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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 정국’ 끝나자마자 포문 다시 열었다

여야, 예산안·쟁점 법안 처리에 선거구 획정·공천룰 등 공방 예상

김현│뉴스1 기자 ㅣ . | 승인 2015.12.03(Thu) 20:32:50 | 13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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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의 ‘거산(巨山)’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로 정쟁을 멈췄던 여야가 11월26일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국가장이 마무리된 것을 계기로 얼마 남지 않은 ‘정기국회 모드’로 돌아왔다.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12월9일 종료되는 만큼 ‘포스트 조문 정국’에선 내년도 예산안은 물론 각종 쟁점 법안, 선거구 획정 문제 등을 둘러싸고 여야 간 치열한 대결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기국회의 성과가 내년 20대 총선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야는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이로 인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 정국이 형성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당장 여야는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 및 안장식 당일인 11월26일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조문 정국’이 막을 내림과 동시에 상대방에 대한 포문을 열며 그간 자제해왔던 공방을 재개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이 88년의 생애를 통해 남긴 정치적 유산을 제각각으로 해석하며 서로에 대한 공세에 집중했다. 여당은 김 전 대통령의 의회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야당은 민주화 투쟁에 헌신했던 모습을 부각시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영결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의회가 중단 없는 국정 운영이 되도록 항상 협상과 타협을 통해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야당을 압박한 반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당신께서 평생 온몸으로 싸워 이룬 민주주의가 다시 흔들리고 역사가 거꾸로 가는 상황 속에서 떠나보내게 되니까 후배 입장에서 착잡하다”고 날을 세웠다.

11월26일 국회에서 엄수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장에서 헌화를 마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사진공동취재단

새해 예산 ‘TK 편중’ 쟁점 전망

여야는 우선 내년도 예산안과 노동 개혁 5대 법안 등 경제활성화법 및 민생 법안,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 처리 등 쟁점 현안을 두고 샅바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12월2일이 처리 시한인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날 선 신경전을 주고받고 있다. 현재 감액심사를 벌이고 있는데, 경찰의 시위 진압,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새마을운동과 노동 개혁, 4대강·자원외교 등에 대한 예산이 막판 쟁점으로 남아 여야 간에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증액심사에선 새정치연합이 ‘TK(대구·경북) 편중’이라고 지적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TK 편중’이 아니라 경북 동북부와 강원 남부의 낙후된 도로·철도망을 개선하는 ‘균형 예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결위는 11월30일까지 증액심사를 마치고 전체회의에서 의결해야 하며, 의결되지 못해도 국회 선진화법(개정 국회법)에 따라 이튿날 0시를 기해 본회의에 예산안은 자동 상정된다.

민중총궐기 집회에 대한 공방전도 치열할 듯

한·중 FTA 비준안 처리도 뜨거운 쟁점이다. 여야는 당초 11월26일 한·중 FTA 비준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27일로 미룬 데 이어 또다시 30일로 재차 연기했다. 그나마 30일 한·중 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해 여·야·정 협의체를 개최하고 이어서 소관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를 열기로 합의해 한·중 FTA 비준안 처리 문제에선 진전을 이뤘다. 누리과정 예산과 한·중 FTA와 관련해 쟁점이었던 무역이득공유제, 피해보전 직불제 개선, 밭 직불금 인상, 수산 직불제 확대 등 핵심 쟁점에서 상당 부분 이견을 좁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여당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노동 개혁 5대 법안 등 경제활성화법 및 민생 법안 등을 놓고선 여야 간 기 싸움이 첨예할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여당은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근로기준법·기간제근로자법·파견근로자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노동 개혁 5법’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의 4년 연장’(기간제법), ‘파견직 기능 업무 범위의 확대’(파견법) 등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안은 노사정위원회가 지난 9월 단행한 대타협에서도 노동계의 극심한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안이다. 경제활성화법안과 관련해서도 새누리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관광진흥법·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경제 살리기 3법은 3년이 넘도록 국회에 방치된 상황”이라며 새정치연합의 발목 잡기를 탓했다.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의 슬로건이기도 했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등의 처리도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노동 개혁 5대 법안 처리와 관련해선 민주노총이 지난 11월14일에 이어 12월 초에도 민중총궐기 집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불법 폭력 집회’ 공방전도 팽팽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불법 폭력 시위를 우려해 관계 당국에서 집회시위 신청을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여당은 집회나 시위 시 마스크나 복면을 쓰는 것을 금지하는 이른바 ‘복면금지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고, 야당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초미의 관심사는 20대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 문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11월13일 선거구 획정안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긴 상황에서 여야 원내 지도부가 선거구 획정 기준 마련 시한으로 합의했던 일정(11월20일)조차도 또다시 어긴 상황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예비후보 등록개시일인 12월15일까지로 활동 기간이 연장됐지만, 비례대표 축소 여부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으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그동안 협상을 통해 농어촌 지역 대표성 확보를 위해 지역구 의석 수를 현행(246석)보다 7석 정도 늘린 253석으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늘어난 의석 수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권역별 비례제나 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이 제시한 중재안(균형의석제)을 수용할 경우 비례 의석 축소를 받아들이겠다며 맞서고 있다. 12월15일을 넘어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연말까지 선거구 획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선거구 자체가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는 만큼 여야 간 줄다리기는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선거구 획정 문제와 동시에 여야 각각에선 ‘공천 룰’ 등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공천 룰을 논의할 특별기구 구성을 놓고 김무성 대표를 앞세운 비박(비박근혜)계와 서청원 최고위원을 필두로 한 친박(친박근혜)계 간 갈등이 표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연합에선 문재인 대표가 당내 갈등의 돌파구로 제시했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구상에 대해, 오영식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 호남 지역 의원들이 문 대표에 대해 사퇴를 요구하는 등 반발이 이어지면서 내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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