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 새정치연합 전복시킬 수 있나
  • 윤희웅 |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
  • 승인 2015.12.31 17:55
  • 호수 1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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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당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 ‘팽팽’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연일 미디어 공간을 장악하고 있다. 차기 대권 경쟁에서도 뒤처질 것처럼 보였던 안 의원이 정국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신당을 만들겠다”는 말 한마디에 아직 실체도 없지만 단박에 제1야당을 위협하는 수준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955년 만들어진 민주당에서 이어져오고 있어 2015년이 창당 60주년이다. 앞서 기념행사도 가졌다. 뜻깊은 시기임에도 잔칫집이 초상집이 됐다. 심대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 뒤엔 안철수 신당이 있다. 안철수 신당의 이런 위력은 앞으로 계속해서 눈덩이처럼 굴러가며 더 커질 수 있을까.

안철수 신당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의 근거들을 먼저 살펴보자. 첫째, 기존 양당 구조에 대한 대중의 강한 불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양극단의 이념적 행태와 상시적인 정국 교착은 중도층의 거부감을 불러왔다. 그러나 중도층을 대변하는 정당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중도층이 양당 구조에 인질로 잡혀 있었던 상황이다. 이들을 대변하는 제3 정당이 필요하다는 기류가 존재하고 있다. 2015년 3월 한 조사에서는 우리 정치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두 정당 외에 제3의 정당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38.5%나 나온 바 있다(진보정의연구소·한국리서치, 2015년 3월21~22일). 국민 10명 중 4명이 새로운 세력의 출현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015년 12월23일 서울 마포구의 식당에서 열린 정책 네트워크 ‘내일’ 송년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국민 10명 중 4명 새로운 세력 출현 기대

둘째, 간판급 얼굴이 대중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천정배 신당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대선 주자급 인물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 힘들었다. 대중은 인물을 통해 해당 세력의 미래를 점치고, 관심의 가중치를 부여한다. 안철수 의원은 한때 유력 대선 주자였고, 여전히 대선 주자군에 속해 있다. 또 최근엔 상승세이기도 하다. 정당의 가치와 비전, 정강과 정책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대중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인물이 있느냐 없느냐가 현실적으론 더 중요하다.

셋째, 지역적 지지 기반 획득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호남이 반응하고 있다. 지역적 기반을 갖지 못한 정당은 오래가지 못하고 단막극에 만족해야 했다. 위기에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고 유지해주는 지역 기반의 보유는 적어도 한국 정치에선 경험적으로 필수조건이다. 과거 자민련과 자유선진당이 그나마 일정기간 존속할 수 있었던 것도 지역이 받쳐줬기 때문이다. 호남에서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전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넷째, 야권 성향층에서 새정치연합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약하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과 지지층 간의 관계가 단단하지 못하다. 안철수 신당으로서는 지지층을 확보하고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사실 무당파(無黨派)에는 야권 성향층의 비율이 60% 이상 존재한다. 무당파 전체가 중도층인 것만은 아니다. 원래 야당 지지층이지만 현재 지지 표출을 하지 않고 무당층에 잠시 속해 있는 이들을 안철수 신당은 흡수하고자 하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이른바 친노(親노무현)·친문(親문재인) 정당의 이미지를 강화할수록 야권 성향층의 이탈은 추가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낙관적 전망과는 달리 안철수 신당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첫째, 제3 정당에 대한 갈구나 희망은 늘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수록 새로운 대안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클 수밖에 없지만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또 제도상으로도 안정적인 제3 정당 출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제3 정당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0%를 넘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의미 있는 제3 정당이 출현하지는 못하고 있다. 듀베르제의 법칙(Duverger’s Law)이 말해주듯, 1개의 선거구에서 1명의 당선자를 결정하는 소선거구제하의 단순 다수 대표제에서는 제3 정당의 약진이 제약되기 때문이다. 또한 과연 중도층이 50% 초반의 투표율을 보이는 총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도 불확실하다.

안철수 동력은 새정치연합에 대한 실망감

둘째, 신당 추진을 이끌고 있는 안철수 의원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한때 30%를 넘던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은 최근 올랐음에도 아직 20%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과거의 명성에 비해 대중의 호응도는 낮아진 상황이다. 정치권 입문 후 대중의 기대감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가 따라붙고 있다. 언제든 다시 리더십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안철수 의원의 ‘새 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전엔 기대가 있었으나 지금은 없다’는 응답이 41.9%로 가장 높았다. 최근의 재부상에도 불구하고 ‘새 정치’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은 상당히 시들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호남이 반응하고 있지만 전폭적 지지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호남 표심의 특성은 호남의 정서를 존중하면서도 전국적 제1 세력이 될 가능성을 보여야 적극적 지지를 나타내는데 안철수 신당이 호남 정서 존중이라는 필요조건은 갖춰가고 있지만, 전국적 제1 세력이 될 수 있다는 충분조건은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다. 또 호남 현직 의원들을 흡수할 경우 이들에 대해서도 물갈이 여론이 강하기 때문에 실제 총선에서 지지가 제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호남을 중시할수록 안철수 의원의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적 이미지가 약화될 수도 있다.

넷째, 야권 쪽에서의 지지층 흡수는 있지만 여권 쪽으로부터의 흡수는 제한적인데 이는 제3 정당과 중도 정당으로서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안철수 신당 추진 동력의 절반은 새정치연합에 대한 실망감에서 나오고 있다. 100% 자체 동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 성향층의 유입은 뚜렷하게 발견되지 않고 있다. 중도 진보와 중도 보수를 함께 아울러야 양쪽 거대 정당 모두에게 타격을 주면서 몸집을 키울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한쪽에게만 균열을 내고 있다.

안철수 신당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렇게 팽팽하게 나뉜다. 낙관론과 비관론의 근거도 양쪽이 주거니 받거니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민심도 급작스럽게 한쪽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새정치연합과 안철수 신당 간의 상호 반감은 존재하나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도 있어 보인다. 게다가 야권 성향층은 진보 흐름 강화층, 중도 흐름 강화층, 호남 거주층 등 매우 이질적인 그룹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더더욱 어느 한쪽에 몰아주는 상황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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