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물산 주식 5000억원 매입?
  • 유재철 기자 (yjc@sisapress.com)
  • 승인 2016.02.28 13:09
  • 호수 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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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공익재단 통해 3000억원 우회 매입 논란
이재용 삼성전 부회장 /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5일 삼성물산 주식 130만5000주를 2000억원에 사들였다. 이날 주식 매입은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기존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며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4.7% 중 2.6%(약 500만주)를 처분하라는 명령에 따른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엔지니어링 자사주 300만주도 약 302억원에 취득했다.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의 이번 주식매입으로 그룹 지배력 강화는 물론 순환출자 문제까지 해소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이날 삼성그룹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3000억원 규모의 삼성물산 지분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주식 매입을 놓고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강화를 위해 공익법인을 우회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한다.  이 부회장이 직접적으로 매입한 삼성물산의 주식은 2000억원이지만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주식 3000억원도 지배권 강화에 이용됐다는 것이다.

장학금 지급 등 공익적인 일을 위해 설립된 공익법인에는 각종 세제혜택이 부여된다. 공익법인에게 기부하는 회사는 기부금 공제로 세금 혜택을 받고, 기부받는 공익법인도 증여세 등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다.

이렇게 혜택이 집중되다 보니 부작용도 만만찮다. 일부 대기업 오너들이 상속·증여세 혜택을 받기 위해 공익법인을 설립하거나 그룹 승계 및 경영권 유지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최근 금호그룹이 그룹 재건을 위해 공익법인을 동원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경제개혁연대가 지난달 5일 발표한 '재벌의 공익법인 악용 현황 및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해 설립한 그룹 지주사 금호기업이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금호아시아나재단에서 400억원, 죽호학원에서 150억원 등 총650억원을 출자했다.

공익재단들은 금호산업 주식을 당시 주가 수준보다 3배 가량 비싸게 주식을 매입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박삼구 회장이 경영권 유지를 위해 편법적으로 공익법인을 이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공익법인은 관련 규제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주식 매입 등 모든 의사결정은 전적으로 이사장의 의지대로 결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15일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의 신임 이사장에 선임됐다. 이번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주식 매입이 누구의 최종 결정이었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결정적인 위치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날 삼성그룹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주식 매입에 대해 “저금리 기조 하에서 장기적인 투자수익 확보를 위한 것으로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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