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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중국에 끽소리도 못하는 정부

정부가 내놓은 대기오염 특별대책, 중국 관련은 두루뭉술한 대안만 있어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6.07.08(Fri) 18:06:23 | 13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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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대기환경합동조사에 투입되는 미국 항공우주국의 DC-8 항공기에서 NASA 연구원이 내부 장비를 조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전 세계 공기오염 수준을 찍은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서울은 중국 베이징,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과 함께 최악의 공기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NASA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세계 195개 도시의 이산화질소 농도를 추적해왔는데, 서울은 전체 도시 중 5번째로 공기 질이 나쁜 것으로 측정됐다. 대기오염의 지표 가운데 하나로 활용되는 이산화질소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공장 굴뚝 등에서 배출되는 물질이다.

 

NASA 연구팀은 아예 올해 5월부터 한 달 동안 한국에 머무르며 국립환경과학원과 공동으로 대기오염을 조사했다. 양국의 연구 인력 580명이 각종 장비를 실은 3대의 비행기로 394시간을 비행하며 수도권과 충남지역의 대기 질을 측정했다. 화력발전소가 몰려 있는 충남의 대기오염이 서울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피해 근거 제시해 중국 압박할 필요”

 

세계보건기구(WHO)는 2011년 200만 명이 실내외 공기 오염으로 사망한 데이터를 공개한 바 있다. 그 원인으로 WHO가 지목한 것 중 하나도 화력발전이었다. 2014년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대기 질을 연구하는 다니엘 제이콥 하버드대학 대기화학환경공학과 교수는 매년 한국에서 1100명이 화력발전소에서 내뿜는 공해로 사망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국내에는 53기의 화력발전기가 있다. 정부는 11기를 건설 중이고, 추가로 9기를 증설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해 제이콥 교수는 “값싼 에너지라는 함정에 빠져 과거 미국이 저질렀던 실수를 한국이 똑같이 답습하는 것”이라며 “여론의 반대가 심한 원자력발전 대신 석탄 화력발전을 늘린다는 계획은 세계적인 친환경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외국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대기오염에 끼치는 외국의 영향은 30~80%다. 특히 중국은 1990년대 이후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며 굴뚝산업 정책을 펴왔다. 그 결과, 대기오염은 심각해졌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6월3일 발표한 ‘2015 중국환경상황 공보’를 통해 지난해 338개 도시 가운데 78%인 265개 시의 공기 질이 중국 정부의 자체 기준치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베이징·톈진·허베이와 주변의 산시·산둥·네이멍구·허난 지역의 대기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꼽혔다. 중국의 주요 도시 가운데 78%가 심각한 대기오염 상태인 것이다.

 

오염물질은 한반도로 넘어온다. 배리 레퍼 한미협력 국내 대기 질 공동조사연구 총책임자는 5월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6 동북아 대기 질 개선 국제포럼’에서 “중국 등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이 미국까지 멀리 이동한다”며 “탄소배출량을 일부 국가에서 줄인다고 해서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므로 대기 질 개선을 위해서는 여러 국가가 동참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여론에 떠밀린 정부는 6월3일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특별대책에는 중국과 핫라인을 구축해 대기 질 자료를 공유하고 연구한다는 정도의 두루뭉술한 대안만 담겨 있었다. 또 정부는 중국 제철소에 한국의 방지시설과 기술을 적용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유차와 공장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인다는 ‘국내용’ 대안과 달리 중국 등 외국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에 대한 대응은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을 압박할 만한 능력 부재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덕환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은 “중국발 대기오염 물질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서 중국에 항의할 만한 과학적 근거를 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정부는 중국에 공해 방지 기술을 전수한다는데,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돈이다.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를 가스 등으로 바꿔야 하는데, 막대한 돈이 드니까 중국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중국이 뭉그적거리는 동안 우리는 피해를 보고 있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는 등 중국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세먼지, 뇌경색부터 당뇨까지 만병의 근원

 

 

스모그로 뒤덮인 중국 허베이성 한단시(市)의 도로에서 경찰관이 삼륜자동차 운전자와 얘기를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4년 세계 사망자 8명 가운데 1명은 실내외 공기 오염이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의 사망 원인은 심혈관 질환(40%), 뇌졸중(40%), 만성폐쇄성 폐 질환(COPD·11%), 폐암(4%) 등으로 나타났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건강에 미치는 수많은 환경적 요인 가운데 미세먼지가 70%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하고, 이는 특정 직업인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미세먼지가 폐를 거치지 않고 코를 통해 바로 뇌로 이동해서 뇌 질환과 치매 등을 일으킨다는 연구 보고가 최근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폐로 들어가서 염증 유발 물질을 만들어 심근경색과 뇌경색의 원인이 된다. 조엘 카우프만 미국 워싱턴의대 교수팀은 5월 초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할수록 관상동맥 내 칼슘 수치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초미세먼지는 관상동맥 석회화의 주된 위험인자”라고 경고했다. 미국 심장학회도 미세먼지에 불과 몇 시간에서 몇 주 정도만 노출돼도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커지고, 몇 년씩 장기간 노출된 경우에는 평균수명이 몇 년씩 줄어들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6월에는 미세먼지가 뇌졸중 발병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과대학의 밸러리 페이긴 교수팀은 188개국에서 뇌졸중 발병과 17개 위험인자 간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예상치 못하게 대기오염이 뇌졸중 발병 원인의 3분의 1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는 암도 일으킨다. WHO 암연구소는 2013년 대기오염을 인체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디젤 배기가스나 중금속처럼 미세먼지도 폐암을 일으키는 물질로 정의한 것이다.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아도 공기가 나쁜 곳에 살면 폐암에 걸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당뇨도 유발한다는 보고도 나왔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당뇨병센터 소장은 “미세먼지가 당뇨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결과들이 있다”며 “미세먼지가 우리 몸에서 산화성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이는 염증 물질을 만든다. 이 염증 물질은 인슐린 저항성을 갖게 되는데 이것이 당뇨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뇨에 걸리지 않더라도 미세먼지는 혈액 내 단백질(알부민 등)에 당을 붙여 특정 물질(당화생성물)을 만드는데, 이것이 당뇨병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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