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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아닌 세상에서 꿈을 찾았어요”

‘인생을 바꾸는 1년’ 대안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

안성모 기자 ㅣ asm@sisapress.com | 승인 2015.12.03(Thu) 20:43:25 | 13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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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많이 놀았죠.” 11월26일 오후 서울 강남에 위치한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사무실. 천안에서 막 올라온 배형준군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올해 우리 나이로 18세. 친구들은 내년에 고3이 된다. 형준군은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학교를 그만뒀다. 대신 지난 3월부터 1년 과정의 대안학교인 벤자민학교를 다니고 있다.

한때는 이른바 ‘비행(非行)청소년’으로 불렸다. 툭하면 사고를 쳤다. 학교폭력 문제에 휘말려 재판까지 받았다. 불과 9개월 전만 해도 청소년보호관찰자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 형준군은 예전의 자신처럼 방황기를 겪고 있을 후배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강연자로 변신했다. 이날도 천안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 강연을 하고 왔다.

“중3 대상으로 나 자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줬다. 대박이었다. 처음에는 학생이 4명밖에 없었다. 교무실로 찾아가 한 반에 30초씩 강연이 있다는 얘기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승낙을 해주셨다. 결국 50여 명이 모였다. 강연이 끝나고 나니까 ‘진로 고민을 할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20명 정도에게 또 보자며 연락처도 받았다.”

누군가에게 꿈을 심어주는 강연자가 되고 싶다는 배형준군(왼쪽)이 자신의 명함을, 수시 전형에 합격해 미대에 진학하게 된 성규빈양이 자신의 그림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벤자민학교에 들어온 후 형준군에게 많은 변화가 생겼다. 처음부터 이 학교에 다닐 생각은 아니었다. 재판을 받을 때 주변의 많은 분이 탄원서를 내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분들에게 감사하고 또 죄송했다. ‘내 인생을 너무 막 사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들었다. 한 해 먼저 입학한 1기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해 설립된 벤자민학교는 완전 자유학년제를 시행하고 있다. 교과 수업과 시험, 그리고 성적표가 없다. 학생들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부터 찾는다. 그리고 스스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분야의 전문가 멘토가 상담하고 지원한다.

“꿈을 심어주는 강연자 되고 싶다”

형준군의 멘토는 청년 모험가로 유명한 이동진씨다. 이씨는 브라질 아마존 정글 마라톤 222㎞ 완주, 히말라야 K2 곤도고로라 5800m 등정, 미국 뉴욕-LA 6000㎞ 자전거 횡단 등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왔다.

“이동진 멘토를 보면서 ‘저분 인생은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왜 내 인생은 막장 드라마일까’ 고민을 했다. 그래서 이동진 멘토처럼 스스로 한계에 도전하는 프로젝트를 세웠다. 처음에는 하프마라톤 완주를 목표로 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까 더 큰 도전에 나서고 싶어졌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종단에 나섰다. 하루 평균 100㎞를 달리는 강행군이었다. 이틀을 달리고 나니까 너무 힘들어 ‘잘못 선택한 게 아닌가’ 후회가 들기도 했다.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무리를 한 거다. 하지만 이동진 멘토의 ‘두려울 때 시작하라’라는 말을 떠올리며 견뎠다. 부산에 도착하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까 그동안의 여정을 되돌아보게 되더라. 스스로 대견하고 뿌듯했다.”

경찰 초청으로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보호관찰자 중에 한때 같이 놀았던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형준군은 “변화를 꿈꾸지 않았다면 나도 그 자리에서 강연을 듣고 있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꿈을 심어주는 강연자가 되는 게 형준군의 꿈이다. 대학에 진학할 생각은 아직 없다. 경험을 많이 해야 좋은 강연자가 될 것이란 생각으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볼 생각이다. 내년 1월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또 한 번 한계에 도전할 계획이다.

“수시 전형에 붙었어요.” 성규빈양은 내년에 대학생이 된다. 19세인 규빈양도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학교를 그만뒀다. 지난해 3월 벤자민학교 1기로 입학해 올해 2월 졸업했다. 8월에 검정고시로 고교 과정을 통과했다. 최근 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과에 수시 전형으로 합격했다.

“좀 더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꿈 찾아야”

미대에 진학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은 원래부터 갖고 있었다. 하지만 두 분 다 초등학교 교사인 부모님은 교대를 추천했고 규빈양도 교대에 가겠다는 마음으로 공부를 했다. 전교 3등 안에 들 정도로 성적도 좋았다. 그런데 마음 한편으로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1년간 고민할 시간을 갖기로 했다.

“벤자민학교에 들어와 미술과 관련한 경험을 많이 했다. 아르바이트로 벽화 그리는 일을 하는가 하면 미얀마로 해외 봉사를 갔을 때는 그곳 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동화 그림 작가인 한지수 선생님이 멘토셨다. 예술가는 무슨 일을 하는지 미리 체험하게 해주셨고, 또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슨 공부를 해야 하는지 정말 ‘꿀팁’을 주셨다.”

지난 1월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생명의 나무’를 주제로 생애 첫 개인전을 열었다. 얼마 전 함께 공부한 1기들이 모여 페스티벌을 개최했는데 여기서도 규빈양의 그림이 전시됐다. 대학 진학도 올해 들어 결정했다. 미대에 합격하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안동에 있는 미술학원에서 ‘기초 미술’을 세 달 배운 적은 있지만 ‘입시 미술’을 공부한 적은 없었다.

“서울에 올라와 입시 미술을 3개월간 배웠다. 그런데 같이 배우는 친구들은 예술고를 다니고 있든지 아니면 오래전부터 미술 공부를 해온 친구들이었다. 부모님께서도 처음에는 취미로 미술을 하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절 믿어주신다. 그래서 미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벽화 그리는 일 외에 갈비집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했다. 여기서 모은 돈으로 서울 생활비를 충당했다. 규빈양은 후배들에게 “좀 더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꿈을 찾아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벤자민학교는 지난해 27명에서 올해 479명으로 학생 수가 늘어났다. 내년에는 1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나옥 교장은 “내가 정말 소중하다는 자기 가치를 아는 학생을 기르는 게 교육 목표다”며 “스스로 꿈을 찾기 위해서 1년을 투자하는 것은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그 기간이 ‘인생을 바꾸는 1년’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자신감이 바로 변화를 이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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