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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민족주의의 부활-①] 미국, ‘백인 민족주의’ 드러내는 ‘트럼피즘’

트럼프 취임 후 뚜렷해진 ‘백인 우월주의’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3.03(Fri) 10:37:22 | 14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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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가 부활하고 있다”

‘국가 이익 우선주의’ 앞세워 세계 곳곳서 민족주의 발흥 

 

국경과 민족의 경계가 모호해져 가는 게 세계사 흐름이었다. 철학자 칼 마르크스는 민족 소멸을 예언하기도 했다. 실제 노동력을 팔아야 먹고사는 노동자 입장에선 국가도 민족도 중요치 않다. 자본이 있는 곳이면, 돈벌이가 되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이동한다. 한국 역시 다문화가정이 뿌리내린 지 오래다.

 

이처럼 무뎌져 가던 민족 개념이 되살아나고 있다. ‘국가 이익 우선주의’라는 외피를 두른 채 민족주의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특정 민족, 특정 국가에 한정된 게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자국 이익, 자국 자본과 노동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더 두드러져 보일 뿐이다. 보호무역과 반(反)인종·이민주의가 세계를 뒤덮고 있다. 동맹 관계도 깰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하지만 과거 역사에 비춰 민족주의가 자칫 파시즘과 제국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시사저널은 미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에서 발흥하고 있는 민족주의 내지 국가주의 현상을 들여다봤다. 

 

“이번 대통령선거를 결정한 것은 노동자가 아니고 바로 백인 투표자들이다. 트럼프 당선의 힘은 바로 백인의 정체성(identity)에서 비롯됐다.” 이른바 ‘트럼피즘(Trumpism)’으로 불리는 ‘트럼프 돌풍’ 현상을 비판하고 있는 미국 UCLA대학의 아난냐 로이 교수의 말이다. 쉽게 말해 트럼프 등장은 백인 우월주의 혹은 ‘백인 민족주의(White Nationalism)’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 내 ‘백인 우월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내 백인 집단인 KKK단의 활동 모습 © EPA 연합


이단아, ‘아웃사이더(outsider)’로 상징되는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뒤엎고 대통령에 당선되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혼돈의 시대’가 왔다고 평가한다. 특히 트럼프가 기존 공화당의 전통적인 가치도 넘어서며 불법 체류자 전원 추방,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등 보호무역 강화, 기존 동맹관계 재검토, 복지 축소 등 강경한 정책들을 내세우자, 세계는 물론 미국 안에서도 일대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잘 보여주듯, 선동적인 포퓰리즘 성향을 띤 트럼프 정책은 갈수록 ‘백인 민족주의’ 색채를 강하게 노출하고 있다. 이러한 백인 민족주의 열풍은 무엇보다도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침체된 미국 경제와 연관이 있다. 저성장과 함께 양극화로 빈부 격차가 확대되면서 미국 백인 블루칼라 계층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른바 ‘세계화’를 비관하며 과거 백인 중심의 민족국가로서 부유했던 지난날의 향수를 떠올리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나 ‘미국 우선주의’를 구호로 내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트럼피즘’이 이러한 백인 민족주의적인 ‘국가주의’ 성향을 띠면서 국가 개입을 줄이겠다는 전통적인 공화당 가치와 충돌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트럼프의 이러한 ‘백인 민족주의’ 핵심에는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 고문이 자리를 잡고 있다. ‘브레이트바트(Breitbart)’라는 극우 보수 매체를 운영한 그는 이미 백인 민족주의로 대표되는 인종차별주의, 여성혐오주의, 반(反)유대주의와 연관된 극우 운동으로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최근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대표되는 트럼프의 모든 정책이 그의 작품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백인 민족주의가 다시 득세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미국 사회의 주류를 이뤘던 기독교 기반의 백인이 비주류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화당 전통적 가치와 멀어지는 ‘트럼피즘’

 

이민자와 유색 인종의 증가로 미국은 기존 백인 계층이 갈수록 수적인 측면에서도 열세를 보이며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말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말의 이면에는 백인이 다시 국가의 주도권을 쥐자는 의미도 있다. 또 미국 경제가 그만큼 위기에 빠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존의 민주주의로는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불안감과 좌절감이 ‘백인 민족주의’ 등장의 배경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백인 민족주의는 그 속살을 벗겨보면 백인 우월주의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곧 ‘분리주의’ 형태로 ‘고립주의’에 빠지는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민족주의’ 바람이 불고 있는 서구에서 미국은 ‘백인 민족주의’의 강풍이 몰아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칼바람의 끝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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