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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집’ 구하다가 ‘세금폭탄’ 맞는다

‘주거용 오피스텔’ 행정 오락가락…제도 개선 요구에도 뒷짐만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press.com | 승인 2016.04.28(Thu) 17:55:54 | 13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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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박호윤씨(남·32)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오피스텔을 구입했다. 전용면적 74㎡(22평)에 냉장고·식기세척기·세탁기·드레스룸 등이 빌트인(Built-in)돼 있어 여느 아파트보다 더 깔끔한 느낌을 받았다. 같은 건물에 편의점·식당·헬스장 등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어 아파트보다 더 살기 좋겠다고 여겼다. 비록 주거용 오피스텔이지만 신혼살림을 차리기에는 무리가 없어 보였다.

가장 큰 매력은 가격이었다. 매매가는 2억8000만원이었다. 10년 먼저 지어진 바로 옆 같은 평수 아파트보다 무려 1억원이나 저렴했다. 박씨는 매물이 많지 않아 서둘러 계약까지 마쳤다. 지금까지 월급으로 모은 돈과 부모님에게 받은 돈 1억5000만원을 내고, 나머지는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요량이었다.

계약 이후 박씨의 계획은 곧바로 틀어졌다. 오피스텔은 법적으로 ‘주택’이 아니라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주택금융공사의 대출 상품도 이용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은행에서 더 비싼 이자를 내고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았다. 매달 일정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는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도 선택할 수 없었다.

서울 종로구 ‘경희궁 자이’ 오피스텔 청약 신청자들이 4월17일 조감도를 살펴보고 있다. 주거용 오피스텔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 ‘주택’에 해당되지 않아 입주민들은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 연합뉴스

박씨는 어렵사리 잔금을 치른 후에도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취득세와 지방교육세 등 구청에 등록하는 비용만 1300만원 가까이 나왔다. 인근 3억8000만원짜리 아파트의 취득세가 400여 만원에 불과한 데 비해 너무 비쌌다. 영등포구청에 문의했지만 역시나 ‘오피스텔은 법적으로 주택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답변만 들었다. 박씨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소연할 곳조차 없었다. 그저 돈이 부족해 싼 집을 찾았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주거용 오피스텔 입주자의 ‘설움’

최근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장점을 결합한 주거형 오피스텔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종로구 ‘경희궁의 아침’과 서울 양천구 ‘하이페리온’, 서울 영등포구 ‘하이팰리스’ 등이 대표적이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일반적인 오피스텔과 달리 전용률을 60% 수준에서 아파트 수준인 75~80%까지 끌어올렸다. 생활공간이 넓은 데다 체육시설이나 주차장과 같은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과거에는 전용면적 85㎡ 이상의 경우 바닥 난방을 할 수 없다는 규제 때문에 주로 중소형 평수 위주로 분양됐다. 오피스텔은 대지 지분이 적어 시세차익을 남기기 위한 투자 목적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이 점 때문에 주변 아파트보다 시세가 저렴한 편이다. 신혼부부나 젊은 층이 주거용 오피스텔을 찾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 공급된 오피스텔 5만9946실 중 전용 60~85㎡ 오피스텔은 1만272실(17%)에 달했다. 2014년 전체 4만2758실 가운데 2625실(6%)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전·월세난이 심해지면서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던 주거용 오피스텔 붐이 다시 불고 있다”며 “주로 수도권 택지지구나 역세권 개발지구 등에 대규모로 공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씨의 사례처럼 주거용 오피스텔을 구입한 후에는 아파트 구입자들보다 더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제도적으로 주거용 오피스텔은 여전히 ‘주택’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자가 저렴한 주택금융공사의 담보대출상품을 이용할 수도 없다. 은행권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주택 외 건축물로 토지나 상가 건물과 같은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주택담보대출보다 연 0.5% 이상 금리가 더 비싸다.

각종 세금 면에서도 아파트보다 몇 배 더 부담해야 한다. 현재 오피스텔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받는 ‘업무시설’로 분류돼 구입할 때 매입가의 4.6%를 취득세(지방교육세 포함)로 내야 한다.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를 살 때의 1.1%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더 많이 부담하게 된다. 과거 한시적으로 적용됐던 ‘생애 첫 주택’ 취득세 감면 대상에서도 빠졌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을 구한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셈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주거용 오피스텔을 ‘업무용 시설’로 구분해 주택용보다 두 배가량 많은 재산세를 부과한다. 본인이 주거용임을 증명할 경우 재산세는 줄어들지만 구청마다 증명 방식이 제각각이다. 어느 곳은 관리사무소장의 확인서를 요구하기도 하고, 다른 곳은 실제 거주하는 사진을 제출하라고 한다. 전기요금을 낼 때는 반대로 ‘주택용’으로 구분해 더 비싼 요금을 내야 한다. 누진세율을 적용받지 않는 사업자용 전기요금을 적용받으려면 사업자증명서를 별도로 제출해야 한다. 주택용이 더 싼 가스요금과 수도요금은 오히려 업무용 요율을 적용받는다. 아파트와 달리 관리비 등에 10%의 부가세도 추가로 부담해야 하고 구청에 도로점용료도 나눠서 내야 한다.

주거용 오피스텔 입주자의 설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법률상 주택으로 인정받지 못해 초등학교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할 수 있다. 아파트의 경우 대규모 단지가 들어설 경우 수요를 고려해 초등학교 신설 부지 등을 확보해야 하지만 오피스텔은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경우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지구다. 킨텍스지구에는 아파트 3803세대와 오피스텔 4288세대 등 8091세대가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입주 이후 초등학생 수만 1300~16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오피스텔의 경우 학교용지 확보 의무가 면제되면서 43학급 초등학교 1곳만 교육청 인가를 받았다. 때문에 신설 초등학교에 배정받지 못한 500여 명의 학생은 인근 초등학교로 통학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2015년 9월2일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오피스텔 건립을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복잡하다” 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

이 같은 현상은 제도가 주거용 오피스텔과 같은 신흥 주거 형태를 뒷받침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정부는 과거에 오피스텔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오면서 기본적으로 업무 공간에서 주거를 겸할 수 있는 시설로 봤다. 때문에 주택법 대신 건축법의 적용을 받도록 규정했다. 이후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활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자 일부 제도 개선도 이뤄졌다. 불편을 초래했던 가스레인지나 욕조 설치, 바닥 난방 등을 허용하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섰다. 재산세 등을 부과할 때에도 실거주 사실을 입증하면 주택용으로 적용하는 길도 열어놨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건드리지 못했다.

주거용 오피스텔 소유주들의 불만도 거세다. 최근 광교 ‘힐스테이트 레이크’ 소유주 182명은 변호사를 통해 취득세 제도 개선을 위한 행정 절차에 돌입했다. 이들은 지난 3월 경기도청에 취득세 경정청구를 접수했다가 기각됐다. 이후 변호사를 선임해 조세심판청구·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황도현 전국아파텔입주자연합회 대표는 “어떨 때에는 업무시설로 보고 어떨 때에는 주택으로 보면서 불합리한 과세가 이뤄지고 있다”며 “정부가 오히려 싼 집을 찾은 사람들을 봉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민원을 넣으면 공무원들은 공감을 하면서도 법 근거를 들며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까지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입법적 보완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지만 국회는 정부만 바라보고 있다.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주거용 오피스텔의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주택법과 건축법 전반을 손봐야 하는 복잡한 문제”라며 “손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는 “주택과 달리 상업지구·준공업지역 등에 들어설 수 있는 등 각종 건축 규제 등이 달리 적용돼왔다”며 “단순히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인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으로 포함시키는 순간 ‘1가구 다주택자’가 다수 양산될 수 있고, 소급입법 금지 원칙을 적용할 경우 기존 오피스텔 주거자와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며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주거용 오피스텔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 또한 손을 놓고 있다. 오히려 정책 발표 때마다 주택 인정 여부가 달라져 혼란을 초래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부족한 소형 공급 확대를 위해 2010년부터 오피스텔 바닥 난방을 허용하고 건설 때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하는 등 ‘준주택’ 개념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4·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 오피스텔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이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취득세 면제 대상에서는 빠지고 양도세는 주택으로 인정해 면제해주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이후 이뤄진 공동주택 관리비 조사 대상에 오피스텔은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4월22일 주거용 오피스텔 보유자의 주택연금 가입을 허용하기도 했다. 주택법과 건축법을 소관하는 국토교통부에선 “법 개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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