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다시 공천 룰이다”
  • 김현│뉴스1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5.11.11 15:24
  • 호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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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끝낸 새누리당, 공천 룰 전쟁 재점화

 

정부가 11월3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발표하면서 정치권을 휩쓸었던 국정화 논란이 한풀 꺾임에 따라 그간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던 새누리당의 ‘공천 룰’ 문제가 서서히 재부상하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의 공천 룰 논의는 지난 추석 연휴 기간 김무성 대표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후 멈춰 있는 상태다. 당시 특별기구 구성과 관련해 위원장 인선 문제로 김 대표 측과 친박(친박근혜) 측이 충돌했다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정국을 뒤덮으면서 논의 테이블에서 밀려났다. 그러나 국면 전환에 따라 재부상하고 있는 공천 룰 문제는 김 대표 측과 친박계 간에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만큼 앞으로 이를 둘러싸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천제도’와 관련해 10월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판한 서청원 최고위원(오른쪽). ⓒ 시사저널 이종현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한 고비를 넘으면서 친박계에선 ‘공천 룰 논의’에 불을 댕기고 있는 분위기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인제 최고위원은 11월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속한 선거구 획정을 촉구하면서 “내년 4월13일 총선은 불변으로, 각 당은 내년 2월까진 공천을 마무리해야 한다. 공천을 하기 위해선 경선을 해야 하는데, 적어도 두 달 이상의 레이스 기간이 필요하다”며 “지금 11월인데, 언제 선거구 획정을 해서 언제 법을 통과시키고, 언제 공천 신청을 받으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우리 당이나 야당도 국정화 정쟁 파동 때문에 이 문제가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는데, 지금 이미 많이 늦었다. 빨리 우리 당이 리더십을 발휘해 야당과 함께 선거구획정위의 독자성을 강화해주면서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이 선거구 획정 문제를 앞세우긴 했지만, 그 발언 속엔 서둘러 공천 룰 논의에 돌입해야 한다는 의미도 함축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최고위원 측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명확하게 얘기하지 않았지만, 공천 룰에 대해 언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친박계와 가까운 김태호 최고위원은 같은 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공천 룰과 관련해서 로드맵을 만들어가야 하는 게 아니냐”고 언급했고, 이에 참석자 대다수가 공감했다고 한다.

친박계-김 대표 측, 공천 룰 신경전 가열

이에 따라 조만간 공천 룰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친박계에 속한 원내의 한 핵심 당직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천 룰에 대해서는 이제 논의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김무성 대표가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하자마자 공천 룰에 대한 정리를 하겠다고 한 만큼 조만간 공천 룰을 갖고 위원장은 누가 할 것이냐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핵심 당직자는 “위원장을 정하고 나머지 공천 룰을 정하기 시작하면 이제 총선 체제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김 최고위원 역시 “지금까지는 우리가 여력이 없었지만, 이제 공천 룰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친박계의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해외 방문을 마치고 복귀해 11월9일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 최고위원 측은 “이제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가 어느 정도 지나갔으니 공천 룰과 관련해 한 말씀 하시지 않겠느냐”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논의를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도 가열되는 분위기다. 공천 룰과 관련해 서로 먼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지금은 누가 먼저 얘기를 꺼내느냐를 둘러싼 신경전도 지켜볼 만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 측은 “친박 측에서 먼저 얘기를 꺼내야 답을 줄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입장인 반면, 친박 측에선 “이미 우리의 입장은 밝혔으니 김 대표가 답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공천 룰 논의가 본격화되면 당장 특별기구 위원장 선임 문제를 놓고 양측 간에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 대표 측은 ‘황진하 사무총장 카드’를 고수하고 있는 반면, 친박계 측에선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와 가까운 영남권의 한 초선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시간적으로 새로운 안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기존에 나와 있는 안을 놓고 정치적인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면 새로운 분이 와서 (공천안을) 연구하기보다는 현 사무총장이 정리돼 있는 것들을 갖고 결단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친박 진영은 “사무총장은 심판을 봐야 하는데, 룰까지 만드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다만, 그간 친박계는 이주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밀었는데 이 의원이 위원장직을 고사하면서 대안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선 친박계가 위원장직은 김 대표 측에 양보하되 위원 구성이나 공천 룰과 관련해 양보를 얻어내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친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특별기구 위원장직은 누가 맡든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협의해 결정하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측 주변에서도 “이 의원이 위원장직을 고사한 만큼 친박계가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시간은 김 대표 편이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이와 함께 ‘국민 50%+당원 50%’인 경선 비율을 놓고도 샅바싸움이 예상된다. 김 대표는 최근 10·28 재·보궐 선거 승리 이후 “국민과 지역 주민이 원하는 대로 상향식 공천을 한 것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것이 옳다”며 ‘상향식 공천’을 강조하고 있다. 안심번호를 활용한 100% 국민 여론조사를 선호했던 김 대표는 ‘국민 70%-당원 30%’ 비율의 경선 룰 도입으로 한 발짝 물러섰지만, 국민 참여 비율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반면 친박계는 “50 대 50을 만들기 위해 십 수년간 피맺힌 투쟁을 해왔다”며 현행 당헌·당규대로 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특별기구 위원장 선임 문제로 충돌 가능성 커

당헌·당규에 규정된 ‘우선 추천’의 적용 지역 및 대상을 놓고도 양측 간에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측은 우선 추천 지역의 확대나 전략공천은 없다고 못 박고 있는 반면, 친박계는 우선 추천 지역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우선 추천은 여성과 청년 등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전제한 후 “다만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공천 진행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공천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략공천을 룰에 담을 순 없다. 우선 추천 지역의 확대나 전략공천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김 최고위원은 “우선 추천 제도와 관련한 당내 건의나 한계 등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면서 “당헌·당규대로 경선 룰을 만들어가되 누구나 무임승차할 수 있는 제도로 가선 기득권 공천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물갈이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반영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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