 겨냥한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문 후보가 당권을 잡는 것을 가정할 때 당내 상황에 대해 계속 침묵을 지속할 경우, 당내 입지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차기 대권 경쟁도 기약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이로 인해 당명 개정을 둘러싸고 문 후보와 신경전을 벌였던 것 등을 감안하면 차기 대권 경쟁 구도가 조기에 구축될 것이라는 시각까지 있다.

이 같은 안철수 전 대표의 활발한 행보는 한 자릿수로 추락했던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월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오랜만에 두 자리 숫자인 12%를 기록하며, 문 후보(15%)와 박원순 서울시장(14%)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안 전 대표와 함께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주승용·김관영·박광온 의원 등 당내 김한길계 의원들을 포함한 10여 명의 의원과 ‘목요모임’을 갖는 등 정기적으로 만나온 것으로 최근 알려지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 모임에선 지난해 박 전 원내대표가 외부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지난 대선 당시 안 전 대표를 도왔던 김호기 연세대 교수, 김민전 경희대 교수 등이 강연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임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1월2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단순히 공부를 위한 모임”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 안팎에선 대표적인 비노계 인사들인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당내 친노를 견제하기 위한 모임일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게 나왔다.

그래서인지 박 전 원내대표는 1월21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도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정치인 중 한 분임은 틀림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도 많은 기대가 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데 대해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이와 관련해 박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전화통화에서 “박 전 원내대표가 어떤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이런저런 움직임을 가져가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 대표 후보가 1월20일 전북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대보다는 전대 이후 대비하는 분위기

김한길 전 대표는 상대적으로 전당대회와 관련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1월1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력한 대선 주자인 문 후보를 겨냥한 ‘당권-대권 분리론’과 관련해 “우리 당 유력 대선 주자였던 한 분에게서 나중에 ‘대선 주자로서 하지 않았어야 할 가장 큰일이 당 대표를 맡은 것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짧지만 굵은 한마디를 던졌다. 김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의도적으로 전대에 관심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는 게 지금 김 전 대표의 입장”이라며 “전대가 어느 정도의 방향성을 갖고 가고 있는 상황이니 전대와 전대 이후를 관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노 진영의 움직임을 보면, 코앞의 전대보다는 전대 이후를 바라보는 경향이 훨씬 더 짙어 보인다. 비노 진영 측 인사들은 당 대표 경선에 대해 대체로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대의원과 권리당원에서 박지원 후보가 크게 이기지 못하는 한 일반당원과 국민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문 후보가 유리한 상황”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비노 진영에 속하는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박 후보가 조금만 더 이미지가 좋았더라면 경선 판도는 달라졌을 것”이라며 “우리를 대표하는 후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경선 판도가 변화될 여지가 크지 않은 지금은 전대 이후 당 혁신을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가에 관심이 더 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비노 진영 내 일련의 흐름에 대해선 “어차피 향후 예상되는 정계 개편은 우리 당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 “그게 시작됐을 경우, 지금의 흐름들이 그렇게 의미 없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 측의 한 인사도 “문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두 달 만에 4월 재·보선이라는 시험대에 서게 되는데, 문 후보가 과연 그 시험을 어떻게 치를지에 따라 향후 당의 상황은 달라지게 될 것”이라며 “만일 우려했던 대로 친노 패권주의적 행태를 또 보이게 된다면 당의 분열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안 전 대표의 움직임에 대해선 “문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가장 타격을 입을 사람이 안 전 대표이기 때문에 계속 묻혀 있다간 향후 반격이 불가능해진다. 그 때문에 지금 워밍업을 하면서 움직이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손학규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친노의 패권주의 논란으로 당이 또 시끄러워질 경우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은 김부겸 전 의원이나 안 전 대표 정도”라면서 “더 나가면 손학규 전 대표가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관심도 다시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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