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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의 안보 브리핑] 北, 경제위기로 핵과 같은 비대칭 전력에 집중

북한 핵도발이 불러온 新동북아 냉전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10(Thu) 11:00:30 | 14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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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KN-14 © 양욱 제공


 

북한은 무려 120만 명의 현역군인에 770만 명의 예비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국민의 절반 가까이 군역에 종사하는 셈이니 명백한 병영국가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군대는 돈 없이 꾸려 나갈 수 없다는 데 있다. 전차 4300여 대, 야포 8600여 문, 방사포 5500여 문 등 숫자로는 엄청나지만 장비는 낙후됐다. 공군은 여전히 6·25전쟁 시기에 등장한 MiG-17을 운용하고 있으며, 실질적 주력 전투기는 1960년대 기체인 MiG-21이다. 가장 최신예 전투기라는 MiG-29조차도 1980년대 후반 제작된 것으로 거의 30년간 운용하고 있다.

 

즉 최첨단의 전투기나 군함처럼 엄청나게 비싼 무기체계의 개발 또는 개량에 들일 돈이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는 더 이상 중앙보급도 없다. 부대별로 자신이 먹을 것은 자신이 농사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투자할 곳은 많으나 자원이 부족한 북한이 결국 선택과 집중을 한 곳은 비대칭 전력이다.

 

우선은 지상군 편제가 변화했다. 2006년과 2010년 사이에 4개의 기계화보병군단 중 전방군단 2개를 개편해 4개의 기계화보병사단을 창설했다. 명목상 선제기습을 통한 신속한 ‘종심’(縱深)타격 태세를 갖췄다. 공격의 또 다른 축인 특수부대도 꾸준히 증강해, 2010년께부터는 20만 명 규모의 인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북한은 군단급 특수부대인 11군단 예하 9개 여단으로 하여금 뒤통수를 친다는 계획과 함께 전방에서는 경보병사단을 7개로 늘리면서 우리 군의 약점을 찾고 있다.

 

그러나 북한군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전략군의 위상변화이다. 전략군이란 핵무장을 보유한 국가라면 응당 운용하는 별도의 전략부대를 말한다. 북한은 과거 육군 휘하의 미사일지도국이 탄도미사일을 운용해 왔지만, 전략로케트군의 존재가 확인된 것은 2012년에 이르러서다. 특히 이 부대의 사령관인 김락겸이 대장으로 진급함으로써 해군이나 공군과 동급이었던 것에서 육군과 동급으로 승격되었다. 전략군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는 KN-02, 스커드B·C·ER 등을 600여 발 보유 중이며 중단거리 미사일로는 노동을 200여 발, 준중거리 미사일로는 무수단을 50여 발 보유한 것으로 보이며, 이동식 발사차량(TEL)은 200대 미만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들 미사일은 모두 여단급 이상의 편제로 실전배치 중인 것으로 보인다. ICBM급으로 알려진 KN-08·KN-14도 별도의 여단이 창설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특히 북한은 지난 6월 무수단 미사일의 발사를 통해 대기권 재진입 능력을 과시하면서 ICBM 능력에 다가섰음을 보여주었고, 8월에는 SLBM 발사에 성공하면서 제2격 능력도 보여주었다. 올해 9월9일에는 제5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핵탄두를 현재  보유 중인 1000여 발의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면서 핵능력의 완성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5차 핵실험으로 충분한 핵능력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이르지만, 대한민국의 대선 이전에 6차, 7차 핵실험으로 핵능력을 공식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합종연횡의 동북아

 

북한이 ‘핵’이라는 비대칭 전력을 내세워 동북아 정세를 위협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중국과 일본, 여기에 미국, 러시아 간 긴장도 고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막강한 전력이 모여 있는 동북아는 지금까지 나름의 현상유지 속에서 경제적 번영을 거듭해 왔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 속에서도 꾸준히 경제력을 유지해 왔고, 중국은 여전히 세계의 공장 지위를 유지하며 이미 2010년부터 일본의 GDP를 뛰어넘었다. 그러나 경제력이 강해지면 그에 걸맞은 힘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최근 노골화되고 있는 중국의 군사 굴기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강한 경제력으로 미국에 안보를 무임승차해 온 일본은 2010년부터 중국의 센카쿠 열도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자 이를 군비증강의 기회로 삼았다.

 

중국의 평화롭지 않은 군사적 부상(浮上)은 미국의 경계심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9단선을 주장하고 해군력을 키워가면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마치 자기 앞마당처럼 장악하겠다는 중국에 대해 미국은 국제법 준수를 외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안보를 위해 북한이라는 카드를 계속적으로 품어오고 있으면서도, 최근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가 결정되자 엄청난 반발을 하고 있다. 미국의 압박에 대항해 중국은 러시아와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면서 해외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거나 최신형 Su-35 전투기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신밀월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여기에 북핵이라는 최악의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한·미·일 vs 북·중·러’라는 전통적인 대결구도가 부활해 냉전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전통적인 냉전체제가 부활할까?

 

일본은 수륙기동단을 창설해 해병여단을 보유하게 됐다. © 양욱 제공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은 명백한 한계가 있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중국과의 과도한 군사협력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여왔다. 크림 사태 이후 경제봉쇄와 오일달러의 하락으로 경제적으로 아쉬운 러시아가 단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장기적인 동맹으로 보기는 어렵다. 과거 중·소 국경분쟁처럼 충돌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자기 이익에 밝은 양국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은 높다. 또한 중·러의 협력은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협력구도일 뿐 일본에 대해서는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 최근 아베와 푸틴은 서로 이름을 부를 만큼 친밀함을 과시하면서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고립을 벗어나려는 러시아와 북방영토 문제를 정리하려는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

 

이렇듯 동북아의 역학구도는 집중된 군사력만큼이나 복잡하다.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우선은 북한이 당면한 위협이다. 그러나 통일 이후를 생각한다면 이 모든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하나같이 위협이 될 수 있고, 또 반대로 기회가 될 수 있다. 동북아의 위협과 기회를 파악하지 못한 조선은 결국 나라를 빼앗기는 최악의 치욕을 맛보았다. 혼돈스러운 동북아의 현주소야말로 누구를 활용해 누구를 견제·제압할 것인가 끊임없이 지켜봐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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