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를 뚫고 가는 법
  • 김재태 편집위원 (jaitai@sisapress.com)
  • 승인 2015.12.24 18:23
  • 호수 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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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겨울이 올해 유난히 춥습니다. ‘새정치’라는 간판을 들고 와 새정치민주연합을 공동 창업했던 안철수 의원이 결국 탈당을 결행했습니다. “맨손으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새정치연합에 몸을 담았다던 그는 호랑이를 구하지도 잡지도 못한 채 그냥 맨손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가 떠난 호랑이 굴에는 암울한 기운만 가득합니다. 그와 달리 호랑이 등에 여전히 올라타 있는 문재인 대표는 “호랑이 등에서 내려올 수 없다”는 말로 ‘마이웨이’의 의지를 거듭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금의 야당에 무슨 호랑이 비슷한 것이라도 있기나 한지 알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야당의 분열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현재의 상황은 과거 어느 때와 비교해도 결코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그만큼 야당의 부활을 바라는 지지자들의 마음 또한 무거울 것입니다. 총선을 불과 넉달여 앞두고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대분열의 조짐을 보이는 것이 마뜩할 리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를 향해 경제 관련 법안 처리를 재촉하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압박은 거침이 없습니다. 국회의장에게 법안 직권상정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하니 긴급재정경제명령까지 들먹이고 있습니다. 약점을 있는 대로 다 내보인 야당은 이미 안중에도 없습니다. 상대할 체급조차 되지 않는다는 투입니다.

초라한 야당은 우리 정치 생태계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강한 야당이 있어야 민주주의 체제가 힘차게 굴러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여당이 정치를 일방적으로 좌지우지하면 결국 국민만 힘들어집니다. 아무리 여당이 능력 있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해도 야당과 함께하지 않는 정치는 이미 정치가 아닙니다.

야당의 입장에서 지금의 현실은 말 그대로 ‘난세(亂世)’입니다. 지나간 역사 속에서 난세의 시대가 일깨워준 교훈은 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은 죽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의 희생 또한 아끼지 않는 사람이 끝내는 크게 살아남는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야당에 필요한 것이 바로 그 희생정신입니다. 대의(大義)를 위해 소의(小義) 따위는 가차 없이 내던지는 기개가 있어야 합니다. ‘야권 대통합’을 위해 새정치연합에 들어왔다고 했던 안철수 의원은 ‘대통합’ 대신 분

열만 남긴 채 떠났지만, 그가 대통합의 의지까지 버리고 갔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또 분열이 반드시 위기라고만 말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더 크고 강한 야당을 만들 와신상담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분열이 아니라 ‘분열 그 이후’입니다. 당장의 풍파에 흔들리지 말고 미래의 ‘빅텐트’를 위한 설계도와 재목들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문재인 대표 등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금이 간 그릇을 계속 쓰느니 차라리 새 그릇을 만드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난세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크게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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