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고소했더니 진정으로 처리한 검찰 어찌 믿나”
  • 이승욱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0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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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 고소사건, 검찰 처분에 고소인 또 ‘울분’

유종화씨가 검찰에 제출한 고소장(왼쪽)과 검찰로부터 받은 진정사건 통지서.


유종화씨(44)는 2013년 상해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돼 서울북부지법에서 재판(병합 심리)을 받았다. 유씨는 1심 재판에서 상해 혐의만 적용돼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항소심) 재판에서는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추가로 인정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2013년 11월 유씨는 대법원 상고가 기각돼 형이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유씨는 항소심 재판부가 유씨의 공무집행방해 혐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CC(폐쇄회로)TV를 재판정에서 확인하지 않아 재판 절차를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91조 1항에선 ‘소송 관계인이 증거로 제출한 서류나 물건은 검사, 변호인 또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개별적으로 지시·설명해 조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유씨는 항소심 당시 재판관 3명을 직무유기죄와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 방해죄로 고소하기에 이른다.<시사저널 2016년 3월29일자 1380호 ‘재판부가 법 안 지켜 무죄가 유죄로 뒤집혔다’ 기사 참조> 

 

법관 고소했는데 날아온 건 ‘진정 처분 통지’

 


유씨는 지난 3월22일 해당 판사들을 대검찰청에 고소했다. 하지만 유씨는 관할 지방청인 서울북부지검으로부터 처분을 받고 낙담했다. 담당 검사로부터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혐의 없음이 명백해 공람 종결했다’는 통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씨가 검찰로부터 받은 통지서에서 납득되지 않는 의문이 생겼다. 유씨가 받아든 통지서에는 ‘진정사건 처분결과 통지’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유씨는 자신의 사건이 진정사건으로 뒤바뀐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우여곡절 끝에 검찰을 통해 확인한 결과, ‘검찰사건사무규칙 141조에 근거해 진정사건으로 처분했다’는 짤막한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검찰사건사무규칙 141조(진정 등 수리)에 따르면, 검찰이 고소인이 고소사건으로 제출한 서류를 진정사건으로 수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고소장에 의한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구체적 사실이 적시되지 않은 경우 △고소가 본인의 진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가 확인되지 아니하는 경우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유씨는 “관련 조항을 아무리 뒤져보고 주변의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했지만 이 조항을 적용해 진정사건으로 처리했다는 것은 납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건 처분을 한 서울북부지검 관계자는 “고소사건을 진정사건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유씨의 사건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어디에서 진정사건으로 처리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만약 재판 결과가 억울하다는 이유로 고소사건이 안 되는 경우에도 판사를 고소하면 고소사건이 남발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해당 사건도 검찰이 사건 혐의가 불분명하거나 범죄가 성립되지 않은 경우로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고소사건과 진정사건은 사건의 처리나 경중에서도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 “고소사건을 진정사건으로 처리할 경우 엄격하게 규정에 적합한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법률에 비춰 판사가 법을 위반한 사실은 100% 확인되고 있는데도, 그 어떤 이유를 밝히지도 못하는 검사가 한 '혐의 없다'는 말 한마디로 혐의 없는 게 돼 버렸다"면서 "법보다 검사의 말 한마디가 더 센 것이 지금 대한민국 사법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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