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집값]③ 인구 절벽 탓에 주택 시장 붕괴할 수 있다
  • 노경은 기자 (rke@sisabiz.com)
  • 승인 2015.07.1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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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시장 황금계층의 쇠퇴...수요 고려해 공급 물량 조절해야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 아파트 단지

경제학자 해리 덴트는 저서 '인구 절벽'에서 소비 지출이 가장 많은 45~49세 연령대 인구가 줄어들 경우 경제성장이 서서히 둔화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소비가 급감하는 현상을 인구 절벽이라고 정의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의 조사 결과(2013년)에 따르면 첫 집을 마련하는 가구주의 나이는 41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나이 대 인구가 많으면 수요가 늘어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하고 그렇지 않으면 침체기를 겪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국도 머지않아 인구절벽을 겪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잃을 것으로 전망한다. 해리 덴트는 한국이 2018년부터 인구절벽 문제를 맞닥들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통계청 전망도 비슷하다. 통계청 역시  45~49세 인구가 2018년 436만 2000명으로 정점을 찍고 이듬해부터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 베이버부머는 집 팔고 젊은 세대는 살 생각 없어

부동산 시장의 부흥기를 이끈 베이비 부머 세대 일부는 은퇴를 앞두고 부동산을 처분하고 있다. 은퇴 후 지출을 충당할 재원이 충분치 않아서다. 반면 집을 사려는 젊은 세대는 점점 줄고 있다. 게다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집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2030 건설시장 미래전망 보고서'에서 "현재 신규 주택수요는 연간 약 40만 호이지만 2030년까지 연 평균 7000~8000호 씩 꾸준히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당분간 준공 30년이 지난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급증하지만 신규 주택수요를 감안하면 사업성이 있는 곳은 드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소득 수준 뿐만 아니라 인구 연령층도 주택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며 "주택 구입 능력이 높은 45~49살 연령대의 가파른 감소 속도가 주택시장에 충격을 몰고 올 수 있다"고 밝혔다.

 

◇ 전문가들 "현재 주택공급 과다...일본 전철 밟지 않으려면 물량 조절해야"

앞서 일본은 공급량 조정 실패로 부동산 붕괴를 겪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은 버블 붕괴로 경기가 후퇴한 1990년 후반 착공 건수가 144만 가구로, 버블 붕괴 전 호황기였던 1990년대 초반 착공한 136만 건보다 많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국내 주택 공급 물량이 늘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KDI 거시경제연구부는 부동산시장 동향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아파트 분양예정 물량은 장기 평균 대비 123% 증가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114 관계자 역시 "상반기 아파트 분양 물량은 총 17만 6689건인데 이는 분양 계획을 조사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최대치"라고 밝혔다.

공급 과잉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간 적정 주택 공급량은 33만 가구이지만, 업계가 추산한 올해 분양 물량은 45만 5700여 가구로 이미 적정치에서 38%를 초과한다. 즉, 올해 분양 신청을 받은 물량이 입주하는 시기인 약 2~3년 뒤에는 이미 적정 주택 공급량을 넘어서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일본과 같은 주택시장 붕괴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수요에 맞게 물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을 쏟아내면서 건설사들이 그간 쌓아둔 택지의 미착공 물량를 분양물량으로 내놓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집값 상승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내년 하반기부터는 집값 정체와 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올해의 분양물량이 입주하는 2018년 경에는 과다공급으로 집값 하락 및 인구절벽으로 인한 지각변동이 우려된다. 지금은 공급물량 조정에 힘써야 할 때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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