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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환대출 유감

전성인 |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ㅣ 승인 2015.04.02(Thu) 17: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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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경제 관련 뉴스의 톱은 단연코 안심전환대출이었다.  당초 20조원 규모로 출시된 이 대출 상품은 출시 첫날부터 4조원 넘게 팔려 나가더니 며칠 만에 당초 배정된 20조원이 모두 소진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이 대출의 증액 여부와 조건 등에 관해 조만간 새로운 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안심전환대출 상품이란 현재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일부 채무자들이 건전성 조건을 충족할 경우 2%대의 고정금리 장기 원리금 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시켜주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채무자는 금리 인하와 세금 혜택을 보고, 금융위는 가계부채 구조가 ‘개선’되었다는 수치를 얻을 수 있다. 은행은 대출을 주택금융공사에 넘김으로써 자금난에서 벗어나고, 당장의 금리 손실은 장기적으로 예상되는 금리 인하를 통해 보전할 수 있다.

이 그림만 보면 채무자-감독 당국-은행 등 3자가 모두 웃는 ‘윈윈윈 게임’이다. 경제에 공짜가 없으니 이 잔칫상 밥값은 누가 내는지 확인해보자. 우선 정부는 세제 혜택 증가로 밥값의 일부를 낸다. 즉 모든 국민이 이들 채무자를 보전하는 것이다. 장기 주택 모기지 상품이 어차피 필요했으니 괜찮은 것 아닌가라고 너그럽게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 모기지 상품을 출시해서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정비하려 했다면 조금 더 보편적인 조건으로 설계했어야 마땅하다. 은행에서 대출받고 연체도 없고 DTI(총부채상환비율)도 양호한 채무자에게 국가가 다른 계층보다 우선적으로 혜택을 주는 것이 옳은가.

세제 혜택을 제외할 경우 가장 직접적으로 밥값을 내는 곳은 주택금융공사다. 유동성을 제공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위험도 부담한다. 만일 앞으로 집값이 하락하거나 연체가 발생할 경우 그 위험의 궁극적인 종착지는 아마도 주택금융공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신용불량이라는 낙인을 찍지 않은’ 주택담보대출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이다. 신용대출의 경우 지급정지 사유가 발생하면 신용회복위원회나 개인회생절차를 통해 금리를 낮추고 상환 기간을 연장하고 그 대신 원리금을 일정하게 갚아나가는 채무 재조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갚을 능력도 있고, 담보도 좋은 대출자에게 이런 혜택을 준 것이다. 이것이 공정한가. 이것이 제한된 국가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길인가. 부도 위험이 큰 집단을 그냥 둔 채,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한 집단에 대해 채무 재조정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거시 건전성 차원의 위험을 줄이는 길인가.

   
금융위는 이번 수혜 대상에서 제2금융권 대출을 배제했다. 아마 새로운 대책 발표 시에도 이들 금융권을 이용하는 채무자들에 대한 내용은 별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것은 이들 계층이 이미 충분히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도 아니고, 이들 계층의 대출이 체제적 위험의 측면에서 더 안전하기 때문도 아니다. 혹시 금융위가 안전한 곳에 적당히 정책을 소비하고 가계부채 구조가 ‘개선’됐다고 자랑하기 위함은 아닐까.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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