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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후예’ 경쟁 다시 불붙는다

“이번 총선 태풍은 대권 주자들의 위치 상당 부분 바꿔놓을 것”

윤희웅 |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ㅣ . | 승인 2016.04.14(Thu) 18:37:18 | 13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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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나가면 애초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물건들이 여기저기 흩어진다. 새로운 배치가 이뤄진다. 일부는 멀리 날아가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평소 정치적 사건들이 산들바람이라면 총선은 태풍이다. 총선이 지나가면 가지런했던 대권 주자들의 순서는 재배열된다. 총선은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낸다. ‘구(舊)질서’가 사라지고 ‘신(新)질서’가 들어서게 된다. 토머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얘기한 ‘패러다임’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 정치 질서가 새롭게 변하면 그에 맞춰 대중의 차기 주자 선택도 바뀌기 마련이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여권의 차기 대선 경쟁이 독점 구도에서 경쟁 구도로 전환하고 있다. 오랫동안 독보적이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는 총선 과정에서 흔들렸다. 그사이에 서울 종로에 출사표를 던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약진했다. 단박에 경쟁 체제가 만들어졌다.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위로 계속 독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 초만 하더라도 오세훈 전 시장의 지지도는 5.3%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선 11.1%로 뛰어올랐다. 여권에서 1위를 달리던 김무성 대표는 9%에서 7.8%로 대중적 주목도와 달리 하락했다. 이제 더 이상 여권은 김무성 대표 독주 체제가 아닌 상황이다.

공천 과정에서 내내 밀리는 듯했던 김무성 대표가 공천 막바지에 친박(親박근혜)계에 일격을 가하며 존재감을 키우긴 했지만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이번 총선을 김무성 브랜드로 치러내는지, 또 그에 따른 여당의 성적표는 어떠한지, 자신의 지역적 기반인 부산·경남(PK)에서 이탈 의석을 얼마나 차단하는지 등에 따라 김 대표의 대권 주자로서의 안정성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대선 주자 독점 구도에서 경쟁 구도 전환

그동안 김 대표의 대선 주자 지지도의 제약 현상은 계속 이어져왔는데 그 배경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여권 성향층의 우호적 정서’가 자리 잡고 있다. 김 대표는 청와대와의 직접적 대결은 삼갔지만 대중은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간에 불협화음이 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아버리게 됐다.

오세훈 전 시장은 서울시장을 지낸 데 따른 지명도, 무상급식 주민투표 과정에서 획득한 보수의 아이콘 지위 그리고 개혁적 이미지 등이 자산이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은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간에 보이지 않는 긴장 관계가 지속되면서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던 보수층, 특히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층이 오 전 시장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 국정 지지층에서는 20.3%가 오 전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김 대표에게는 13%만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오 전 시장이 이번 총선에서 낙선할 경우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생환할 경우 이러한 흐름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을 경쟁 구도로 만들고 있는 또 다른 인물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다. 최근 조사에서 3.5%로 나왔다. 대개 2%를 넘으면 차기 주자군에 포함된 것으로 본다. 3.5%는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중도층에서도, 심지어 야권 성향층에서도 호감을 얻고 있다. 탄탄한 지지 기반이 부재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이른바 확장의 여지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로서는 고민이 깊다. 여권의 차기 주자 3인 중에 친박계가 없기 때문이다. 친박엔 대중 정치인이 없다. 대중 정치인은 권력과 맞서는 모습에서 만들어진다. 박 대통령의 지원 그룹 역할을 해왔는데 갑자기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수도 없는 일이다.

일단은 오세훈 전 시장과의 느슨한 연계가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다. 박 대통령 지지층을 넘겨받고자 하는 오 전 시장 측과 국내 현실 정치권에 우호적인 차기 주자를 원하는 박 대통령 또는 친박 측의 필요가 맞아떨어질 수 있다. 다만 오 전 시장으로서는 친박의 색채가 덧씌워지는 데 대한 부담이 작용해 적극적인 연대에 나서진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친박계로서는 불가피한 카드다. 이미 반 총장은 여권 성향층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최근엔 총선이기 때문에 주로 정치권 인사들이 조명을 받는다는 점에서 주춤하기는 하나 총선이 끝나면 더 커진 정치 불신 기류로 인해 지지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시도 여부 주목

현 대통령제보단 경제·사회·행정 등 내치(內治)는 총리에게, 외교와 국방 등 외치(外治)는 대통령에게 맡기는 분권형 대통령제에서 반 총장의 위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후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이 시도되는지 여부도 반 총장과 연관해 주목해봐야 할 부분이다.

야권의 경우 이번 총선이 참패로 끝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모두 타격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위상에 별 변화가 없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될 경우 정치적 성공으로 평가되면서 정치적 위상은 유지 내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표 역시 더민주 의석이 이전 수준을 유지한다면 대권 주자 중 고정 지지 기반이 가장 견고하다는 점으로 볼 때 위상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비록 야권이 승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공식적 당 대표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 책임을 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호남을 기반으로 안정성을 얻게 될 경우, 문 전 대표로서는 호남 민심을 되돌리기 쉽지 않고 계속 공세를 받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 부담이 될 것이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가 100석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얻는다면 문 전 대표도 책임을 비켜가긴 어려울 수 있다.

한때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대권 주자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었지만 공천 과정에서 상당한 흠집이 나면서 도약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최근 조사에서 김종인 대표를 선택지에 포함해 물었지만 0.6%에 그쳤다. 대중은 김종인 대표를 지도자 또는 대선 주자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대선 주자에게 국회 내 지원 그룹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박원순 시장은 측근들의 원내 진입이 기대치를 밑돌게 됨으로써 이제는 정치권 내부에서의 세 확장보다는 서울시장으로서의 대중적 성과를 바탕으로 선거 경쟁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김부겸 더민주 전 의원은 당선될 경우 대권 주자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크다. 손학규 전 더민주 고문도 분열된 야권 통합의 적임자로 인식되면서 일정 부분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로운 인물들의 부상은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대표 등의 위상이 약화돼야 가능하다. 야권이 그동안 쌓아올린 집이 이번 선거에서 무너져 새로운 건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폭넓게 형성된다면 장외 주자들의 대권 레이스 참여는 수월해질 것이다.

이번 총선 태풍은 대권 주자들의 위치를 상당 부분 바꿔놓을 것이다. 강풍에 부러지는 나무처럼 경쟁에서 떨어져나가는 인물도 나타날 것이다. ‘청와대의 후예’ 경쟁은 이제 새로 시작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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