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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과의 대화] J 교수 엽기 행각, 그는 미치광이가 아니다

‘권력을 가진 범죄자’ 화이트칼라 소시오패스의 양면성

배상훈│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프로파일러) ㅣ . | 승인 2015.08.05(Wed) 17:49:30 | 9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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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주류 범죄학, 특히 미국의 실증주의 범죄학이 의도적으로 회피해온 영역이 ‘권력을 가진 범죄자’였다. 범죄의 주체를 개인에 한정하는 이상, 권력을 가진 주체의 불법적인 행위는 그 자체로 범죄학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으로 치부해 넘겨버리는 인상이 강했다. 따라서 실증주의 범죄학의 주된 대상은 ‘순수한’ 어떤 개인의 법적 일탈이었고, 결국 권력에서 배제된 중산층이나 빈민층 범죄에 국한됐다. 그래서 미국의 범죄학을 두고 지극히 계층·계급 편향적인 학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제3자 조종해 ‘공범’으로 끌어들여

ⓒ 일러스트 오상민

이러한 한계에도 미국의 범죄학이 현실 적합성을 인정받는 이유는, 시민사회에서의 적지 않은 영역에서 특정 개인의 권력이 다른 특정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작용되는 것을 일정 부분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불안하고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일정 정도 민주주의가 정착된 사회이고, 더 많이 불안하고 불안정하지만 일정 정도 정의 실현의 기제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 사회의 경우 오랜 식민지 수난과 군사정권의 독재를 거치면서 많은 대중이 현실 속에서 ‘권력을 가진 범죄자’를 목도했다. 그리고 스스로는 그들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신의 무기력함을 돌아보곤 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는 정의가 없는 사회에서 살아왔는지 모른다. 지금은 다를까. 동일한 범죄에 대해서도 부와 사회적 지위에 따라 기소와 유죄 판결 비율이 현격히 차이가 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권력을 가진 범죄자’가 어떤 처벌을 받는지는 그 사회의 민주주의와 정의 실현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범죄자들은 거의 대부분 교묘하게 숨어 있어 제대로 된 법의 심판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 반면 ‘권력을 가진 범죄자’가 대중에 노출돼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번에 다루려고 하는 ‘화이트칼라 소시오패스’ 범죄 영역에서다.  

최근 수도권의 K 대학에서 교수를 꿈꾸던 20대 제자를 수년간 폭행하고 인분을 먹이는 등 학대를 한 이른바 ‘인분 교수’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 J 교수는 집단 흉기 등 상해, 집단 공갈, 사기,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J 교수의 지시를 받아 폭행에 가담한 다른 제자 3명도 함께 구속 또는 불구속 입건됐다. J 교수는 디자인 관련 분야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실력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정부 관련 사업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증언이고 보면 이런 권력자의 충격적인 범죄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가해자 J 교수를 화이트칼라 소시오패스로 분류한다면 그의 행동에 대한 이유가 설명된다.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조금의 죄의식도 가지지 않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의미한다. 사이코패스가 도덕이나 죄의식 그 자체를 인지하지 못해 자신에 대해서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데 반해, 소시오패스는 도덕이나 죄의식 그 자체의 의미도 알고 자신은 이를 느끼지만 타인에게서는 그러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다. 따라서 전자인 사이코패스의 경우 선천적이거나 유전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후자인 소시오패스는 선천·유전적인 이유와 함께 후천적이거나 사회문화적인 이유가 공존할 수 있다.  

화이트칼라 소시오패스는 감정 면에서 철저하게 양면성을 가진다. 자신과 관련된 어떤 존재에 대해서는 매우 인간적인 척하지만 그 외의 영역, 즉 자신이 ‘바깥’으로 규정한 영역의 어떤 존재에 대해서는 지극히 냉담하고 비인간적이다.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잘 속이고 잘 이용한다. 자기애 성향이 강하고 목적 지향적이며, 특히 권력 지향적이다. 치밀하며 계획성이 강하다. 자신보다 권력이 많은 존재에게는 비굴하게 행동하지만 자신보다 약하고 하찮게 여기는 타인은 무자비하게 착취해 특정한 목적을 이루는 데 이용한다. 보편적인 인간사회의 도덕이나 윤리를 어기는 것에 큰 죄의식이 없고 더 나아가 법적인 일탈, 즉 범죄에 대해서도 도구적으로 행동한다. 따라서 타인을 범죄적으로 조종하는 데 능숙하다. 외부로는 매우 도덕적이고 온화하고 준법정신이 강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며 실제 그렇게 행동하는 척하지만 본심은 그게 아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두 사람을 조종해 거의 2년이 넘도록 야구방망이 등으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폭행하게 했다. 또 피해자의 손과 발을 결박해 손걸레로 재갈을 물리고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워 그 안에 호신용 스프레이를 분사하는 방법으로 40여 회에 걸쳐 고문을 하게 했다고 한다. 여기에다 ‘인분을 먹고 다시 태어나라’며 페트병에 자신들의 오줌과 인분을 받아 총 16회에 걸쳐 마시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핏 보면 “미친 놈 아니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타인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는, 스스로 우월해져 보이려는 소시오패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또 제3자에게 이를 지켜보게 하고 더 나아가 공범으로 참여하게 만들어 권위를 나눠준다. 이들은 스스로는 우월한 것이 없어서 타인을 비참하게 짓밟고 빼앗아 자신의 권위를 높이려는 방법을 선택한다.

특히 J 교수에게 조종을 당해 가혹 행위 등에 가담한 가해자 중 한 명은 피해자의 오랜 친구였다. 폭행이 지속되자 그는 J 교수의 지시 없이도 피해자를 괴롭혔다고 한다. 보통 조종을 당하는 사람들이 수동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심리적 조종의 기술 중 고급 기술이 피조종자 스스로 자신이 통제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가혹 행위를 하면서 단지 이득을 나눠주는 방법만이 아니라 ‘내가 하지 않으면 J 교수가 더 심하게 폭행할 것이니까 차라리 친구인 내가 하는 게 낫다’는 식의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이 바뀌면 조종자인 J 교수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가혹 행위를 하게 된다. 이런 기제는 또 다른 공범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폭력은 한 번 시작하는 게 어렵지 진행될수록 감각의 역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즉 가해자들의 폭언·폭행·고문 등 엽기 행각은 갈수록 진화한다. 피해자가 무력해지면 다른 방법으로 전환한다. 그래서 인분을 먹이고 폭행하는 장면을 인터넷TV로 생중계까지 하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중독된 폭력의 공명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이나 도박에 중독된 것처럼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 지역 TV에서 보도한 ‘인분 교수’ 피해자 모습. ⓒ 경기일보-경기TV 화면캡처

피해자, 두려움에 스스로 ‘감금’

피해자의 행동에도 폭력의 성격이 드러난다. 폭력에 대한 두려움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무력하게 만든다. J 교수는 의도했을 것이다. 물리적으로 무너뜨리는 것과 아울러 심리적으로도 무너뜨리려고 했을 것이다. 자존감을 깔아뭉개고 금전적으로 무력하게 만들어 결국에는 두려움에 스스로 감금 상태에 이르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피해자가 도움 요청도, 신고도, 탈출도 하지 못한 것이다. 교활한 J 교수는 피해자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을 ‘인질’로 삼아 협박했다고 하니 더욱 무력감을 느꼈을 것이다. 제3자의 도움을 받아 빠져나오지 못했다면 더 큰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이 언론에 크게 알려지고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이 일어나자 가해자들, 특히 J 교수는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진술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 화이트칼라 소시오패스에게는 도덕적·윤리적 죄의식이 없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반성이라는 것은 ‘이렇게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한 반성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걸리지 않게끔 더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르지 못한 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의 의미다.

미국도 그렇고 서구 여러 나라에도 이러한 화이트칼라 소시오패스는 다수 존재한다. 약자를 가혹하게 착취해 권력을 축적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이 투영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폐해까지 거론하는 것은 자칫 본질을 흐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경직된 사회, 닫힌 사회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지위나 자원, 권력을 획득하기 어렵게 되면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그 비정상적인 방법에 능숙한 존재가 바로 소시오패스들이다. 그들이 권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이용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게 방조하는 사회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J 교수는 부당하게 학생을 착취해 그로부터 얻은 결과물을 기반으로 더 높은 지위와 권력을 얻게 되고, 다시 그 지위와 권력을 기반으로 다른 이들을 착취하고 있었다. 주변의 누구도 그의 이 같은 행태를 고발하지 않았고 오히려 동조해 공범이 됐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지금도 J 교수와 같은 존재, 즉 ‘권력을 가진 범죄자’가 우리 사회에 넘쳐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교수와 같이 특정 영역에서 거의 신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지는 경우 이런 화이트칼라 소시오패스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폐쇄적인 영역에 특히 이런 존재들이 암약하고 있고, 그들은 그 영역에서의 권력을 기반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존재로 비친다.    

한국 사회가 ‘권력을 가진 범죄자’ 화이트칼라 소시오패스가 활개 치기에 적합한 환경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러한 화이트칼라 소시오패스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불행히도 전문가가 아니면 확신을 갖고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몇 가지 외형적 특징을 잘 살펴보고 생각하면 모순적인 측면이 드러난다. 평소에 사람 좋기로 소문났는데, 정작 자기 가족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매우 예의 바르며 아랫사람을 잘 챙겨주지만 별것 아닌 사소한 문제에 순간 폭발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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