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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시즌2] “당뇨·혈압·체중만 관리해도 콩팥 건강 유지”

만성 콩팥병 환자, 뇌졸중·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 100배 증가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6.10.09(Sun) 18:30:34 | 14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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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리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1980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1984년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1984년부터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전임의로 일했고, 1986년 7월부터 만 2년간 미국 신시내티의대 병원에서 신장내과 연수를 받았다. 1988년 7월~1992년 1월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에서 면역학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1992년 3월부터 2년간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임상강사를 거쳐 1994년 4월 의대 및 병원의 교수가 됐다.

2015년부터 대한이식학회 이사장으로 있으며 현재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 부단장이다. 2008~15년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을, 2004~06년 서울대학교 장기이식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제1회 서울대 사회봉사상(2011년), 보건복지부 장기 기증과 이식 활성화 공로상(2009년), 몽골 최고교육훈장(2009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올해의 여성상(2005년)을 받았다. 환자를 허물없이 대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국내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무료 진료소(라파엘 클리닉)를 운영하고 있다.
신장(腎臟)은 콩 모양에 팥 색깔이어서 콩팥이라고도 부른다. 크기는 약 11cm에 불과하지만 하루에 200리터 정도의 혈액을 걸러주고 노폐물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이 기능이 떨어지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예컨대 만성 콩팥병 환자는 뇌졸중이나 심장병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100배 높다.

 

콩팥 기능은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떨어지는데, 이를 만성 신부전(만성 콩팥병)이라고 한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만성 콩팥병 환자는 국민 중 14%에 해당한다. 외국보다 높은 비율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만성 콩팥병 환자도 증가하는데, 앞으로 고령자가 더 늘어나면서 이 질환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만성 콩팥병 연구를 한데 모아 집대성하는 역할을 안규리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가 맡고 있다. 그는 질병관리본부 주도의 ‘유형별 만성 신장 질환자 생존 및 신기능 보존 10년 추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콩팥 기능이 심각하게 소실되면 투석(透析)이나 장기 이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장기 공여자가 많지 않아 장기를 구하기가 어렵다. 대한이식학회 이사장인 이 교수는 동물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방법도 찾고 있다. 그는 만성 콩팥병을 “매우 흔하고 어려운 병이지만 예방과 조절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정의했다.

 

안규리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 서울대병원


‘예방과 조절할 수 있는 질환’이란 어떤 의미인가.

 

만성 콩팥병의 원인은 당뇨가 48%로 가장 흔하고 그다음이 고혈압(20%)이다. 그 외에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기는 사구체신염, 유전성 질환(상염색체 우성 다낭신종) 등이 있다. 당뇨와 고혈압만 관리해도 만성 콩팥병 발병을 차단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콩팥병에 걸리더라도 신장 기능이 악화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또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쏟아붓는 사회적 비용은 암 환자보다 5배 정도 많다. 그러나 관리를 잘하면 투석과 장기 이식 시기를 10년 이상 늦출 수 있으므로 그만큼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콩팥 기능이 악화하는 속도를 늦춘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25세에 콩팥 기능이 100%라고 할 때, 그 기능이 매년 5%씩 떨어진다면 45세에 콩팥 기능은 0%에 도달한다. 그런데 콩팥 기능 손실을 매년 2%로 낮추면 콩팥 기능이 0%에 이르는 시기는 75세로 늦춰진다. 45세에 투석이나 이식을 받아야 할 사람이 75세로 그 시기가 늦춰지면 가정이나 사회에서 충분히 활동할 시간을 번 셈이다. 만일 젊을 때 건강을 잘 관리해서 45세까지 콩팥 기능이 떨어지지 않았고 이후에도 그 속도를 늦추면 평생 투석이나 신장 이식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방법으로 악화 속도를 늦출 수 있나. 

 

혈압이 140/90mmHg인 만성 콩팥병 환자가 있었다. 그대로 두면 매년 6%씩 신장 기능이 나빠지는데, 그 환자의 혈압을 130/80mmHg으로 낮췄더니 신장 기능 상실 정도가 매년 2%로 줄었다. 혈압 조절만으로도 이런 효과가 나타나므로 당뇨나 콜레스테롤까지 관리하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콩팥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당뇨와 고혈압 치료에 적극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평소 어떤 생활습관이 만성 콩팥병을 예방할 수 있는가.

 

스트레스와 함께 소금도 줄여야 한다. 짜게 먹는 것은 혈압을 올려 신장에 염증이 생기면서 콩팥 기능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혈압이 약간 높은 사람은 체중을 20%만 줄여도 혈압이 20% 떨어진다. 고혈압약을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혈압을 방치하는 사람이 많다. 스트레스와 염분 섭취를 줄이고 체중을 조절해서 혈압이 떨어지면 고혈압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만성 콩팥병에 잘 걸리는 고위험군은 어떤 부류인가.

 

나이 65세 이상, 고혈압, 당뇨, 비만한 사람을 말한다. 고령 자체를 만성 콩팥병으로 보는 전문가가 있을 정도로 나이는 만성 콩팥병의 핵임 요인이다. 고령화 사회에 만성 콩팥병이 늘어날 것이 뻔하므로 신장 전문가들은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가족 중에 콩팥병·고혈압·심장병·뇌졸중이 있는 사람도 신장이 잘 손상된다. 자가면역질환이나 급성 콩팥병을 앓았던 사람, 요도 감염이나 결석이 있는 사람도 고위험군이다. 또 진통소염제를 과용하는 사람도 만성 콩팥병을 조심해야 한다. 

 

 

진통소염제는 만성 콩팥병과 어떤 관계가 있나.

 

한 중년 여성이 뚜렷한 이유 없이 신장이 나빠졌다. 그래서 추적해 보니 평소 툭하면 두통약·치통약·허리통증약 등을 먹었다. 진통소염제를 먹으면 혈압이 오르고, 단백뇨가 나오고, 살이 찐다. 나이가 먹어서 살이 찐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이런 약물은 면역 반응을 일으키거나 혈관을 수축시켜 만성적으로 콩팥을 망가뜨린다. 요즘은 많이 줄었지만 과거 벨기에에서 약초로 인한 집단 만성 콩팥병이 발생한 적도 있었다.

 

 

만성 콩팥병은 증상이 거의 없어서 조기에 발견하기 쉽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콩팥 기능의 50%가 떨어져도 이상 신호가 없다. 그래서 만성 콩팥병을 ‘침묵의 병’라고 부른다. 증상이 있다고 해도 피로·소화불량·수면장애 등이고 심해져도 가려움증·두통·구토 등이 대부분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십상이다. 만성 콩팥병을 늦게 발견하는 이유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예방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우리나라도 몇 해 전부터 정기 검진에 콩팥 검사를 넣었다. 신장 기능 검사와 소변 검사다. 고위험군은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콩팥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일반인도 정기적으로 콩팥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2006년부터 매년 3월 둘째 주 목요일에 만성 콩팥병 예방 캠페인을 한다. 이 시기에는 무료 검사도 진행하니까 이때만이라도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

 

사실 만성 콩팥병의 원인인 단백뇨는 어린이에게서도 나오므로 일본에서는 어릴 때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콩팥 검사를 한다. 우리도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콩팥 검사를 해야 한다. 적어도 콩팥은 35세부터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어떤 검사로 만성 콩팥병을 확인하는가.

 

혈중 크레아티닌(근육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 일종으로 콩팥을 통해 배출된다) 수치를 측정한다. 남자는 1.2, 여자는 1.0이 정상인데 콩팥이 나쁘면 이 물질이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아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가 올라간다. 또 이 수치를 이용해 사구체 여과율(콩팥이 일정 시간 특정 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으로 콩팥 기능의 지표)을 계산한다. 여기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면 추가적인 초음파 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미국에는 ‘숫자를 알자(know your number)’라고 해서 자신의 크레아티닌 수치를 확인할 것을 권장한다. 나도 환자들에게 수첩을 만들어주고 시간에 지남에 따라 이 수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하도록 했다. 시각적인 효과가 있어서 환자들이 자신의 콩팥 기능에 신경을 쓰게 됐다.

 

소변검사로는 요단백을 확인한다. 특히 당뇨 환자는 6개월에 한 번씩 ‘미세 단백뇨’를 검사하고 양성이면 약물(ACE차단제)을 사용해 단백뇨를 줄여 콩팥 기능을 보호한다.

 

더 정확한 검사로는 ‘마이크로 알부민’ 검사가 있다. 검사비용이 비싸서 모든 사람에게 받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당뇨 환자에게서 마이크로 알부민이 생기면 그때부터라도 당뇨를 조절해서 콩팥병을 예방할 수 있다. 사실 만성 콩팥병에 걸려서 치료하는 데 드는 돈에 비하면 몇 만원 하는 이 검사를 받아 병을 미리 발견하고 치료하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마커(지표 또는 판별 물질)에 대한 연구는 없는가.

 

최근에는 새로운 물질(시스타틴 C)을 발견했지만 크레아티닌보다 뛰어난 마커라고 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병원 현장에서 시스타틴 C 검사를 하지 않는다. 

 

 

몸이 아주 아프지는 않지만 이상하다 싶으면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사람이 많은데, 만성 콩팥병 환자도 그런 경우가 있는가.

 

만성 콩팥병은 정도에 따라 5단계로 나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만성 콩팥병 환자는 대개 4~5단계 환자로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데 3단계도 안 된 사람이 인터넷의 글을 보고 생활습관을 따라 한다. 예컨대 근육량을 유지해야 함에도 단백질과 인 섭취를 임의로 끊어서 오히려 문제를 유발한다. 심지어 인터넷에서 장기 이식에 대한 글을 보고 자신도 신장 이식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만성 콩팥병은 단계마다 치료방법이 다른데도 인터넷의 잘못된 정보를 철석같이 믿고는 의사의 말을 믿지 않으려는 태도다.

 

 

만성 콩팥병의 단계별 주요 치료법은 어떻게 다른가.

 

단백뇨 등의 검사에서 콩팥 손상의 증거가 있는 1~2단계에 있는 환자는 원인을 찾아 치료한다. 예를 들어 사구체신염이 원인이면 면역억제제로 치료한다. 콩팥 기능이 절반 정도 감소한 3단계는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치료가 우선이다. 약물을 투여하기도 하지만, 금연과 금주가 중요하다. 술은 요산을 증가시키는 등 만성 콩팥병에 좋지 않다. 또 염분 섭취를 제한해야 하고 비만도 개선해야 한다. 혈당을 조절하고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낮추는 치료를 한다. 4단계는 투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합병증(빈혈, 뼈 위험, 기억력 감퇴)을 조절하는 데 치료의 초점을 맞춘다. 

 

 

5단계 만성 콩팥병은 투석과 장기 이식 외에 다른 치료 방법은 없나.

 

말기 만성 콩팥병은 투석과 장기 이식으로 치료한다. 투석보다는 장기 이식을 받은 환자의 생존율이 높고 삶의 질도 좋다. 신장을 이식하면 정상적인 삶의 80%까지 회복할 수 있다. 20%의 단점은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고, 감염 위험이 있고, 골다공증이나 암이 생길 가능성을 말한다.

 

문제는 장기 공여자가 많지 않아 콩팥을 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줄기세포로도 신장을 만들 수 없어서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연구가 국내외에서 한창이다. 돼지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했더니 900일 이상 살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현재 나는 만성 콩팥병에 걸린 돼지를 만들고 있다. 동물 모델을 이용해 치료법을 찾으려는 시도다.

 

 

급성 콩팥병은 어떤 경우에 발생하는가.

 

약물 독성, 감염, 출혈 등으로 콩팥 세포가 급격히 손상된 경우를 급성 콩팥병이라고 한다. 대부분은 원인을 제거하면 정상으로 회복된다. 따라서 우연히 신장 기능이 나쁘다는 말을 들었다면 급성인지 만성인지 확인해야 한다. 급성 콩팥병은 만성 콩팥병의 경고가 아니다. 대부분의 만성 콩팥병은 급성 콩팥병 없이 바로 진행하면서 악화한다. 그러나 급성 콩팥병이 생긴 사람은 잠재적인 신장 손상 상태가 지속하므로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만성 콩팥병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조기 치료로 15년 동안 건강 유지 vs 조기 치료 거부로 합병증 위독

 

안규리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가 환자의 혈압을 재고 있다. © 서울대병원

정아무개씨(여·63)는 15년 전 한약을 먹은 후 오심(惡心·신물이 올라옴)이 생겼다. 동네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은 결과, 투석이 필요하다는 처방을 받았다. 곧바로 서울대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았다. 요독 증상, 고혈압, 빈혈, 체액 과다, 크레아티닌 수치 6.4 등으로 신장의 기능이 10%도 안 되는 상태였다.

 

응급으로 투석이 이뤄졌고, 의료진은 신장 기능이 떨어진 원인을 찾았다. 만성 콩팥병이 악성 고혈압으로 인해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철저한 혈압 조절과 콩팥 기능 관리에 들어갔다. 두 달 만에 신장 기능이 회복됐고 현재까지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은 정씨와 달리 송아무개씨(75)는 치료시기를 놓쳐 위험한 상황에 처한 사례다. 송씨는 평소 고혈압, 부종과 숨이 차는 증상이 있었지만 무시하며 지냈다. 숨이 차는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고 콩팥병으로 확인됐다. 의사는 투석을 권유했다. 그러나 그는 입원 치료를 거부했다. 

 

어느 날 술을 마시다가 쓰러졌다. 송씨 가족이 그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고 말기 신부전증에 의한 폐부종이라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 중환자실에서 응급 투석을 받고 생명을 건졌지만 송씨는 만성 콩팥병에 의한 합병증이 심했다. 심장·신경·뼈 등 전신에 합병증이 생겨 며칠 동안 중환자실 신세를 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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