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vs 오라클, 3라운드 승자는?
  • 엄민우 기자 (mw@sisabiz.com)
  • 승인 2015.10.14 18:21
  • 호수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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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워팔기’ 혐의 제재 여부 곧 결정...업계에선 누가 이길지 촉각
공정거래위가 오라클에 대한 제재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조만간 글로벌 IT기업 오라클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오라클은 공정위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 로펌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오라클에 적용한 불공정 혐의는 ‘끼워팔기’다.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기업용 정보관리 소프트웨어로 컴퓨터 내 정보를 저장하고 검색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을 공급하는 회사다. 일정 규모 이상 회사는 이 시스템을 필수적으로 사용하는데 오라클은 국내 DBMS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오라클이 고객사에 DBMS를 팔면서 동시에 유지보수 계약을 맺으며 다음 버전 제품구매를 유도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누려왔다고 보고 있다.

관련 건을 조사한 공정위 관계자는 “오라클이 판매하는 유지보수 상품 안에 차기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권한이 함께 끼워져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논란이 나온 데는 한국 특유의 문화적 배경도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외국에선 시스템을 팔 때 유지·보수 상품 역시 같이 판매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나 한국에선 보수 등 서비스는 ‘덤’으로 생각하는 문화적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라클 DBMS의 시장지배자  지위 유지에 대해 제재가 내려진다면 한국이 세계 최초가 된다.

국내 데이터베이스 사업자들과 외국 업체들의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표정은 다르다. 그동안 오라클의 시장 지배자 위치를 비판하며 DB 국산화를 주장하던 국내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반면 한국HP, IBM 등 외국 기업들은 그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HP 등 외국 IT기업들은 2012년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등과 관련해 공정위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오라클에 대해 제재 조치가 내려질 경우 자신들에게까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가 오라클만을 향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업계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과거에도 오라클에 대해 몇 차례 칼을 빼든 적이 있다. 공정위는 1999년 오라클이 DBMS를 판매하며 부당 고객 유인행위를 했다며 과징금을 매겼고 대법원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결국 공정위가 승리했다.

2차전은 오라클이 승리했다. 2005년 5월 티맥스 소프트는 오라클이 데이터베이스와 웹 애플리케이션 서버(WAS)를 함께 구매하는 고객에 단독 구매 시보다 가격을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하고 있다고 공정위에 제소했다. 그러나 결국 무혐의 처리됐다.

이번에도 역시 과징금 규모가 600억 원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면서 오라클 측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과징금 액수도 중요하지만 제재 조치를 받을 경우 본사 측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향후 DBMS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DBMS 시장 규모는 5680억 원 가량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21일 한 차례 회의로 제재 여부가 결정이 날 수도 있지만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 몇 차례 더 심의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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