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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법’보다 ‘좋은 법’ 만들어져야 한다”

[대한민국 입법대상] 시사저널·한국입법학회 ‘제4회 대한민국 입법대상’ 개최

유지만·조유빈 기자 ㅣ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12.20(Tue) 08:36:32 | 14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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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국회의 첫 번째 기능은 입법기능이다. 국민에게 필요한 법을 만들고, 불편한 제도를 고치는 역할이다. 하지만 효율성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최악의 국회 중 하나’라는 평을 받은 19대 국회에서는 1만7822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이 중 1만190건의 법안이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2016년 3월29일 한국경제원이 펴낸 ‘규제개혁과제의 입법효율성 분석 및 경제활력 제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9대 국회(2012.5.30~2016.3.24)에서 발의된 1만7752건의 법안 중 7129건이 가결돼 법안가결률은 40.2%를 기록했다. 이는 15대 국회 73.0%, 16대 국회 63.1%, 17대 국회 51.2%, 18대 국회 44.4%와 비교해 가장 낮은 가결률이다. 법안 수는 폭증했지만 정작 통과된 비율은 더 떨어진 셈이다.

 

시사저널과 사단법인 한국입법학회가 2013년부터 제정해 시상하는 입법대상은 입법 남발과 부실 입법 증가 현상 속에서 국회가 제·개정하는 법률의 옥석을 가려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국회의원의 법률안 발의 및 통과 건수를 기초로 하는 기존의 정량적 의정 평가 방식을 개선하고 입법 활동 평가의 대안을 마련하려는 취지로 매년 실시하고 있다.

 

12월13일 한국입법학회와 시사저널이 공동으로 선정 발표한 ‘제4회 대한민국 입법대상’ 시상식이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입법대상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음선필 한국입법학회 회장. 권대우 시사저널 대표,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정재민 보좌관 대리 수상), 최대권 한국입법학회 의정평가위원장 © 시사저널 임준선


현직 의원 5명 발의한 ‘좋은 법안’ 선정

 

‘제4회 대한민국 입법대상’(입법대상)은 12월1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올해는 박인숙·이명수 새누리당 의원과 안규백·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이 입법 활동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10대 우수 입법에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안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장애인·노인 등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및 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자원순환기본법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한국수화언어법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희귀질환관리법 등이 선정됐다.

 

이날 행사에는 음선필 한국입법학회 회장과 최대권 한국입법학회 의정평가위원장, 권대우 시사저널 대표이사 등이 주최 측으로 참석했다. 음선필 한국입법학회 회장은 “대통령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회가 본연의 역할, 특히 입법과 국정을 통제하는 역할을 잘해 나가야 한다”며 “예리한 평가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입법 평가의 중요성이 이 입법대상 시상식으로 나타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동영상 축사를 통해 “좋은 입법은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주는 원동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 자리는 국회가 제 몫을 다했는지 돌아보고 내일의 발전을 기약하는 자리”라며 “국회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민심을 제대로 받든다면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인숙·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입법한 ‘희귀질환관리법’은 희귀질환에 대한 예방·검진·치료 및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희귀질환자 본인의 인간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의사 출신인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 있는 보건원에 희귀난치성질환센터가 있었다. 센터장을 하면서 이 문제를 안타깝게 여겨 1호 법안으로 발의했는데 3년이 걸렸다. 19대 마지막에 통과돼 너무 감격스럽다”며 “금전적 지원, 약 등 법적 근거 없이 아슬아슬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환자들이 너무 기뻐하는 법안이기 때문에 보람이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 시사저널 미술팀

ⓒ 시사저널 미술팀

 

 

ⓒ 시사저널 미술팀


“좋은 입법은 민주주의 원동력”

 

또 박 의원이 발의한 ‘지하안전에 관한 특별법’은 최근 도심지에서 발생한 지반침하(싱크홀)로 인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살펴 지반침하로 인한 위해(危害)를 방지하고 공공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체계적인 지하안전관리 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했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휠체어를 서울 AS센터로 보내는 바람에 일주일 동안 생활을 못하는 대학생을 보고 법안을 생각했다. 체형에 맞는 모든 보조기기를 만들고 분배하고 일자리로 연결시키는 대안이 필요했다”며 “의원들의 입법이 남발되는 측면이 있는데 입법은 질(質)이 중요하지 양(量)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국민들을 위한 입법보다 당 대 당의 잘못된 입법이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국민의 입장에서 입법을 하고, 긍정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입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법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은 군인의 지위와 복무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해 각자의 기본권 보장에 그치지 않고 군의 전투력 보장 및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 보장을 제고하게 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한국수화언어법’은 청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수화를 공식 언어로 인정하고 청각장애인에 대한 복지를 증진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상민 의원은 “농아분들끼리 자유로운 수화 소통을 할 거라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시각 장애인들 중에서도 점자를 알고 있는 비율은 10%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언어가 없는 상황”이라며 “우여곡절을 통해 통과가 됐고, 수혜 대상자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 국민들의 고충이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더 분발하겠다”고 말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통해 기존에 혼재했던 정부기관 대상 위험수준별 위기경보와 국민 대상 재난 예보·경보 체계를 체계적으로 정비했다.

 

제4회 대한민국 입법대상은 2015년 7월20일부터 2016년 5월29일까지의 기간에 공포된 총 940개의 법률을 대상으로 17명의 의정평가위원들이 다양한 방식의 의견 교환과 수차례의 회의를 통해 선정했다. 평가위원은 2015년보다 2명 증원돼 보다 다양하고 심도 있는 의견 교환과 입법 평가가 진행됐다. 이번 4차 의정평가위원회 17인의 의정평가위원들은 법률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로 구성했다. 주로 법학교수 및 변호사들이 포함됐다.

 

왼쪽부터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 © 시사저널 임준선

 

 

평가위원 늘려서 심층 논의 거쳐 선정

 

최대권 한국입법학회 의정평가위원장(서울대 법과대학 명예교수)은 “선정 시 절실하게 고민한 우수입법의 선정기준은 입법의 사회적 필요성 내지 절실한 사회적 수요의 충족 여부, 그리고 입법의 법률로서의 완성도였다”며 “이번에 우수입법으로 선정된 입법들은 특히 국민을 실망시켜온 정쟁과 근래의 국회 입법 활동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생산된 입법이라 더욱 귀중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경제발전과 민주화 및 향상된 정치·경제·사회·문화생활 수준 달성의 과실과 햇빛이 골고루 미치지 못한 어두운 곳 또는 소외된 부분에 대해 우리나라 사회에서 절실하게 요구되는 사회경제적 및 국가적 손길과 보살핌을 펼침으로써 우리나라를 전반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나라로 만드는 데 기여하려는 목적을 가진 입법임을 살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정평가위원회 이우영 연구이사는 법률안 제출과 심의 과정 등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대안을 ‘입법 발전을 위한 권고’ 형식으로 발표했다. 제19대 국회에서 발의된 1만7822건의 법안 중 1만190건의 법안이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된 것을 볼 때 의원입법 발의 전에 그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적절한 절차를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의원입법을 발의하기 전에 국회 법제실 검토를 의무화하고, 정책적 타당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관계부처 협의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그는 또 실질적으로 입법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전문위원을 통해 질적인 검토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선진화법상의 제도적 장치가 여전히 존속하고 있는 상태에서 입법 과정의 여야 간 협력도 요청했다. 현행 제도에서 국회가 타협과 협력의 정치력을 발휘할 것을 권고하면서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입법 내용에 관해 충분히 논의할 것, 그리고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것을 당부했다. 

 

 

[관련기사-①] “‘많은 법’보다 ‘좋은 법’ 만들어져야 한다”

[관련기사-②] 박인숙 의원, “국민들 이해 쉽도록  법은 단순해야 한다”

[관련기사-③] 안규백 의원, “급변하는 사회, 입법에 담아내야”

[관련기사-④] 이명수 의원, “‘약자 우선’이 법안발의 원칙”

[관련기사-⑤] 이상민 의원, "법은 현장에서 나온다"

[관련기사-⑥] 주승용 의원, "1년에 2만~3만원 보험료로 재난 사고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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