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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형록 현대중 노조위원장 “구조조정 일방통보 시 파국 맞을 것”

"경쟁력 높이려면 임금인상해야...정몽준 책임경영 회피"

박성의 기자 ㅣ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6.04.28(Thu) 15: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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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백형록 노조위원장. 백 위원장은 현대중공업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게 된다면 파업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 사진=박성의 기자

26일 울산 동구 하늘에 암운이 드리웠다. 방어동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정문 앞은 적막감이 흘렀다. 노란색 조끼를 착용한 의경들이 현대중공업 건너편 도보를 지키고 서있었다.

폭풍전야(暴風前夜)였다. 26일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를 개최한 날이다. 임 위원장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은 이제까지 기업 스스로 구조조정을 했지만 앞으로는 채권단이 선제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강도 높은 회생절차를 예고했다.

같은 시간 최길선 회장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관련 5개 계열사 대표들은 긴급 담화문을 발표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잔업 및 주말 특근 등을 폐지하고 조직개편을 통해 회사경쟁력을 회복하자는 게 골자다.

정부와 기업 모두 인력 구조조정은 입에 담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노동조합(노조)은 이미 ‘대량 해고 쓰나미’를 예감하고 있었다. 오후 4시를 갓 넘긴 시간 현대중공업 노조 사무실에서 백형록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백 위원장은 해양사업부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사측 주도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은 거부한다. 대화하지 않고 해고를 통보한다면 임금협상 과정에서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며 파업 가능성을 내비췄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사측에 임금인상을 요구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회사가 빚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임금인상은 지나친 노조 이기주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백 위원장은 “여론이 노조원 생계를 책임지지 않는다”며 임금인상을 관철하겠다고 했다.

그는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자신의 급여내역서를 보여주며 “이게 귀족노조의 현실이다. 사측이 우리에게 (경영난) 책임을 전가하는 부문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백 위원장은 구조조정보다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구조조정에 앞서 대주주인 정몽준이 나서줘야 한다.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추진하는 등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대주주인 정몽준씨가 악화된 경영상황 개선을 위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진=박성의 기자

조선 3사 사정이 악화일로다. 현대중공업도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예상했던 결과다. 해양사업 부문에 인력이 과도하게 몰려있다. 결국 사측 책임이다. 현대중공업은 해양사업 호황기에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채용했다. 결국 고용유지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었다.”

고용문제가 비정규직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정규직 구조조정에만 반대할 명분이 있나.

“보류해 달라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우량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노동자 공이 컸다. 사측이 구조조정 바람을 타고 노조에게 책임을 은근슬쩍 전가하는 것이 문제다. 구조조정 방식이나 규모 등에 대해 최소한의 협의는 있어야 한다. 이 부문에서 정부 역할도 아쉽다.”

정부가 조선사 구조조정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말인가.

“정부는 조선업 사정이 최악으로 악화될 때까지 손을 떼고 있었다. 국가가 (노사에) 알아서 하라고 하는 건 무책임하다. 국가가 할 수 있는 역할, 예를 들어 단기적인 실업급여 인상이나 재취업기회 등을 제공해 달라는 것이다.”

조선사 잘못을 국민 혈세로 메우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경영악화 잘못은 사측에 있다. 기업 간 저가 수주경쟁이 화를 불렀다. 다만 조선산업의 파급력을 고려해야 한다. 일본이나 중국 정부는 조선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육성정책을 갖고 있다. 조선업은 분명 효자산업이다. 회복만 된다면 국익에 큰 도움이 된다.”

회사가 존폐위기인데 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이기주의라는 비판도 있다.

“(쓴웃음을 지으며) 여론이 직원 밥 먹여주는 것은 아니지 않냐. 조선 호황기 때 임금인상이나 복지혜택이 늘어났다면 우리 요구는 적어졌을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조선3사 중 임금이 가장 낮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하지만 쌓아놓은 유보금만 조 단위다. 계열사까지 정리하면 재정상황은 훨씬 나아진다.”

그 돈이 실제 있다면 구조조정이 무의미한 것 아닌가. 사측은 사내유보금 중 대부분이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비(R&D)라고 반박한다.

“현대중공업 시설 연령 대부분이 20~30년이다. 회사에서 말한 신규 설비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땅을 사고 계열사 늘리는데 유보금 대부분이 투입됐다. 무엇보다 (회사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새로운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임금인상이 필연적이다.”

조선사 중에 낮을지 몰라도 현대중공업 임금수준은 높은 편 아닌가. 황제노조라는 비판도 나온다.

“(자신의 급여명세서를 꺼내 보이며) 창피한 소리 하나 하겠다. 내가 지난해까지 현대중공업 31년 다녔다. 세금 떼고 하면 기본급이 200만원 안 된다. 우리는 잔업이나 특근에 기대서 임금을 보존 받고 있다. 사측은 이마저도 이번에 줄이겠다 한다. 무엇보다 노동강도를 생각해야 한다. 올해만 벌써 5명이 현장에서 죽었다.”

백 위원장 앞에 항상 ‘강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 탓에 사측이 대화를 꺼린다는 말도 있다.

“세상 어떤 노조위원장이 강성만을 외치겠나. 대화가 우선이다. 연초 시무식 때부터 회사를 돕겠다고 했다. 문제가 있으면 노사가 같이 조사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측이 먼저 판단하고 마음의 문을 닫았다. 문제가 된 해양플랜트는 별도로 두더라도 나머지 사업부문에 대해서는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사측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노조와 협의 없이 진행한다면.

“악화된 경영난 책임을 미뤄두고 그런 태도를 보인다면 큰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당장 고려사항은 아니지만 일방적인 태도의 결과는 파업이라는 것을 경고한다. 사측이 진정성만 보여준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다.”

인력 구조조정을 보류한 상태에서 노조가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전문경영인 체제를 원한다. 현대중공업 최고경영자가 5년 이상 기업을 운영한 적이 없다. 그 짧은 시간 안에 매출만을 올리려다 보니 부실경영이 나온다. 결국 대주주인 정몽준이 나서야 한다. 말 그대로 자신의 회사 아니냐. 호황기 가져간 이익배당금만 몇 천억이다. 이 배당금으로 기업 지배구조만 강화할 게 아니다. 회사가 어려운 만큼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경영 일선에 직책을 갖고 복귀하거나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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