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역분쟁, 소송보다 중재가 더 효율적”
  • 정지원 시사비즈 기자 (yuan@sisabiz.com)
  • 승인 2016.07.08 18:21
  • 호수 1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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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리 국제분쟁해결기구 부회장 “한국, 국제분쟁 대응력 떨어져…중재 전문 변호사 양성해야”

 

 

전 세계적으로 무역분쟁이 늘고 있다. 각국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화하는 탓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의 산업구조 특성상, 세계적으로 무역분쟁이 늘어나는 것은 악재다. 무역분쟁은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에 국제분쟁 전문가들은 소송보다 중재를 권한다.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중재가 소송보다 훨씬 낫다고 한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은 국제 중재를 활용하길 주저한다. 중재 절차가 생소하고 전문 변호사가 부족하다 보니 이에 따른 비용이 상당한 탓이다. 

 

마이클 리 미국중재협회/국제분쟁해결기구(AAA/ICDR) 부회장은 “국제 중재 규칙에 정통한 한국 변호사가 적은 탓에 한국에서 중재 사건을 수임할 변호사를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고 말했다. 마이클 리 부회장은 한국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스웨덴 스톡홀름 로스쿨과 미국 플로리다 세인트토마스 로스쿨에서 각각 법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금은 미국중재협회 국제분쟁해결기구 아시아사무소 대표로 한국·중국·일본·홍콩·대만 등 아시아 지역 사무소들을 총괄하고 있다. 미국중재협회 한국사무소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방한한 마이클 리 부회장을 6월21일 만났다.

 

 

한국 기업이 한 해 ‘미국중재협회/국제분쟁해결기구’에 중재를 얼마나 요청하나.

 

미국 기업 간 분쟁을 제외하면 국제 중재 수는 연간 약 1000개다. 이 중 유럽과 아시아 관련 사건이 절반을 차지한다. 한국 업체는 15~17건에 불과하다. 한국이 세계 7위 무역 대국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적다. 그만큼 한국 기업들이 중재라는 분쟁 해결 수단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 상사 분쟁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지닌 분쟁 대처 능력은 어떤가.

 

비영어권 국가 변호사들이 구두변론이나 대질심문을 어려워한다. 한국인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국제무대에서 능수능란하게 재판을 이끌 수 있는 한국 변호사는 20명 안팎에 불과하다고 본다. 비영어권 국가의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게 소액사건은 서면 위주로 변론할 수 있게 국제 중재 규칙을 개정했다. 그럼에도 규칙이 바뀐 것조차 변호사들이 모르고 있는 듯하다. 3억~4억원 규모의 작은 사건을 맡을 한국인 변호사를 찾기 힘들다. 이에 중재 전문가로서 한국에 국제 중재 노하우를 전수해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게 됐다. 

 

중재가 소송보다 좋은 점이 무엇인가.

 

중재는 소송과 달리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 주로 건설 등 전문적이고 시간적 제약이 많은 산업체들이 활용한다. 판결 내용이 비공개라는 장점이 있다. 특히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체들이 중재 기관을 활용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본다. 연예인이나 연계기획사들은 소속 연예인의 이미지를 중시하므로 중재 기관을 통한 비공개 판결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삼성전자와 애플도 특허 소송을 벌이기보다 중재를 활용하는 게 좋지 않겠나.

 

삼성전자와 애플도 국제 중재를 통해 특허 분쟁을 해결할 수 있었다. 국제 중재는 일반적으로 한 번의 판결로 종결된다. 집행국가에서 항소심을 허락할 경우 공평성 문제가 다시 떠오르기 때문이다. 법이 인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면 당사자들은 항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사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이를 부담스럽다고 판단한 듯하다. 기업은 국제 소송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다 수많은 국가에서 소송을 벌이며 승패가 엎치락뒤치락하기도 한다. 중소기업들은 소송비용을 감당하기 벅차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엔 중재가 훨씬 낫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기업이 중재로 상사 분쟁을 해결한 사례를 소개해달라. 

 

국제 중재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사건 자체가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각보다 국제 중재는 우리 일상에 가까이 있다. 내로라하는 한국 기업들이 누구나 알 만한 사건으로 국제분쟁해결기구(AAA/ICDR)를 찾는다. 한국 기업들이 사용하는 수출입에 관한 표준 계약서 대부분에 국제 중재 조항이 들어가 있다. 


국제 중재는 관할 법원을 어떻게 정하나. 분쟁 당사자들이 미국 기업도 아니고 미국 내 사장을 두지 않더라도 미국의 국제분쟁해결기구에 중재를 신청할 수 있나.

 

물론이다. 국제 상사 분쟁은 정관이 아닌 당사자 간 계약서가 국제중재기구와 중재판정부 관할권을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당사자들은 합의하에 관할 국제중재기구를 결정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사립국제중재기관으로 가고자 하는 흐름이 형성됐다. 미국의 국제분쟁해결기구는 국제 관련 사건을 전담하기 위해 20여 년 전 특별히 만들어진 사무국으로, 전 세계 어떤 기업도 계약서에 중재 조항을 삽입해 중재를 신청할 수 있다. 싱가포르·미국·한국·멕시코·캐나다·바레인에 사무국을 두고 있다.

 

한국 기업이 국제중재기구에 중재를 신청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분쟁 당사자 한쪽에만 유리한 중재 조항은 상대방의 반발로 합의에 이르기 어려워 중재 조항에 넣기가 어렵다. 실익보다 더 중요하고 현실성 있는 것이 공평성이다. 누구에게도 치우치거나 특혜를 주지 않는, 당사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조항이 계약서에 들어간다. 한국 사무국이 활성화돼 영어에 능통한 한국인 전문 변호사들이 다수 배출되면 한국 기업이 영어를 못해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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