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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불통 외골수인가, 집념의 승부사인가

김성근 감독 리더십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김경윤│스포츠서울 기자 ㅣ 승인 2015.05.26(Tue) 19: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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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 작은 몸짓 하나도 모두 기록화·기사화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남자, 한화 김성근 감독(73) 이야기다. 김성근 감독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은 뜨겁다 못해 폭발적이다. 한화의 경기는 연일 매진되고 있고 한화 경기 중계방송은 케이블 시청률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프로야구가 열리는 저녁 시간대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는 김성근 감독과 한화 선수들의 이름으로 넘쳐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마치 아이돌 가수를 보는 느낌이다. 대중은 왜 김성근 감독에게 열광하고 있을까.

승리를 향한 집념에 팬들 열광

야구팬들은 김성근 감독의 ‘승리를 향한 집념’에 열광한다. 김 감독은 승리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발견하면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144경기를 치르는 대장정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매 경기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5월17일 넥센과의 대전 경기에선 3-6으로 뒤진 7회에 필승 계투조 박정진을 투입했고 5-6으로 뒤진 9회엔 마무리투수 권혁까지 총출동시켰다. 결국 한화는 9회말 김경언의 동점 솔로 홈런과 연장 10회 끝내기 밀어내기로 경기를 뒤집었다. 비단 17일 경기뿐만이 아니다. 한화는 3월28일 개막전 이후 매 경기마다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화 선수들이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몸을 내던지는 이유는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한화 선수단 내부엔 김성근 감독과 함께 똘똘 뭉친다면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존재한다. 스카이스포츠 이효봉 해설위원은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의 의식 변화에 상당한 공을 기울였다. 그 결과 모든 선수에게서 승리에 대한 열망이 매우 커졌다. 김 감독과 선수단 사이에 신뢰가 쌓였기에 이러한 팀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신뢰를 받기까지는 복잡한 과정이 있었다. 김 감독은 자신의 승리 철학과 과정에 대해 엇나가는 태도를 갖고 있는 이들을 철저하게 도려냈다.

김 감독은 타협하지 않고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철학과 맞지 않는 이들은 무섭게 잘라낸다. 그 대상이 수억 원을 받는 스타플레이어일지라도, 고위 프런트 인사일지라도 예외는 없다. 나쁘게 말하면 고집이 센 외골수고, 좋게 말하면 자기 철학이 뚜렷한 리더다. 김성근 감독은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한 올 시즌에만 수많은 사람과 작별했다. 지난겨울 정민철·장종훈·송진우·강석천 등 레전드 코치들과 헤어졌다. 정규 시즌에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했던 외국인 선수 나이저 모건을 퇴출시켰고 강도 높은 훈련을 따라오지 못했던 유창식·김광수·황재규를 트레이드와 임의탈퇴 등의 방법으로 내보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화 구단은 올 시즌에만 사장 교체 두 번, 단장 교체 한 번 등 총 세 차례나 고위 프런트를 바꿨다. 인사 조치엔 김성근 감독의 의중이 관여됐을 가능성이 크다. 출혈도 컸다. 한화 구단은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수십억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썼다.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 스프링캠프를 조직했고, FA(자유계약) 선수를 3명이나 영입했다. 고연봉의 일본인 코치와 계약을 맺었으며 총 연봉 70만 달러를 포기하면서 모건을 퇴출시켰다. 그동안 김성근 감독을 품었던 여러 구단들은 이러한 유·무형적 비용 때문에 김 감독과 사이가 멀어졌다. 김 감독에 대한 야구인들의 호불호가 극명한 이유다.

‘쪽발이’ 비난까지 받았던 김성근 

야구 원로들은 김성근 감독의 철학이 명확해진 데는 그의 성장 배경이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 감독은 1942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났다. 가쓰라 고교 재학 중이던 1959년 재일동포 학생 모국 방문 경기를 통해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선수 김성근의 국내 정착은 그리 순조롭지 않았다. 재일교포 출신 김영덕 전 빙그레 감독은 “일본 출신 야구인들은 참 많은 수모와 아픔을 겪었다. 김성근 감독은 한국 정착 당시 한국말을 제대로 못해 ‘쪽발이’라는 놀림을 받았다. 자신의 편이 없었고, 늘 외톨이였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이 김성근 감독의 의지를 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롯데 초대 감독이었던 박영길 감독은 “배타적인 한국 야구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독한 마음이 필요했을 것이다. 현재 무서울 정도로 자신의 철학을 고수하는 김성근 감독의 가치관은 이때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의 철학은 수십 년간 유지되면서 단단하게 굳어졌다. 그는 프런트·선수·언론과의 대립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자신의 목표·방향성과 맞지 않는 이는 그 누구라도 단칼에 잘라냈다. 학연·지연·혈연 등 연줄로 만들어진 관계망을 갖고 있다면, 결단의 순간에 망설일 수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올 시즌에도 그는 냉철한 결단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 감독은 한화 감독 부임 이전, 수많은 강연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자신의 철학을 설파했다. 지난해 청와대에서 ‘어떤 지도자가 조직을 강하게 하는가’라는 주제로 진행한 특별강연이 대표적이다. 당시 그는 “지금 사회에서는 비정함이 부족하다. 비정함 자체는 애정에서 나오는 감정이다. 더럽든 재미없든 다른 사람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조직이 이겨야 한다. 선수의 자존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직의 승리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의 리더십론을 두고 많은 분야의 관계자는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청와대 강연에 참석했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야신 김성근 감독의 말씀대로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진보 인사들은 ‘목적이 우선시되는 야구에서의 리더십을 정치와 사회에서 곧이곧대로 본받아서는 안 된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김 감독의 리더십을 일반 사회가 그대로 차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승패 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사회에서 목표 지상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과정의 상처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감독의 철학은 환경과 상황에 따라 세밀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감독의 열정과 목표의식, 집념 등 순수한 가치는 우리 사회가 충분히 본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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