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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안 먹어도 커피는 마시는 ‘커피 공화국’

한국인이 밥보다 많이 먹는 음식 ‘커피’…한 잔 원가는 1000원 미만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6.04.07(Thu) 19: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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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0년째를 맞은 ‘학림다방’(서울 대학로). 곰보가 된 목제 탁자와 손때 묻은 소파가 여전하고 레코드판 음악은 지글거린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커피를 마주하면 1970년대 언저리쯤으로 돌아간 듯하다. 1960~70년대 마담과 레지(커피를 날라주는 종업원)가 손님을 맞던 다방은 자취를 감췄고, 세련된 원두커피숍이 똬리를 틀었다. 커피·설탕·크림을 두 스푼씩 넣는 ‘2-2-2 다방 커피’ 대신 종이컵에 담긴 아메리카노가 우리 입맛을 사로잡은 지 오래다.

사실 커피가 이 땅에 들어온 것은 커피 역사에서 보면 최근의 일이다. 6세기경 에티오피아 목동이 발견한 커피는 1880년대 들어서야 한반도에 들어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박종만 ‘왈츠와 닥터만’ 커피박물관장에 따르면, 미국 천문학자이자 <조선, 조용한 아침의 나라>의 저자인 퍼시벌 로웰이 1884년 초에 남긴 조선과 관련된 기록에 커피가 등장한다. ‘우리는 누대(樓臺) 위로 올라 당시 조선의 최신 유행품이었던 커피를 마셨다’는 내용이다. 유길준의 <서유견문록>에는 1890년쯤 커피와 홍차가 중국을 통해 조선에 소개된 것으로 나와 있다.

ⓒ 시사저널 우태윤

커피는 빛깔과 맛이 탕약과 비슷하고 서양에서 들어왔다고 해서 ‘양탕국’으로 불렸고, 이후 ‘가비차(加比茶)’ 또는 ‘가비’라고도 했다. 커피를 즐겼던 인물로는 고종이 유명하다. 1895년 을미사변 당시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한 고종은 독일인 손탁 여사로부터 커피를 대접받고 그 맛에 매료됐다.

커피 시장 5조원 돌파…연평균 15.3% 성장

일반인이 커피를 즐기게 된 것은 시중에 다방이 생기면서다. 한국 최초의 다방은 1909년 남대문 근처에 생겼다. 황성신문 1909년 11월3일자에 ‘남대문 정거장에는 1일부터 기사텐을 개설하였다더라’는 내용이 있다. 기사텐은 다방을 뜻하는 일본어이고, 일본인이 운영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일보 1940년 2월14일자에 따르면, 한국인이 개업한 최초의 다방은 1927년 영화감독 이경손이 차린 ‘카카듀’(서울 종로구 관훈동)다. 이후 시인 이상은 ‘제비’(서울 종로)라는 다방을 운영했고, 극작가 유치진 역시 ‘프라타나’(서울 소공동)를 열었으며, 영화배우 복혜숙은 ‘비너스’(서울 인사동)를 차렸다.

6·25 전쟁을 거치면서 미군 부대에서 원두커피와 인스턴트커피가 공급되면서 대중이 즐기는 기호음료로 자리 잡았다. 1945년 서울에 60개에 불과했던 다방은 1950년대 말 1200개로 늘어날 정도였다. 경제가 고도성장을 이룬 1970년대 생활이 넉넉해지면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도 늘어났다. 특히 동서식품이 1970년 국내 최초의 인스턴트커피를 생산하면서 각 가정까지 커피가 보급됐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12월 서울 압구정동에 첫 원두커피 전문점(자뎅)이 들어섰고, 테이크아웃 판매 방식도 등장했다. 스타벅스가 1999년 국내로 들어오면서 다방 커피 시대가 저물고 본격적인 원두커피 시대가 열렸다.

ⓒ 시사저널 이종현


대한민국 전체 커피 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5조4000억원 규모다. 10년간 연평균 15.3%씩 성장해왔다. 특히 2007년부터 2014년 사이의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49%에 달했다.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2014년 커피 수입량은 약 13만9000톤(5억9400만 달러)으로 2004년보다 3.6배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커피전문점은 5만개에 육박한다.

우리는 왜 커피에 홀릭하는 것일까. 한국인 최초의 ‘큐그레이더’(Q-grader·커피감별사)인 서필훈 커피리브레 대표는 “일본이나 중국처럼 차(茶)문화가 없었던 시절, 달달한 인스턴트커피는 빠르게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며 “이후 소비 욕구가 고급화되면서 원두커피도 널리 퍼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큐그레이더는 커피 원재료인 생두의 품질을 평가하고 커피 맛과 향을 감별해 커피에 등급을 부여할 수 있는 최고의 커피 전문가로,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또 커피는 그 자체를 즐기는 문화 외에도 사교, 정보 교환, 디저트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음료로 자리 잡았다. 이런 습관이 몸에 배면서 경기 불황에도 커피로 ‘작은 사치’를 누리려는 경향이 생겼다. 어느덧 커피는 현재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3년 보고서에서 한 사람이 일주일에 쌀밥을 7번, 배추김치를 11.8번 먹는 동안 커피는 12.3번 마신다고 집계했다.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84잔이다. 앞으로 커피 시장은 더 팽창할 전망이다. 커피 전문가인 심재범 아시아나항공 바리스타 그룹장은 “한국에서는 인스턴트커피, 다방, 프랜차이즈 커피숍 등이 확산하면서 커피 소비가 아주 많은 것 같은 착시효과가 있다”며 “절대 소비량으로 보면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의 평균보다 살짝 낮은 수준이다. 커피는 지적 노동이 많고 추운 나라에서 소비가 많은데, 북유럽 국가의 커피 소비량은 한국의 10배, 일본도 한국보다 1.5배”라고 말했다.

2014년 11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카페쇼’에서 업체 관계자들이 원두를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500원 커피·배달 커피 등장

요즘 커피 시장은 고급 커피와 저가 커피로 양극화되는 분위기다. 고급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가 대표적이다. 스페셜티 커피란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의 평가에서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상위 약 7%의 커피를 말한다. 세계 최대 커피 소비국인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북유럽에서도 스페셜티 커피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이 추세를 따라갈 전망이다.

고급 커피가 늘어나면서 커피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다. 커피전문점의 평균 커피 값은 4000원인데, 이미 2만원대 고가 커피도 등장했다. 시쳇말로 밥보다 비싼 커피에 대한 반동으로 저가 커피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저가 커피는 주로 편의점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500원짜리도 선보였다. 신세계그룹 계열 편의점(위드미)은 3월28일 500원짜리 드립식 원두커피를 전국 100여 개 점포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븐일레븐이 커피 판매를 시작한 후 유지됐던 편의점 커피의 최저 가격 ‘1000원’이 무너진 것이다.

쌀에도 고급 쌀과 정부미 등 품질 차이가 있듯이 커피도 그렇다. 고급 커피는 물론 대체로 비싸다. 그렇지만 1만원짜리 커피나 500원짜리 커피나 한 잔의 원가(로스팅·물류비 포함)는 1000원을 벗어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2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의 원가는 30~40%인 360~480원이다. 게다가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의 양은 10~12g으로 소량이다. 여기에 로스팅(커피 원두를 볶는 과정)이나 블렌딩 기술의 격차를 고려해도 요즘의 커피 가격은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소비자시민모임이 1월20일 발표한 13개국 주요 도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의 국내 가격은 4100원으로 13개 나라 가운데 두 번째로 비쌌다. 일본(4위·3475원)보다 18%, 미국(12위·2821원)보다 45%나 높은 수준이다.

커피 원가를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임차료, 인테리어 비용, 인건비 등이다. 실제로 대형 커피전문점의 임차료와 인건비는 매출의 15% 선으로 높은 편이다. 서필훈 대표는 “저가 커피가 나온 것은 시장이 다양화되는 현상으로 고무적이지만, 사실 커피에서 원두 비용은 비싸도 1000원을 넘지 않고 나머지는 임차료, 인건비 등”이라며 “편의점은 이런 비용이 거의 없어서 500원이라는 가격이 나오지만, 일반 커피전문점에서는 그 가격을 맞추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내 커피 시장의 특징은 인스턴트커피다. 자동판매기 커피, 믹스 커피, 캔 커피, 병 커피 등 사서 바로 먹을 수 있어 간편하고 맛도 우수한 편이다. 요즘은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집집마다 커피 기계를 들여놓는 이른바 홈카페족까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겨냥해 신문이나 우유처럼 가정에 배달해주는 이른바 ‘배달 커피’도 최근 등장했다. 한국야쿠르트는 3월14일부터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커피를 가정이나 직장에 배달하기 시작했다. 서필훈 대표는 “한국은 세계 최고의 인스턴트커피 생산·소비국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어림잡아 인스턴트커피와 원두커피 소비율은 70 대 30”이라며 “앞으로 원두커피 비중이 늘어나겠지만, 그렇다고 인스턴트커피의 비율이 일본처럼 50%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 네슬레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지 못할 정도로 한국 인스턴트커피의 품질이 월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루에 커피 3잔이 건강에 이롭다 



 


하루에 커피를 몇 잔까지 마시는 게 좋을까. 이 논란은 1000년 동안 지속돼왔다. 커피가 중동에서 유럽으로 전파될 때만 해도 커피는 ‘악마의 물’로 불리며 배척되었지만, 카페인의 각성효과가 알려지면서 하루아침에 ‘아침의 연인’으로 둔갑했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하루 커피 3잔은 사망 위험을 낮춘다. 하버드 대학 공공보건대학원 연구팀에 따르면, 하루 3~5잔의 커피를 마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수명이 3~7년 긴 것으로 파악됐다. 심장병·파킨슨병·당뇨병·뇌졸중에 따른 사망률이 낮아지고, 자살 가능성도 낮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30년 동안 여성 16만8000명과 남성 4만명을 대상으로 4년마다 이들이 마시는 커피의 분량과 수명 간 관계를 추적한 결과다.

고려대 인간유전체연구소도 지난해 40~69세 8000여 명을 12년간 추적 조사했더니 하루에 커피 3잔은 사망 위험을 낮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하루에 커피 0~1잔 마시는 사람의 사망 위험을 1로 잡았을 때, 1~2잔 미만은 0.89, 2~3잔 미만은 0.88, 3잔 이상은 0.52였다. 하루에 커피 3잔을 마시는 사람의 사망 위험은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의 절반 수준이라는 의미다. 나이, 성, 비만도, 교육 정도, 흡연, 음주, 고혈압, 당뇨병 등 사망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모두 고려(보정)해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단, 코골이, 수면 무호흡, 주간 졸림증 등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에겐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일본에서 성인 9만여 명을 대상으로 18.7년간 추적 조사한 후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도 하루에 커피를 3~4잔 마셨을 때 사망 위험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커피에 들어 있는 성분들은 당뇨병, 심장병, 간 질환, 골다공증, 치매 등 여러 질병과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커피가 당뇨병을 발생케 하고 심장 질환을 증가시키는 음료로 알려졌다. 그러나 2002년 네덜란드에서 남녀 1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커피로 당뇨병 발생이 오히려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하버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커피 1잔을 마신 경우 당뇨병 발생이 10% 줄고, 6잔 이상 마신 사람은 무려 50%나 낮아졌다. 커피를 하루에 1잔 더 마실 때마다 4년 후의 당뇨병 발병 위험은 11%씩 감소했다.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도 마찬가지였다.

하루에 커피 1잔씩을 마시면 혈관의 탄력성이 좋아져 심장병에 의한 사망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국립암센터에서 지난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커피 2~3잔을 마시는 사람은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들보다 사망 위험이 18% 낮았다.

커피는 간경변증(간경화) 예방과도 관련이 있다.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 연구팀이 커피와 간경변증의 연관관계를 분석한 9건의 연구 결과를 분석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하루 2잔의 커피를 마시면 간경화 위험이 56% 줄어들고, 이에 따라 사망 위험도 55% 낮아졌다. 커피에는 카페인 외에도 생리활성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림이 들어간 커피는 고지혈증이나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이 성인 남녀 18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커피를 하루 1~3잔 이하로 마시는 사람은 커피를 하루 1잔 이하로 마시거나 아예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간암 발생률이 29% 낮았다.

폐경 여성이 하루 1잔 이상 커피를 마시면 뼈 건강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교수팀이 폐경 여성 4000여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하루에 커피를 1잔 미만 마시면 21%, 1잔 마시면 33%, 2잔 마시면 36%의 골다공증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왔다. 스위스의 커피과학정보연구소가 커피-알츠하이머의 관계를 연구한 여러 연구논문을 종합 분석한 결과, 하루에 커피를 3~5잔 마시면 치매의 위험을 최고 2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커피가 건강에 해로울 것이라는 누명을 이제 벗었지만, 그렇다고 ‘건강음료’로 받아들일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양광모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교수는 “커피를 매일 마시는 것이 의학적으로 건강에 좋다거나 좋지 않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최근 커피의 순기능을 강조한 연구가 많다고 해서 꼭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자신의 체질에 맞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숙면을 방해하거나 땀·긴장감·메스꺼움·불안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권고한 성인의 하루 카페인 섭취 제한량은 400mg(커피 2~3잔 분량)이다. 실제 성인의 하루 평균 카페인 섭취량은 2010년 기준 86.9m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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