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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남길, NGO 대표로 또다른 길 위에 서다

”꾸준히, 그리고 조용히 길 위에 설 것“...NGO로 대표로 만난 배우 김남길 (上)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8.16(Tue) 17: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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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35)이란 배우가 대중들에 이름을 알린 것은 2009년 MBC 대하드라마 《선덕여왕》 속 ‘비담’이란 캐릭터 덕분이었다. 이 드라마로 일약 스타 반열에 오른 이 배우는 드라마 종영 직후 여느 ‘스타’들과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였다. 2009년 말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에 내레이션으로 참여하고 이듬해 1월에는 강진과 쓰나미로 폐허가 된 인도네시아로 구호활동을 떠났다. 연예인들이 카메라 수십 대를 달고 해외 봉사를 떠나는 사례는 그 전에도 많았다. 당시 김남길도 역시 ‘그저 그런’ 스타 중 한 명으로 보였을 뿐이었다. 


그로부터 6년 뒤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180cm가 훌쩍 넘어 보이는 훤칠한 키에 ‘올 블랙’으로 맞춰 입고 나타난 그는 더 이상 ‘그저 그런’ 스타가 아니었다. 여전히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인 동시에 ‘NGO 대표’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는 2013년 문화예술 NGO ‘길스토리’를 설립했다. 2010년 이후 몇 차례 해외 구호활동을 경험한 뒤 ‘보다 지속가능한 사회공헌 활동’을 고민한 끝에 설립한 단체다.  

“평소 트레이닝 복만 입고 다니는데 사진 찍는다 해서 간만에 옷도 차려입고 머리도 하고 나왔다”는 김남길 대표는 스크린 속 다소 어둡고 진지하게만 보였던 이미지와 달리 경쾌하고 진솔했다. 사전 질문지를 보내줬지만 “내가 아는 선에서 답하겠다”며 어떤 답안도 미리 준비해오지 않았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한 마디 한 마디 생각 끝에 내뱉었다. 연기만큼이나 자신이 대표로 있는 이 NGO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보였다.


NGO를 설립했다는 말을 듣고 의아했다. 원래 사회 운동에 관심이 많았나. 

기본적으로 ‘다 함께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 지금도 NGO 대표로서 그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무명 시절부터 친구들한테 “나중에 내가 유명해지면 사람들 많이 돕고 살겠다” 그랬다더라. 정작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다짐이었지만. 

처음부터 NGO를 등록할 계획은 없었다. 사실 연예인의 ‘이름값’을 이용해 뭔가를 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게 비영리적인 일이건 영리적인 일이건. 카메라로 활동을 담아낸다는 것 자체가 ‘이벤트성’으로 비춰졌기 때문에 극도로 꺼려했었다. 나는 연극무대에서 연기자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 가족도 밥 굶고 있는데 남을 돕는 게 사치처럼 느껴졌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굳어진 생각이 상당히 오래갔다. 해외봉사도 그렇다. ‘우리나라에도 힘든 사람이 많은데 굳이 해외까지 가서 봉사활동을 할 필요가 있을까, 보여주기에 그치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었다. 그래서 공식적인 자원봉사 활동은 아예 하지 않았었다.

 

처음 자원봉사활동을 한 게 2010년 인도네시아 지진피해 구호활동인건가.

 

2010년 1월 주변 권유에 따라 인도네시아로 구호활동을 가게 됐다. 사실 좀 충격적이었다. 기본적인 의식주자체가 해결이 안 되는 환경이었다. 당시에 MBC 카메라팀과 함께 갔는데 카메라가 들어와 있는 것 자체가 점차 불편하게 느껴졌다. 이곳 사람들에게 뭔가를 해주고자하는 진정성마저 의심 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담당 PD와 싸웠다. 그때 PD가 했던 말이 “당신이 가진 인기와 그로 인한 영향력이란 게 있다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쓸 수 있다. 당신의 구호활동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준다면 당신에게 관심을 가진 많은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거였다. 어쨌든 그땐 제가 ‘핫’했을 때니까(웃음). 생각이 조금 바뀌게 된 계기였다. 


인도네시아 구호활동 이후 이런 지원활동이 좀 더 체계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일회성으로 잠깐 갔다 오는 거지만 막상 도움을 받는 그곳 사람들은….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남아 있는 사람들 마음 속 허무함 혹은 외로움 같은 상처들이 커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당시 구호활동을 함께 했던 지인들과 ‘앞으로의 일’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지금 당장의 돈이나 물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이 있다면, 또 그 믿음을 볼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연예인으로서 가진 영향력을 좋은 곳에 쓰고자 NGO를 설립한 것인가. 

 

나도 그랬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라도 좋은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의 준비가 다 돼있다고 생각한다. 그 마음에 어떻게 불을 지펴주느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처음엔 무작정 지인 몇 명과 내 집에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회의를 했다. ‘어떻게 도울까, 누구를 도울까’ 다만 너무 거창해보이기는 싫었다. 그렇게 조금씩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고 했다. 굳이 언론에도 알리지도 않았다. 내가 가진 영향력이란 게 기본적으로 ‘팬덤’이다. 그래서 팬들 위주로 성금 모으기, 자원봉사활동 등을 시작했다. 

 

성금 모금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단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안 그러면 개인 명의로 돈을 보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금하다가 투명성과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NGO를 설립하게 됐다. 현재 우리 사이트에 들어오면 성금내역부터 영수증 하나까지 모두 공개하고 있다.

‘길스토리’에는 작가·화가·작곡가·사진작가·IT전문가·변호사·회계사·번역가 등 100명이 넘는 다양한 전문가가 프로보노(Probono·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로 활동 중이다. 왜 이런 방식을 선택했는가?

고등학생 때부터 연기자로서 한우물만 팠다. 당연히 NGO 운영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 대표로서 길스토리에서 이뤄지는 많은 결정의 최종 결정을 제가 하고 있지만 사실 운영 측면, 특히 법적 측면으로 들어가면 저는 아는 것이 없다. 나 혼자 좋아서 하려다보면 사회공헌 활동에 있어서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내가 연예인이다 보니 내 영향력이란 게 인기에 따라 좌우된다. 그런데 인기란 게 지속되지 않는다. 늘 공평하다.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늘 다른 사람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20대 때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30대 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또 한참 뒤 선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어릴 땐 그걸 몰랐는데…. 내 이름만 가지고 단체를 시작하다보면 결국 혼자 짊어지고 갈 수 있는 거리가 그리 길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거창한 것’ ‘보여주기 위한 것’에 대해 거부감이 큰 것 같다.

그래서 원래 인터뷰도 안 하려고 했다(웃음). 아직 제대로 한 것도 없고, 또 좋은 일이란 게 눈에 띄게 할 필요는 없지 않나. NGO를 설립한 것도 ‘나 이런 것도 한다’ 이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일종의 결벽증 때문이다. 나도 때때로 기부를 하곤 했지만 기부를 할 때마다 ‘내가 내는 이 돈이 어디로 가는 걸까’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나 스스로가 이렇다보니 나를 보고 성금을 보내오는 사람들 역시 그런 답답함이 있겠다 싶었다. 이런 부분까지 투명하게 공개하고자 NGO를 만든 것도 크다. 길스토리를 만들면서 제일 중요하게 여긴 것 중 하나가 ‘이 단체는 무조건 비종교적이고 비정치적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 있다.

좋게 말하면 사회비판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매사에 의심이 많은 것 같다.

난 기본적으로 긍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길스토리를 통해 사회환원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웃음). 자기검열은 좀 강하게 하는 편이다. 연예인들이 SNS에 자기 생각을 여과 없이 올리는 것에 대해서도 조금 생각이 다르다. SNS는 위험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됐든 우리 사회에서 배우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직업이다. 말 한 마디를 할 때에도 그것이 가져올 파급효과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물론 잘못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요하지만 모든 이슈에 대해 거침없이, 누군가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 생각을 얘기하는 건 다르다고 본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오롯이 나의 생각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건 남들이 어떻게 볼지가 아니라 내 얘기가 과연 맞는 지다.

서울 한양도성 10人10色​ 프로젝트를 위해 현장 촬영 중인 김남길 대표.(위 사진들) 아래 사진들은 그가 대표로 있는 NGO '길스토리'의 필리핀 구호활동 모습을 담고 있다. © 길스토리 제공


다시 사회공헌 얘기로 돌아가면, ‘길스토리’는 해외 구호활동을 위해 성금을 모으는 게 주된 활동은 아니지 않나.

현재 길스토리가 진행 중인 활동은 크게 다섯 갈래다. 스토리펀딩 <우리가 만드는 문화유산, 한양도성>, 시민참여캠페인 <서울 한양도성 10人10色>, 문화예술캠페인 <길을 읽어주는 남자 > 시리즈, 문화예술캠페인 , 그리고 재난구호캠페인이다. 올해 초까지는 <길을 읽어주는 남자> 시리즈에 집중했다. 서울 성북과 북촌의 ‘길’들을 찾아 그곳에 담긴 사람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음성파일과 영상, 그리고 사진을 통해 ‘길’에 담긴 시대적․역사적 의미를 담아내려고 했다. 

좋은 일이란 게 지금 당장 기부하고 돈으로 무엇을 하고, 이런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돈이란 게 자본주의 시대에 가장 강력하고 효과는 빠를 순 있겠지만. 늘 ‘근본적인 것’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근본적 가치란 결국 ‘인간성’이다. ‘길’이란 소재는 그런 면에서 여러 갈래 생각할 지점을 던져준다. 길이란 게 한 사람이 걷고 있는 길인 한 편 여러 사람이 지나다니며 형성해온 길일 수도 있다. 또 단순하게 우리가 걷는 길이 아니라 방향성 문제일 수도 있다. ‘road’가 아닌 ‘way’인 셈이다. 

마침 내 이름에 ‘길’자가 들어있지 않나(웃음). 앞으로 ‘김남길이 하는 NGO’로서의 길스토리가 아니라 ‘길을 주제로 좋은 일 많이 하는 NGO가 있는데, 김남길이 거기 소속돼있다더라’ 이런 평가를 듣는 단체로 꾸려가고 싶다. 꾸준히 길 위에 오르고 싶다. 큰 욕심 없이 소소하게. 

 

▶ 인터뷰 바로가기 (下) 「"두 번째 기회를 줄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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