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열전]⑮ 김정태 KEB하나 회장, 글로벌 톱50 진입 노려
  • 황건강 기자 (kkh@sisapress.com)
  • 승인 2016.01.1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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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속 하나은행·외환은행 통합 성공적 평가·연임 성공
사진=하나금융지주 / 그래픽=시사비즈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큰형님'으로 통한다. 영업통 출신다운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쌓아온 리더십에 직원들이 붙여준 수식어다.

그는 하나은행 본부장 시절 영업점 직원들을 포함해 1000명이 넘는 직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고 있다. 또 직원들의 애경사를 직접챙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이라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하나금융그룹 회장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가 회장에 선임된 2012년은 하나금융그룹에게 중요한 순간이었다. 당시 하나은행은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했으나 통합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사명과 전통을 지키려는 외환은행 직원과 노조의 반발에 하나은행은 향후 5년간 두 은행간 통합 논의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2.17 합의서에 서명했다. 그는 합의서가 나온 직후인 같은해 3월  하나금융그룹 회장에 올랐다.

그는 회장 자리에 구원등판하면서 통합작업을 추진했다. 은행권 전체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조기 합병 카드를 꺼내들었다. 여기에는 두 은행이 하나가 돼야 글로벌톱50을 달성할 수 있다는 신념이 깔려 있었다.

조기통합은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하는 2.17합의에 반하는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외환은행 노조와 법정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두 은행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를 조기합병했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IT(정보통신 시스템) 통합 등이 추진됐다. 이어 주채무계열 신용공여제도, 해외감리제도 등 리스크관리 부문에서 일부 통합도 진행됐다.

임기 첫해 그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었던 외환은행과의 통합작업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든 시기에 그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갈등 속에서도 외환은행 노조와 소통의 끈을 끝까지 부여잡았다. 2.17합의서 수정안에서 통합을 연장하면서 약 2750억원의 세금 감면 혜택도 포기했다.

상징성을 갖는 통합은행명은 'KEB'를 포함하자고 제안했다. 또 외환은행 노조가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 고용안정에는 인원감축은 없다고 화답했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임금이 하나은행보다 높은 점을 감안해 투트랙 인사 제도를 운영하고 임금과 복리후생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의 신념은 결국 지난 2015년 7월 외환은행 노조와 통합 합의를 이끌어 냈다. 통합과정에서 '협상의 대가'라는 호칭도 얻었다. 협상 상대방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리더십을 보여주면서도 협상의 큰틀을 무너뜨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김정태 회장은 지난해 첫번째 임기를 마친 뒤 2018년까지 연임에 성공했다. 물론 그의 앞길에는 곳곳에 암초가 자리잡고 있다. 여전히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작업은 진행형이다. 여기에 예상치 못했던 하나고 특혜의혹으로 올해에도 서울시의회 행정사무조사가 진행중이다.

"낙관적인 믿음을 잃지 않으면서 현재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돌파해 내는 현실 우선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막연히 잘 되겠지' '누군가 해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지워야 한다." 올해 신년사는 그가 왜 연임에 성공했는지를 보여준다. 금융 업계에서 그가 암초 속에서도 두번째 임기도 성공적으로 마칠 것이라 예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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