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삼성의 태평로 빌딩 두 채 결국 사들이나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5.11.2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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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내부 관계자 “윤종규 회장 지시로 TFT 꾸려 극비리에 매입 추진”

지난 9월,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이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서울 서초동 사옥으로 옮겨가기 위해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생명 빌딩을 팔기로 하고 다수의 금융그룹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당시 KB금융지주는 신한금융그룹과 함께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특히 KB금융그룹은 서울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계열사들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통합사옥 계획을 이미 오래전부터 세워놓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여의도 본점에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이 있고, 서여의도에 전산, 여의도 세우빌딩에 수신·여신, 명동에 여신 등으로 사옥과 업무가 분산돼 있다. 그럼에도 KB금융그룹의 통합사옥 부지 매입을 담당하는 KB국민은행 측은 지난 9월 “삼성생명 빌딩 인수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생명 빌딩과 삼성본관 빌딩, 태평로 빌딩(왼쪽부터).© 시사저널 최준필

1차 검토 결과 “인수 어렵다” 결론

하지만 이와 달리 KB금융지주가 삼성 계열사 빌딩 두 채의 매입을 극비리에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지주가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빌딩은 서울 태평로 옛 삼성본관 양쪽에 위치한 삼성생명 빌딩과 태평로 빌딩이다. 삼성은 삼성생명 빌딩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한 이후, 구체적인 협상 상황이나 삼성 계열사 이전에 대한 사항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당시 삼성 관계자는 “삼성생명 빌딩 매각이 어려운 경우 삼성생명 빌딩과 삼성본관 빌딩을 묶어서 매각하는 경우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삼성은 태평로에 있는 3개 건물 가운데 중간에 위치한 삼성본관 빌딩은 매각하지 않기로 하고, 좌우에 있는 두 빌딩만 매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과 삼성생명 측은 11월20일 “(매각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 KB금융이나 신한금융 등 금융그룹에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KB금융지주 내부에서는 삼성 계열사 건물 인수를 위한 1차 검토 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 인수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익명을 요구한 KB금융지주 내부 관계자는 “삼성 빌딩 매각 검토 1차 보고에서 태평로에 있는 삼성 계열사의 3개 빌딩 가운데 중간에 있는 삼성본관 빌딩을 제외한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상사부문 빌딩(현 태평로 빌딩)만 인수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지적됐다”면서 “KB의 통합 계열사가 입주하기 위해서는 5만평 이상의 단일 건물이 필요한데, 삼성생명 빌딩은 2만6000평에 불과해 통합사옥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들 건물은 지어진 지 40년이 넘은 노후한 것이어서 재건축을 해야 할 상황이라는 점도 인수 불가 원인으로 지적됐다”고 강조했다.

KB금융지주 측은 삼성생명 빌딩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당시에도 “삼성생명 빌딩의 경우 통합사옥으로 활용하기에 규모가 작고, 위치적으로도 사람들의 접근성이 좋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올해 1월 KB금융지주 사무실을 명동에서 여의도로 이전한 데다 KB투자증권·KB생명 등 계열사들도 올해 말 여의도 이전을 앞두고 있는데, 굳이 규모와 노후화 등 모든 단점을 떠안은 채 삼성 계열사 빌딩이 위치한 태평로로 둥지를 옮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검토 후 ‘인수 불가’ 결론이 나왔음에도 KB금융지주가 다시 삼성 계열사 건물의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알려져 관심을 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삼성 계열사 매입을 직접 재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주목된다. 지난 10월 말 윤 회장이 삼성 계열사 빌딩 인수를 다시 적극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로 인해 태스크포스팀(TFT)이 꾸려졌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KB금융지주 내부 관계자는 “지난 10월27일, 윤종규 회장의 지시에 따라 태평로에 있는 삼성 계열사 빌딩 매입을 위한 TFT가 긴급 구성됐다”며 “KB 여의도 본관 14층 별실에 TFT 사무실이 마련됐다. TFT에는 현재 이오성 KB국민은행 부행장을 팀장으로 KB국민은행 박언종 부장, KB자산운용 원광식 부장 등 은행과 계열사 간부급 인사 7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이 매입을 다시 추진하게 된 배경을 두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윤 회장에게 “태평로 삼성 계열사 빌딩 두 개를 인수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말도 KB금융지주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 때문에 KB금융 측이 인수 불가를 밝혔던 빌딩들을 거액을 들여 다시 매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윤 회장에게 삼성 빌딩 인수를 요청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실명도 언급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 연합뉴스

KB 측 “통합사옥 TFT는 2013년부터 운영”

그러나 KB금융지주가 태평로 삼성 계열사 두 빌딩을 인수한다고 해도 문제는 있다. 삼성생명 빌딩과 삼성본관 빌딩, 태평로 빌딩은 레스토랑과 푸드코트 등이 마련된 지하 1층 통로를 통해 연결돼 있다. 만약 가운데에 있는 삼성본관 빌딩을 제외하고 삼성생명 빌딩과 태평로 빌딩을 매입하게 될 경우 지하 통로를 통한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고, 만약 지하 통로 이동이 가능하더라도 한 건물을 가운데 두고 떨어져 있는 두 동의 건물을 사용한다면 통합사옥의 의미를 살릴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홍보실 관계자는 11월20일 “지금까지 ‘신한금융그룹이 매입을 거절하면서 KB국민은행이 매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많이 나왔다. 매물이 나오면 당연히 내부에서 검토는 할 것이다. 그러나 삼성 계열사 빌딩 매입 건의 경우는 사실무근이다. 삼성과 접촉도 없었기 때문에 삼성 계열사 빌딩 매입은 확정되지도 않았고, 현재 추진되고 있지도 않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건물 매입을 검토하거나 추진하는 것은 TFT 내부의 운영 사항이다. 본점의 TFT는 2013년부터 통합사옥을 만들기 위해 구성해 계속 운영해오고 있는 것이지 삼성 계열사 빌딩 매입을 위해 급조된 것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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