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들고 있다면 내 집 마련 두려워하지 마라
  • 장경철│부동산센터 이사 (.)
  • 승인 2015.12.03 20:56
  • 호수 1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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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받아 집을 살까, 전세금 올려주고 좀 더 기다릴까’ 전세 난민들 고민 깊어져

 

전셋값이 요동을 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전세난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참에 아예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 할지, 아니면 오르는 전세금을 맞춰서 더 올려주고 여전히 향후를 지켜봐야 할지에 대한 전세 난민들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관건은 내년 전망인데, 아파트 가격이 어떻게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다시 대두되고 있다.

올해 주택 시장은 최대 호황을 누리면서 성수기와 비수기를 가릴 것 없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세금을 보면 집값이 좀 더 오를 것 같기도 하고, 고공행진을 하는 분양가와 하루가 다르게 봇물처럼 쏟아지는 아파트 물량을 보면 다시 떨어질 것 같기도 하다.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아파트 상가 부동산중개업소 입구에서 한 여성이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집값,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세 유지할 듯

먼저 내년 아파트 시장에 대한 업계의 전반적인 견해를 살펴보면, 수도권 위주로 집값은 상반기에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다 하반기 들어 상승 폭이 둔화되는 상고하저(上高下低)의 가격 흐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난에 따른 실수요자의 매매 전환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 고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둔화될 수밖에 없고, 특히 2~3년간 과열이 심했던 지방에서는 공급 과잉과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라 침체가 전망된다. 여기에 전체적으로 아파트 공급 과잉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 시행 등이 악재로 작용해 올해보다 가격 상승 폭과 거래량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으로 부동산 시장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하반기에 좀 더 나은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전후로 상반기까지는 집값이 강보합 또는 상승세를 보이겠지만, 시장 금리 상승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부터는 재건축 시장을 제외한 신규 분양 시장을 비롯한 기존 아파트 시장의 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내년부터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 관리 방안’을 시행하는 점도 분명히 신경 써야 한다. 부동산정책이 부양에서 관리로 넘어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물론 저금리 기조는 여전히 매매 시장의 동력원으로 작용할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나타날 기대심리도 기회 요인이다. 하지만 대출 기준 강화로 유동성이 축소되고 공급 과잉에 대한 염려에 따른 매매심리 위축은 불안 요인이 될 전망이다.

지금 상황을 2008~09년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외 경기 불황과 가계부채 증가 현상이 그때와 오버랩된다. 올해 인허가 물량이 70만 가구로 폭주하는 것을 보면, 그 또한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았던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이들 아파트가 입주하는 2~3년 후 역전세난 여부가 관건인데, 지금처럼 전세 품귀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거의 근접한다면 파장은 작을 것이다. 전세가 비율이 60%에만 달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역전세난이 벌어진 2009년 잠실 저층 아파트 입주 당시 전세가 비율은 30%대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내년 분양 시장 전망은 어떨까. 올해보다 분양 물량이 다소 줄어들고 청약 경쟁률이 낮아지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던 분양 시장의 열기가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규 공급이 많지 않았고 전세난 여파도 있어 올해 미처 공급하지 못했던 물량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지방은 올해 밀어내기 공급 후 소강상태를 보일 전망이다. 50만 가구가량 공급이 예상되는 올해 물량이 내년에 재현되지 않는다면, 공급 과잉으로 인한 미분양 폭증과 주택 시장 침체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지방 중에서도 특히 공급 물량이 많고 가격 상승 폭이 컸던 대구·부산 등에서는 가격 조정 압력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오래 안 된 단지의 소형 평형 매입이 유리

세종시로 인구가 유출되는 대전과 2016~17년 4만6000가구가 공급될 대구 지역은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보합세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구·부산 등에서 일부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전체 시세 통계로서는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구의 경우 먼저 하락세가 예상된다. 공급도 많고 가격 상승세가 컸던 대구는 내년 시장 전망이 밝지 않고, 세종과 오송 등 인근의 신도시 개발 압력이 있는 대전 등은 가격 조정 가능성이 크다.

지금 내 집을 마련하려는 전세민은 수도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컸던 강남권 등은 추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은 반면,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작았던 곳은 전세금 상승으로 매입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저렴한 곳의 소형 아파트 위주로 눈여겨보면 좋다. 주택가격 상승세가 꺾일 경우, 재건축 추진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커 재건축이 예상되는 아파트보다는 신규 입주한 단지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대 수요가 풍부한 역세권 소형 아파트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자금 여력이 어느 정도 있다면, 신규 분양이나 오래되지 않은 단지의 소형 평형 매입이 유리하다. 서울은 전세금 상승에 따른 세입자의 주거 불안이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라 전세금 정도(매매가격의 약 70%) 들고 있다면 내 집 마련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대출 비중은 집값의 30% 미만으로 해서 부채 상환 능력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주택 시장과 신규 분양 시장을 교차 분석하며 저가 매수 타이밍을 잡는 것이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시세 상승 여력이 큰 곳, 즉 인기 지역은 당첨되는 것조차 힘들기 때문에 최대한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올해부터 차근차근 청약에 임해보는 것이 좋다. 또 최근 시중은행에서 신규 아파트 집단 대출 거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데, 내년에는 이 움직임이 더 거세져 집단 대출이 안 되는 분양 단지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경우에는 내년보다는 올해가 집을 사기에 더 적절한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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