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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원, 결국 허공에 날릴 판

늪이 된 광물공사의 멕시코 볼레오 동광산, 계속 추진 때는 빚만 늘어나

박혁진 기자 ㅣ phj@sisapress.com | 승인 2015.11.10(Tue) 15:51:39 | 13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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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볼레오 광산에 지은 플랜트 시설. 인근 광산에서 채광한 구리로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 시사저널 박혁진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의 멕시코 볼레오 동(銅)광산이 최근 정상적 생산이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져 다시 한 번 논란이 예상된다. 부도위기에 몰린 외국 회사가 가지고 있는 광산을 광물공사가 1조원이 넘는 돈을 주고 인수해 배임 의혹으로까지 확산됐던 문제의 광산이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주도했던 고정식 전 광물공사 사장은 배임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정상적인 생산이 시작되면 논란은 수그러들 것”이라고 해명해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현장 상황은 오히려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전 사장은 전임 사장이 추진했던 사업 중 상당수를 접은 채, 3년에 걸친 임기의 상당 부분을 이 사업에 집중했다. 그는 평소에도 이 사업이 자신의 퇴임 후 빛을 볼 것처럼 말해왔지만, 정작 지난 6월 사장을 그만둔 이후 사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며, 뒤처리는 광물공사 직원들이 감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와 공기업 안팎에서는, 정작 사업을 주도한 전직 사장과 사업을 승인한 정부 부처는 책임을 지지 않고, 국민과 공기업 직원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광물공사 부채비율, 2년 후 600% 상승할 것

광물공사 직원들 및 현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재 볼레오 동광산은 총체적 어려움에 빠져 있다. 광물공사 측은 원래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2015년 4분기면 채광과 플랜트 가동이 본궤도에 올라 정상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최근 제품 생산 시기를 2016년 하반기로 늦췄다는 것이 광물공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광산에 묻혀 있는 구리의 양이 기대 이하이고 채광량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그나마 있는 것도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채광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올해 초 이곳 광산을 방문했을 당시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비교적 채광이 수월한 광산에서 캐낸 구리를 쌓아놓은 곳이 있었다. 이때 저장해놓은 구리로 일부 완제품을 만들어왔지만, 재고마저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리 가격마저 정상 가격을 회복하지 못한 채 밑바닥을 치고 있다. 이 사업에 들어갈 때만 해도 국제 시장의 구리 가격은 톤당 1만4000달러를 오갔으나, 현재 가격은 톤당 5000달러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정상적 생산이 이뤄진다 해도 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제품 판매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구리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서는 2000명에 가까운 현지 인력을 운용할 수 있는 추가적 비용이 3000억 가까이 필요한데, 현재 자본잠식 상태인 광물공사가 이를 감당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현재 광물공사의 부채비율은 250%인데 2년 후에는 600%가 넘게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아주 빠른 시일 내에 채광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구리 가격이 2.5배 이상 상승해야만 그나마 손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내부에서는 차라리 사업을 빨리 접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데, 그럴 경우 1조원을 허공으로 날려보냈다는 비판이 나올 것은 불 보듯 빤하다. 외국 금융기관에서 차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몇 개월째 사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책임지고 차입을 추진할 인물도 마땅치 않다. 자본잠식 상태인 공사가 돈을 차입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증을 서야하는데, 정부는 광물공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볼레오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사업은 원래 2002년 캐나다의 바하마이닝사(社)가 주도하던 사업에 광물공사가 일부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바하마이닝사는 2002년 멕시코 정부로부터 광업권을 인수했다. 2008년에는 광물공사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프로젝트의 지분 투자자로 참여했다. 한국 컨소시엄은 볼레오 프로젝트를 위해 설립된 일종의 특수법인인 ‘MMB(Mineray Metalurgicadel Boleo)’의 지분 30%를 인수했다. 광물공사가 10%로 가장 많은 지분을 사들였고, LS니꼬(8%), 현대하이스코(5%), SK네트웍스(5%), 일진(2%) 등이 나머지 지분을 나눠 가졌다. 하지만 2012년 바하마이닝사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이자 한국 컨소시엄의 계획도 꼬이기 시작했다. 대주주가 부도를 내면 투자했던 돈을 모두 날리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광물공사 주도로 2012년 10월 바하마이닝사가 가지고 있던 지분 70% 중 약 85%(전체 지분의 60%)를 인수해 사업을 정상화했다. 현재는 광물공사가 MMB 지분 중 74%를 가진 대주주이며, 나머지 한국 컨소시엄이 16%, 그리고 바하마이닝사가 10%를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들어간 돈이 총 1조원에 달했다.

광물공사의 지분 인수로 인해 이 사업은 ‘무리한 자원외교의 전형’으로 뭇매를 맞았다. 생산 여부도 불투명하고, 건설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광물공사가 천문학적 돈을 낭비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였다. 국정감사에서도 이 사업은 단골로 도마에 올랐다. 광물공사 안팎에서는 고 전 사장이 산업부 재직 시절 에너지자원실장을 지내긴 했지만, 광물자원 분야에는 경험이 일천하다는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산업부가 이를 관리·감독해야 했지만, 고 전 사장이 산업부 재직 시절부터 쌓아올린 탄탄한 인맥을 바탕으로 산업부의 암묵적 승인을 얻어냈다는 것이 광물공사 내부의 정설이다.

“무리하게 밀어붙인 고 전 사장과 산업부 책임”

현재 산업부에서는 광물공사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등 남아 있는 임직원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는 상황이다. 광물공사 내부에서는 현재 25~30% 정도의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게다가 후임 사장으로 알려진,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위스콘신 대학 동문인 김영민 전 특허청장도 광물자원에 대해서는 그다지 밝지 않아 직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광물공사의 한 관계자는 “고 전 사장 시절 사업을 승인하고 밀어줬던 것도 산업부인데, 사업에 문제가 생기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광물공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얘기하고 있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일부 고위층의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인해 혈세가 낭비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책임을 고스란히 남아 있는 사람이 지고 있는 것이 공기업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지난 몇 년간 전사적으로 이 사업에 매달려 일해왔고, 멕시코에서도 한참 외진 곳에 가서 땡볕 아래서 근무하는 파견 직원도 적지 않은데 그들에게 무슨 책임이 있느냐”며 “직원들의 사기(저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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