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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군부’ 밀어내고‘청년 노동당’으로 호위

북한, 제7차 노동당 대회 기점으로 ‘김정은 시대’로 체제 변신 꾀해

이승욱 기자·고유환│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ㅣ . | 승인 2016.05.05(Thu) 17:42:26 | 13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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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전 세계의 눈이 평양으로 향하고 있다. 1980년 이후 36년 만에 열리는 북한의 조선노동당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5월6일 북한은 조선노동당 제7차 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북한의 제7차 당대회는 명실상부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팡파르다.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로 국제사회에 이단아(異端兒)로 인식되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김일성-김정일 등 선대(先代) 권력자들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기식(式) 정치’를 시작하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선대 시대와 구분되는 김정은 시대의 핵심 키워드를 ‘청년’이라고 보고 있다. 서른두 살의 김정은이 늙은 군부의 둥지를 벗어나 젊은 권력 엘리트들 중심의 ‘청년 노동당’의 호위를 받으면서 절대 권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핵실험 도발과 경제 제재, 그리고 경제난의 암울한 그림자는 당대회 이후에도 김정은 시대에 드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4월19일 북한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평양시대표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이 대회에서 제7차 노동당 대회의 대표자로 추대됐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


유독 ‘청년’ 강조하는 북한 노동신문

7차 당대회의 관전 포인트는 김정은 시대의 당 강령과 규약, 당 노선과 정책 및 전략전술, 경제발전, 대외정책, 통일방안, 조직과 인사 개편 등에 관한 것이다. 특히 북한 지배 체제의 변화를 드러내는 인적 쇄신의 양상은 김정은 시대의 북한을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근 흥미로운 분석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박주화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과 김갑식 북한연구실장은 4월28일 ‘노동신문 텍스트 분석을 통해 본 제7차 당대회 전망’을 발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당대회 개최를 발표한 지난해 10월31일부터 올해 4월22일까지 보도한 기사 5460개 중 당대회를 언급한 1554개 기사를 분석한 것이다. 분석 결과 ‘청년’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횟수가 4450회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김정은’ ‘김일성’ ‘김정일’ 그리고 ‘강국’ ‘선군’ 등 북한의 최고 권력자들 이름과 북한 체제를 상징하는 단어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빈도를 보인 것이다.

유독 ‘청년’을 강조하는 당대회 관련 노동신문의 기사는 5월6일부터 열리는 당대회의 핵심 키워드를 예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정은의 나이는 32살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의 북한 핵심 엘리트가 60대 이상이라는 점에서 어린 김정은에게 나이는 ‘미숙함’이라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김정은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청년강국의 위용’ ‘청년 돌격정신’ ‘청년문화 창조’ 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통치 엘리트의 세대교체 여부를 관찰해봐야 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지난 4년여 동안 권력 공고화 작업과 인민생활 향상의 부분적 성과를 바탕으로 7차 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전략노선 천명과 권력 엘리트 교체를 통해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려 한다. 김정은 정권은 2011년 12월17일 김정일 사망과 동시에 수령체제란 시스템에 의해 권력승계를 완료했지만, 권력을 공고히 하는 데 집중하느라 당의 새로운 정책노선 제시와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는 권력 엘리트 교체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김정은 정권은 권력 공고화의 위협요소로 보이는 당의 장성택 일파 숙청과 군의 현영철 처형 등을 통해 권력 상층부를 정비했다. 7차 당대회에선 이미 선출한 3300여 명의 대의원과 함께, 140여 명의 중앙위원회 위원, 정치국 상무위원과 위원, 비서국 비서, 그 밖에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등 당의 주요 기관의 인선을 확정하게 될 것이다.

지난 36년 동안 당대회가 열리지 않아 북한 통치 엘리트의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7차 당대회에서 혁명 2세대가 대거 물러나고 혁명 3~4세대들의 약진이 두드러질 가능성에 대해 주목해봐야 할 것이다. 앞서 김정일은 ‘혁명선배를 존대하자’고 하면서 권력기반 구축에 있어 노·장·청 배합을 꾀했다. ‘청년중시’를 내걸고 있는 김정은의 경우 청년비중을 높여 혁명 3~4세대 중심의 권력기반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 그 밖에 김정은 시대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한 계획과 조치, 전(全)한반도 공산화와 관련한 당 규약 수정 여부와 새로운 통일방안 제시 등을 관찰해봐야 할 것이다.

체제 공고화 위해 핵 억제력을 부각시킬 듯

제5차 핵실험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북한 핵 문제가 당대회에서 어떻게 논의될지도 관심사다. 지난 1월6일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과 2월7일 광명성 4호 로켓 발사 등 일련의 전략적 도발은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김정은의 치적으로 핵 억제력 강화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이 인민생활 향상을 공약했지만 외부 세계의 제재와 압박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핵 억제력 강화를 치적으로 내세우고 통치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이 앞으로 수십 년 장기집권을 염두에 둔다면 제재와 압박이 가중된다고 해도 핵 억제력을 갖춰 놓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핵실험과 로켓 발사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정권은 지난 4년여 동안 두 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임을 과시하고 여세를 몰아 7차 당대회를 개최해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려고 한다.

이번 당대회에서 관찰할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견지해왔던 정책노선 유지 여부일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출범하면서 북한이 내세운 기본정책 노선은 ①김일성-김정일주의(주체사상과 선군사상) 고수, ②당-국가체제 복원과 내각책임제 강화, ③경제·핵 병진노선 추진, ④속도전식 ‘단숨에’ 따라잡기 발전전략 추진, ⑤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평화로운 환경조성 차원의 대외관계 확장 노력, ⑥북미 평화협정 체결 요구 등인데, 이러한 기존 정책노선의 유지 또는 변화 가능성을 주목해봐야 할 것이다.

과감한 새 정책노선 제시는 쉽지 않을 듯

3대 세습으로 이뤄진 수령체제의 태생적 한계를 고려한다면 북한이 7차 당대회에서 과감한 사상이론적 조정을 통한 새로운 정책노선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 제재 국면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북한이 과감한 정책노선의 전환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7차 당대회에서 북한은 선대(先代) 수령들의 유훈관철을 강조하면서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이룩한 핵 고도화와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한 성과를 내세우면서 체제결속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제재 국면의 현 정세를 고려한다면 당초 북한이 계획한 대로 7차 당대회를 ‘승리자의 대축전’으로 즐길 수 없고, ‘휘황찬란한 설계도’를 제시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7차 당대회를 계기로 북한은 핵 억제력에 기반한 김정은 친정체제를 구축해 위기관리체제를 강화하고 ‘자강력(自强力) 제일주의’로 난관을 헤쳐 나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

 

36년 만의 당대회…김정은 체제 불안정성 엿보여  

1980년 10월 열린 조선노동당 제6차 당대회 장면. ⓒ 연합뉴스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이 1974년 후계자로 지명된 이후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공동정권’으로 운영됐다. 김정일을 후계자로 공식화한 1980년 6차 당대회 이후 5년마다 열리기로 돼 있는 당대회가 36년 동안 열리지 않았다. 표면적 이유는 “인민생활을 한 단계 더 높이고 제7차 당대회를 해야 한다”는 김일성 주석의 교시를 이행하지 못해 36년 동안 당대회를 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실질적인 이유는 김일성·김정일 공동정권 후반부와 김정일 정권 시기 수령 중심의 직할통치체제를 운영했기 때문에 당대회를 개최하지 않아도 통치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1980년대 중반 이후 본격화한 사회주의권 개혁·개방과 곧 이은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먹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100만명 내외의 북한 주민들이 굶어죽은 ‘고난의 행군’ 등으로 당대회를 개최할 여유를 갖지 못했다는 것도 이유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일이 후계자로 실질적으로 북한을 통치하면서부터 북한은 당을 통한 제도적 통치가 아닌 지도자의 신성(神性)에 의존하는 수령체제를 운영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당대회를 통해 주요 정책노선과 정책을 결정하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김정일 시대가 공식화 된 이후에는 국가기관인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선군정치’를 함으로써 당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김정은으로의 후계를 서두르면서 김정일은 선군정치로 과대성장한 군부의 힘 빼기와 함께 당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2008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뇌졸중을 계기로 북한은 김정은으로의 후계를 서두르기 위해 2010년 9월 제3차 당대표자회를 개최하고 당 기능을 정비했다. 당대표자회는 당대회와 당대회 사이에 당의 노선과 정책 및 전략전술에 관한 긴급한 문제의 토의결정과 인사개편 등과 관련한 중요한 현안이 있을 때 열리는 당대회에 준하는 당의 중요 행사다.

김정일 사후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북한은 2012년 4월 제4차 당대표자회를 열고 김정은을 제1비서로 추대하는 등 권력개편과 당규약 개정 등 김정은 정권 출범에 따른 당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당대회를 열기 어려운 조건에서 당대표자회를 개최해 급한 대로 당을 정비하고 당·국가체제의 모습을 갖췄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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