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역 다툼 아닌 협업 체제로 나가야”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6.03.10 20:14
  • 호수 1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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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대한특허변호사회 초대 회장 인터뷰“변호사와 변리사, 상생의 길 찾아야 한다”

올해 초 대한특허변호사회가 새롭게 출범했다. 변리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들의 단체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부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승열 변호사가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사법연수원 14기인 김 회장은 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IP) 분야 전문가로 손꼽힌다.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겸직교수를 맡고 있으며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다.

 

김 회장은 2월24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변호사와 변리사가 대립만 할 게 아니라 서로 협력해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변리사법이 개정되면서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던 규정이 없어졌다. 이에 따라 올해 7월부터는 변호사가 변리사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대한변리사회가 주관하는 실무 교육을 1년간 받아야 한다. 법안 개정 과정에서 변호사단체와 변리사단체 간 마찰이 있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전문성, 시장에서 소비자가 판단”

 

대한특허변호사회는 법안 개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탄생했다. 김 회장은 “변리사는 시험만 합격하면 되지만 변호사는 시험에 합격해도 2년 동안 연수원에서 교육을 받는다. 또 로스쿨의 경우 3년간의 교육과정이 있다”며 “합리적으로 의견 조율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동안 변호사단체와 변리사단체가 대립 관계에 있다 보니 잘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특허변호사회는 대한변리사회 내에 있는 모임으로 내부에서 합리적인 의견을 개진하자는 취지로 출범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리사법이 개정됐지만 김 회장처럼 현재 변리사 활동을 하고 있는 변호사는 교육의 대상이 아니다.

 

대한변리사회 측에서는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자동 취득 폐지는 당연한 결과로 보고 있다. 한 발짝 더 나가 변리사의 특허침해 소송대리권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김 회장은 “특허 부문에서 변리사의 역할은 특허명세서를 작성하는 데 있다”며 “소송 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변호사가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변리사가 국민의 지식재산 권익에 기여한 바가 있다고 본다. 또 해외 네트워크도 상당히 발달해 있다”고 평가한 후 “다만 변리사를 소송 관련 전문가라고 볼 수는 없다. 특허라는 것이 출원이 되면 소송으로 갈 수가 있는데 손해배상 등 법률적 문제로 넘어갔을 때 이 부분을 변리사가 맡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변호사와 변리사의 ‘협업’을 강조했다. 그는 “변리사의 경우 기술적 지식이 강하고 변호사는 법률적 지식이 강하다. 양자가 적절하게 협업 체제를 이룰 수 있다”며 “국내 시장으로 한정할 게 아니라 국제 시장으로 넘어가게 되면 한 팀을 결성해 수요를 충족시켜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직역 다툼이 아니라 서로 협업하고 상생하는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높은 수익 등으로 변리사가 선망의 직업이 되자 변호사가 그 영역을 침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로스쿨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게 로스쿨 도입의 취지다. 그동안 지식재산 분야 법률 서비스가 어땠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마치 돈이 될 것 같으니까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식으로 보는 것은 잘못됐다. 돈이 될 것 같아도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전문성은 시장에서 소비자가 판단할 문제”라는 것이다.

 

경쟁 체제에서 ‘무임승차’는 있을 수 없다. 김 회장은 “변호사면 다 된다는 게 아니다. 자질이 없거나 지식이 없으면 안 된다”며 “전문성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가 볼 때 전문성이 있으면 의뢰할 것이고 없으면 의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경쟁 체제를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너지 효과 내는 방향으로 시선 돌려야”


지식재산 분야의 ‘파이’는 계속 커지고 있다. 김 회장은 “결국 지식재산이 미래의 화두가 될 것이다. 변리사는 물론 변호사 입장에서도 이 부문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엄청난 시장이 열려 있는데 변호사의 법률적 지식과 변리사의 공학적 지식이 합해지면 시장을 선점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협업에 찬성한다고 하더라도 누가 주도할지를 두고 이견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변리사 진영에서는 규모나 영향력에서 앞서는 변호사 진영이 주도권을 잡으려 할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정적인 방향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계속 싸워서는 서로 소모전만 펼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상생을 위해서는 우선 신뢰 회복이 필요해 보인다. 김 회장은 “서로 유대관계를 제대로 갖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런 만큼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면만 보게 되면 굉장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그런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서로 간에 도움이 더 필요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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