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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커녕 ‘쪽박’ 찰 신세 놓인 면세점 사업

서울 도심에만 9개 몰려…과잉공급으로 ‘공멸’ 우려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9.29(Thu) 07:00:36 | 14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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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의 꽃’이라 불리던 면세점 사업이 당초 예상과 달리,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사업’으로 전락할 조짐이다. 지난해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이전투구식 경쟁을 벌였던 재계에서는 예상보다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자 자칫 면세점 사업권이 ‘독이 든 성배(聖杯)’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면세점 사업은 내수업종 계열사를 보유한 국내 대기업에는 사활을 걸 만한 사업임이 분명해 보였다. 경기 불황으로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꾸준하게 늘어난 것에 한 가닥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올 1~5월 내국인의 해외여행객 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최대 29.8%(2월), 최소 4.9%(5월)씩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 1~7월 사이 외국인 관광객 수 역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최대 17.5%(1월), 최소 6.1%(4월) 증가했다. 올 7월말 현재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981만 명으로 지난해(1~12월) 입국자 수(1323만 명) 기준 74.1% 수준을 기록했다. 출·입국자 모두 늘어났다는 것은 국내 면세점 업체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간단치 않다.

 

올해 국내 면세점 업계는 양극화가 뚜렷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면세점 시장의 총매출액 규모는 5조77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1% 늘었다. 작년 매출(9조2000억원)의 62% 수준이다. 롯데, 신라면세점 등 기존 사업자는 매출 신장의 수혜를 입은 반면, 새롭게 진출한 업체는 부진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하나투어 빌딩에 위치한 SM면세점 © 시사저널 최준필


신규 면세점, 대부분 대규모 적자 발생해

 

현재 서울에는 9개의 시내면세점이 있다. 롯데, 신라 등을 제외하고 5개 업체는 지난해 7월과 11월 각각 사업권을 따냈다. 이 중 신라아이파크면세점, 갤러리아면세점63, 에스엠면세점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영업을 개시했고, 신세계DF면세점과 두산면세점은 올 5월에 문을 열었다. 반대로 워커힐면세점(5월16일 영업 종료)과 롯데월드타워점(6월26일 영업 종료)은 폐점했다. 

 

그중 하나투어·로만손 등이 공동출자해 만든 에스엠면세점은 가장 사정이 좋지 못하다. 당초 정부는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중소기업 전용 면세점을 기획했으며, 에스엠면세점은 그런 이유에서 출발했다. 에스엠면세점을 비롯한 신규 면세점이 고전하는 이유는 왜일까? 관련 업계에서는 가장 큰 이유를 철저한 준비 없이 사업에 성급하게 뛰어든 데서 찾는다. 메르스(중동호흡기질환) 여파와 경기 불황이 표면적인 이유라면, 면밀하게 시장을 분석하지 않고 뛰어든 것은 지금의 위기를 만든 근본적인 원인이다. 

 

또 주요 대기업들이 면세점을 유통사업의 일환으로 봤다는 것 자체가 패착이라는 지적도 있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마트는 브랜드 회사가 매장 운영비를 유통회사에 내고 입점하는 형식인 반면, 면세점은 운영사가 브랜드 유치부터 물건 구매까지 모두를 책임져야 한다. 제품공급 회사 입장에서 볼 때, 백화점·대형할인마트가 매장 임대사업자라면 면세점은 구매자인 셈이다. 갑과 을의 관계로 보면, 제품을 공급하는 브랜드 회사 쪽이 ‘갑’이고 유통사인 면세점은 ‘을’이다. 얼마나 좋은 브랜드를 많이 유치하느냐도 브랜드 제품 회사의 의지에 달려 있다. 김병혁 면세점인재개발연구소장은 “한꺼번에 허가를 내주다 보니 면세점 업체가 브랜드 회사에 질질 끌려가는 꼴이 됐다”면서 “지금은 명품 회사들의 배만 더 불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명품 업체들로부터 가격 할인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국내 면세점의 구매력이 커져야 한다. 할인에 따른 출혈도 고스란히 면세점 업체 몫이다. 신규 면세점들이 이른바 유럽 3대 명품으로 통하는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유치에 고전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고다 한국면세점협회 주임은 “협회 차원에서 기존 면세점을 통해 해외 유명 명품사들에 신규 및 중소 면세점 진출을 적극 요청하고 있지만, 결정 권한이 저쪽(명품사)에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에스엠면세점 영업 부진, 하나투어에 ‘불똥’

 

예를 들어, 에스엠면세점만 해도 올 2분기에만 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연결실적 기준으로 모회사인 하나투어 역시 2분기에만 2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결과다. 일본 구마모토(熊本) 지진과 유럽 테러로 인한 해외 여행객 수 감소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그보다는 82.54%(2016년 6월말 기준) 지분을 가진 자회사 에스엠면세점의 실적 부진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에스엠면세점 영업손실은 65억6000만원, 순손실은 49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대로라면 당초 100억원 선에 그칠 것으로 봤던 손실액이 200억~300억원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 역시 “당초 시장에서는 에스엠면세점의 경우 3년가량 고전하리라 예상했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영업이익 적자가 최대 5년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여행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 중인 하나투어지만, 한 해 200억~3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 손실을 5년간 유지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주요 증권회사들은 하나투어의 적정 주가를 조금씩 낮춰 잡는 추세다. 

 

보통 글로벌 면세시장에서 공항면세점과 시내면세점을 포함한 기타 면세점의 시장점유율 비율은 6대4이다. 우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다만 국내 소비자 기준으로 시내면세점은 정체되고 대신 인터넷 면세점 비중이 커지고 있다. 반대로 해외 관광객의 경우, 매출의 상당 부분이 시내면세점에서 나온다. 지난해 신규로 허가를 받은 업체들이 하나같이 시내면세점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런 구조적인 특성 때문이다. 

 

반면, 하나투어는 공항면세점의 매출이 시내면세점보다 월등히 높다. 지난 9월12일 기준, 공항점은 하루 거래건수가 3438건인 반면, 시내점은 769건에 불과했다. 이날 시내점 하루 매출액은 15만633달러(약 1억6800만원)에 그쳤다. 당초 목표치인 일매출 10억원에 턱없이 모자란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서울 인사동 하나투어 본사에 마련한 에스엠면세점은 애초 취지처럼 중소기업 제품들이 대거 입점해 있어 고가 제품을 싸게 사려는 국내외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두산도 당초 기대치 크게 밑돌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에스엠면세점 입장에서는 모회사인 하나투어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하나투어는 임정오, 최종윤 각자 대표 체제로 경영진을 교체했다. 최 대표는 하나투어에서 마케팅본부장과 유럽본부장을 역임한 마케팅 전문가다. 현재 마크호텔 대표도 겸하고 있다. 호텔과 면세점이라는 하나투어의 신규 사업 모두가 최 대표 몫이다. 최근 하나투어가 에스엠면세점의 마케팅과 홍보 담당 직원 10여 명을 하나투어 직원으로 채용한 것도 두 회사 간 시너지를 높이자는 차원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에스엠면세점 측면 지원에 대한 하나투어 사내외 반발도 상당하다. 협력업체를 상대로 에스엠면세점 할인쿠폰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대표적이다. 통상적으로 하나투어는 전문판매점 등 협력업체의 판매를 독려한다는 차원에서 목표를 초과달성한 중소 여행사에는 현금 및 상품권을 선물로 제공해 왔는데, 이를 최근 에스엠면세점 할인쿠폰으로 바꿔 빈축을 사고 있다. 한 전문판매점 관계자는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현금·상품권 등 기존의 인센티브가 매출일 수 있는데, 이를 자회사 면세점 쿠폰으로 지급한다면 누가 좋아하겠느냐”면서 “신라, 롯데 등 다른 대형 면세점들이 이미 할인쿠폰을 마구 공짜로 뿌리고 있는 마당에 (고객들에게) 그걸 선물로 준다고 해서 반기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송원선 하나투어 홍보팀 과장은 “신규 사업에 협력하자는 차원에서 벌인 마케팅 활동이며, 발행된 할인쿠폰은 회사 입장에서 보면 매출이 발생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두고 하나투어가 이익을 본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지난 6월 본사 마케팅부서에서 3분기(7~9월) 협력사 실적을 평가할 때 면세점 지원 실적도 포함시킬 것이라는 통보를 받고는 협력사 상당수가 황당해했다”면서 “매 분기마다 평가실적이 바뀌기 때문에 3분기 결과는 최종 10월에 나오겠지만, 이런 식으로 협력사를 동원해 면세점 영업을 독려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하나투어는 1~7단계로 협력업체를 구분, 수수료 등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역시 면세점 사업 적자가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백화점은 리뉴얼 효과 등으로 매출·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 반면, 면세점은 제주면세점만이 3월 이후 흑자 기조로 돌아설 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갤러리아면세점63은 72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보고서는 이런 이유를 들어 적정 목표주가를 기존 치보다 22.1% 내린 7만4000원으로 수정했다. 동대문에 문을 연 두산면세점도 일매출이 3억~4억원대에 불과,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돈다는 분석이다. 

 

 

흑자 턴어라운드, 당초 1~2년서 5년으로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공동출자한 신라아이파크면세점과 신세계DF면세점은 호텔신라와 신세계라는 유통 강자가 뒷받침하고 있어 그마나 사정이 낫다.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DF면세점은 2분기 매출 200억원에 1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신규 브랜드 입점으로 7~8월 이후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게 업계 공통적인 분석이다. 5월 개점 이후 일평균 매출이 6억원에 그쳤지만 7월 7억5000만원, 8월 초반 8억5000만원으로 조금씩 오르고 있으며, 8월 중순 이후부터는 일매출이 15억원으로 늘어났다.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가 입점하고 외국인 대상 온라인 면세점이 오픈하면서 최근 들어서는 일매출 2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면세점은 자금력·브랜드·위치가 초기 사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인데, 신세계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동에 시내면세점을 두고 있는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면세점 사업 특성상 초기 1~2년가량 적자는 불가피하다고 봤다. 하지만 최근 와서는 턴어라운드 시기를 5년으로 늘려 잡는 분위기다. 이러다가는 자칫 적자에 허덕이는 지방면세점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지난 2012년 관세청은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전국 9개 지방도시에 시내면세점을 승인했지만, 이후 2개 사업체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사업권을 반납한 바 있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신라아이파크면세점 © 시사저널 임준선

 

 

하반기 면세점 추가 시, 롯데·SK 재입성 유력

신세계 vs 현대백화점 ‘3라운드’ 돌입​ 

 

올 하반기 관세청이 서울시내 대기업 3곳, 중소·중견기업 1곳에 대한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어서 면세점 시장이 또 한 번 대혼란에 휩싸일 조짐이다.

 

신규 면세점들이 공통적으로 적자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상황인데도 재계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특혜 논란을 없애기 위해 면세점 사업권을 5년마다 갱신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지만, 신규 점포들이 모두 실적 악화를 걱정하면서 관세청이 갱신주기를 10년으로 다시 바꿀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에 사업권을 따내지 못하면 앞으로 10년간 기다려야 한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의 평가 요소는 △경영능력(300점) △특허보세구역 관리 역량(250점) △관광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150점) 등 다섯 가지다. 

 

롯데와 SK는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점과 광장동 워커힐호텔 내 면세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선정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재작년까지 롯데월드타워점은 연매출 6000억원대로 국내 면세점 중 3위 규모였다. 지금으로선 무조건 사업권을 다시 따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물론 신동빈 회장을 비롯, 그룹 경영진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이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SK 측도 기존 매장을 재개할 경우 투입 비용이 적다는 점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워커힐호텔 내 파라다이스 카지노와 연계시킬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나머지 한 곳은 기존 사업자와 이미 두 번 고배를 마신 현대백화점 간 대결로 요약된다. 기존 사업자 중에서는 신세계가 가장 유력하다. 유통업 강자라는 점을 내세워 신세계는 서울 센트럴시티 내에 면세점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삼성동 무역센터점이 대상지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면세점이라는 자회사까지 설립했다. 현재로선 신세계가 다소 앞서 있다는 시각이 많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추진하는 삼성동은 롯데가 운영하는 코엑스면세점과 나란히 붙어 있다. 

 

한편, 신라아이파크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두산면세점 등은 불참 쪽으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중소·중견 면세점은 단기간에 사업성을 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지난해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 대부분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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