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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면 ‘셔터’ 내리는 은행 지점 사라진다

인터넷 전문 은행 확산 추세

박동휘│한국경제신문 기자 ㅣ 승인 2015.04.28(Tue) 11: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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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의 이마트 매장. 주부 A씨는 더 이상 결제를 위해 줄을 서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상품 바코드에 대면 미리 개설해놓은 ‘이마트 계좌’에서 돈이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평소 자주 사는 물건 근처에 가면 공짜 쿠폰이 스마트폰 알림창에 뜬다. 이마트는 A씨의 소비 성향을 분석해 특화 대출이나 펀드 상품까지 안내한다.

앞으로 이마트가 인터넷 전문 은행 사업에 진출하는 경우를 상상해본 모습이다. 영국에선 대형 유통사 테스코가 테스코은행을 통해 이 같은 사업을 벌이고 있고, 미국 월마트도 지난해 10월 고뱅크와 제휴해 모바일 계좌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선 아직 이마트은행은 불가능하다. 산업자본이 은행업을 겸업할 수 없다는 ‘은산(銀産) 분리 원칙’ 때문이다. 그러나 은산 분리 원칙을 일부 완화해서라도 인터넷 전문 은행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핀테크 혁명’이 가져올 디지털뱅크 미래

금융위원회는 현 은행법을 일부 개정해 인터넷 전문 은행(해외에선 디지털뱅크라고 부른다)을 도입하기로 하고 6월 말께 정부 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관련 법령 정비를 서두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더는 뒤처질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다.

유럽만 해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회사의 지점이 급감해 자연스럽게 디지털(인터넷+모바일) 유통 채널로 전략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8년 푸르덴셜보험이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청년층을 대상으로 에그뱅크를 만든 이후 영국 6곳을 포함해 프랑스·독일·스페인(각각 2개), 그리고 핀란드·이탈리아·스웨덴·오스트리아·폴란드(각각 1개) 등에서 총 21개의 인터넷 전문 은행이 성업 중이다.

일본에서도 15년 전인 2000년에 재팬넷뱅크가 출범했다. 이후 6개 인터넷 전문 은행의 총 자산은 13조360억 엔(약 118조원, 지난해 12월 말 기준)까지 불어났다. 일본의 인터넷 전문 은행들은 흑자 경영을 이뤄냈다. SBI와 스미토모가 합작해 만든 SBI스미신넷뱅크는 총자산 4조937억 엔(지난해 말)에 자기자본 이익률이 12.8%(2013년 말)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1995년 세계 최초의 인터넷 전문 은행인 시큐리티 퍼스트 네트워크뱅크(SFNB)가 설립됐다. 미국 최대 인터넷 전문 은행인 찰스 슈왑은 극소수의 지점만으로도 메릴린치의 자산을 능가하는 수완을 발휘했고, 앨리뱅크는 인터넷 전문 은행으로 출범해 미국 내 29위(자산 기준)로 성장했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금융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갈수록 ‘금융 국경’이 무너지는 추세라는 점도 경각심을 일깨우는 요인이다. BNP파리바가 2013년 5월 출범시킨 스마트폰 전용 은행인 헬로뱅크는 독일·이탈리아·벨기에·프랑스 등에서 지난해 1분기까지 약 20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미국·일본·유럽의 디지털뱅크 ‘강자’들이 한국 시장에 몰려올 경우의 파괴력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으로 일컬어지는 ‘핀테크 혁명’이 가져올 디지털뱅크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누구든지 모바일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365일 24시간 이동하며 관리할 수 있다’는 게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핵심이다. 오후 4시면 ‘셔터’가 내려가는 은행 지점의 모습은 아마도 구시대적 유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주인공은 역시 ‘모바일’이라는 얘기인데 전문가들은 복잡하기만 한 금융상품들도 애플스토어에서 ‘앱’을 고르듯이 모바일에 설치한 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예컨대 급등하는 전셋값을 못 견뎌 집을 장만하려는 30대 중반의 가장 홍길동씨를 가정해보자. 그의 휴대전화에는 국내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앱’이 설치돼 있다. 앱만 실행하면 한 달에 얼마씩 이자와 원금을 지불해야 하는지까지 자동으로 계산할 수 있다.

홍씨가 활용할 ‘디지털 문명’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간다. 앱을 실행한 다음 결정을 위한 고민을 하던 찰나 흥미로운 일이 발생한다. 대형 시중은행의 고객 담당자인 김철수씨로부터 문자메시지가 도착한다. “내일 오전에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이번 달 말까지 신청서를 작성해 보내주시면 금리를 0.15% 더 깎아드리겠습니다.”

물론 이는 홍씨가 자신의 금융 정보를 은행들이 볼 수 있도록 동의했기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 다양한 핀테크 기술과 결합된 디지털뱅크의 미래는 이처럼 개인에 최적화된 금융 서비스를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다.

미국의 MINT라는 개인용 자산관리 서비스는 핀테크를 이용한 개인용 자산관리 서비스의 진화를 잘 보여준다. 여러 금융사에 산재해 있는 모든 정보를 민트라는 플랫폼에서 하나로 통합해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자신만의 자산 운용 목표를 설정할 수도 있고, 예산에 맞지 않은 지출이 발생하면 경고 알람이 울리기도 한다.

결제 방식도 혁신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 공간이나 이마트 같은 유통업체에서 소비자들은 모바일 기기 하나만 있으면 자유롭게 결제가 가능할 수도 있게 된다. 미국에서는 수표를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도 법적으로 수표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기존 은행이 애플·구글과 경쟁할 수도

이 같은 변화는 기존 금융회사들로선 기회이자 엄청난 도전이다. 경쟁의 축이 바뀌기 때문이다. 과거엔 동종 업계 내 경쟁만 신경 쓰면 됐지만 이젠 애플·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글로벌 ICT(정보통신) 기업들과 맞서 싸워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혁신’을 무기로 한 인터넷 전문 은행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2009년 인터넷 은행으로 출범한 독일 피도르은행은 페이스북의 ‘좋아요’ 클릭 수에 따라 금리를 결정하는 등 파격적인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핀테크 컨설팅업체 핑거의 이정훈 전략본부 상무는 “글로벌 금융 혁신의 공통점은 은행 외부에서 개혁이 시작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금융산업의 활력을 위해선 산업자본 등 신규 진입자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은산 분리 원칙에 막혀 있다. 금융위는 인터넷 전문 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 이상 보유하고,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금융위 관계자는 “통신·유통 등 빅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이 진출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대부분 상호출자 제한 집단에 속해 있다는 것이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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