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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하게 봤다 큰코다친 오바마

돈 쏟아부으며 공습했는데도 IS 세력 오히려 확대

김원식│뉴욕 통신원 ㅣ 승인 2015.05.26(Tue) 18: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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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폭풍이 우리의 능력을 모두 상쇄해버렸다.” 5월17일 이슬람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서부 안바르 주의 수도로 불리는 라마디 지역을 장악한 직후 전직 미국 국방부 관료가 뱉어낸 한숨이다. 무슨 말일까. 지상군은 투입하지 않았지만, 미군의 엄청난 공습으로 차츰 전세를 잃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던 IS가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와 불과 110㎞ 떨어진 전략적 요충지를 수중에 넣었다는 것은 워싱턴 입장에서는 실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한마디로 IS의 모래 폭풍 이용 전술에 미군이 당하고 만 것이다.

IS는 모래 폭풍 발생과 동시에 라마디 진격 작전을 개시했고, 모래바람에 의해 미군 전투기는 제대로 지원 공습을 할 수 없었다. 일부 폭격기는 이를 피해 다행히 공습 상공에까지 진입했지만, 이미 IS의 공습이 시작돼 이라크 정부군과 지상전을 벌이고 있는 과정이라 피아가 구분이 안 돼 제대로 된 공습이 불가능했다. 이 사이 IS는 차량용 폭격 장치 등을 이용해 철두철미하게 지상전을 전개했고, 이라크 정부군은 도망가기에 바빴다. 과거 부시 정권 시절 이라크 전쟁의 군사 작전명을 ‘사막의 폭풍’이라고 명명했을 정도로 미군은 모래 폭풍의 위력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 IS의 라마디 장악 전투에서 미군은 폭격기를 비롯한 모든 전투 자산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해야 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의 전략적 요충지 라마디를 점령하는 등 갈수록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 AP 연합
지상군 파병 반대해온 오바마 입장 난처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이 과연 IS를 정말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5월19일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IS의 돈줄로 여겨지는 원유 시설들을 공습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IS의 재정은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2014년 IS의 주 수입원은 장악한 지역에서 거두는 세금과 착취로 6000억원, 이라크 기존 은행 장악으로 5000억원, 인질 몸값 등으로 200억원의 수입을 올렸으며, 원유에서는 1000억원의 수입만 올렸다. 따라서 기존 원유 시설을 일부 폭격한다고 해서 IS의 수입원이 타격을 받을 만큼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IS의 노련함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IS가 벌어들이는 수입원으로 투자하는 것은 오직 인력뿐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장악한 지역이 언제 다시 미군의 폭격으로 무너질지 몰라 도로·건물 등 사회기반시설에는 전혀 투자하지 않고 오직 용병이나 IS 전사의 확충에만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점령 지역에서 획득한 미제나 러시아제 무기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 따로 무기 등을 구매할 자금도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이라크 정부군과 미군은 곧 라마디를 다시 탈환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지만, 이는 미군의 엄청난 공습 지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인구 밀집 지역의 민간인 피해가 따를 수 있어, 미국은 이래저래 악역을 감수해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지고 있다. 한마디로 IS는 쉽게 지역을 장악하지만, 이라크 정부군과 미군이 IS가 장악한 지역을 다시 탈환하려면 많은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그 사이 IS는 오히려 이라크와 시리아를 넘어 아프가니스탄으로 그 세력을 확대하는 양상이다.

지상군 파병은 절대 없다고 선언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6월부터 일반 전투병이 아닌 현지 이라크군 군사 교육 등을 담당하는 특수 보안요원을 중심으로 규모를 대폭 늘려왔다. 이 과정에서 이라크와 시리아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하며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미국 국방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6월부터 올 3월26일까지 투입한 IS 격퇴 작전비용에만 약 19억6000만 달러(약 2조1300억원)가 들어갔다. 하루 평균 IS 퇴치 작전에 850만 달러가 소요되는 꼴이니 현재는 25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비용으로 최근 이라크의 라마디에만 30여 차례 이상의 폭격을 가하고 시리아의 IS 거점 지역에도 매일 10여 차례 이상의 폭격을 하고 있지만, IS가 격퇴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돈은 돈대로 쏟아부으면서 이렇다 할 결과물도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IS가 라마디마저 탈환하자 지상군 파병을 거부해온 오바마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궁색해지고 있다.

   
이라크 안바르 주 라마디에 몰아닥친 모래 폭풍으로 시야가 흐려진 가운데 이라크 보안군이 5월14일(현지 시각) IS의 공격에 대비해 방어 태세를 취하고 있다. ⓒ AP 연합
정파 및 부족 간 갈등 확대 양상

반대로 지상군 투입을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는 미국 공화당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장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라마디 함락은 정말로 심각한 문제”라며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을 지상에 보내야 한다”고 지상군 파병을 강력히 주장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이 수니파 무장세력인 IS에 맞서기 위해 이슬람 시아파 민병대 세력을 이용하면서 자칫 부족과 정파 간의 충돌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오바마 행정부는 IS 격퇴 전략에서 과거 부시 행정부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명분으로 지상군 파병 절대 불가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IS는 격퇴되기는커녕 갈수록 세력을 확대하는 양상이라서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더구나 현실적으로 미군 자신들 손에는 피를 묻히지 않겠다는 전략이지만, 이는 결국 현지 주민이나 정파 및 부족 간의 갈등과 전투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피아 식별이 어려운 상황에서 펼쳐지는 공습이 지상군 전투보다 월등히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하게 하고 있다는 점도 오바마를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요인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보아왔듯이 지상군을 투입하면 현지를 장악하는 것은 손쉬운 문제이나, 결국 미군이 철수하고 나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뼈저린 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상군 파병 없이는 IS 격퇴라는 목적 달성이 현실적으로 요원한 상태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오바마는 오늘도 중동 사태로 인해 잠 못 이루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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