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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사드 미사일 방어 체계, ‘中 경제 보복’ 방어엔 속수무책

‘사드 부지 계약’ 이후 전방위적으로 펼쳐지는 중국의 광폭 ‘보복’ 행보…“롯데 천문학적 손실 불가피”

송응철 기자·김지영 시사저널e. 기자 ㅣ sec@sisapress.com | 승인 2017.03.08(Wed) 10:37:41 | 14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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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와 롯데가 2월28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부지 계약을 체결하자, 중국의 보복이 본격화하고 있다.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은 온라인 면세점 디도스 공격, 온라인 쇼핑몰 롯데마트관 폐쇄 등 중국의 비이성적인 공격에 노출됐다. 

중국 당국이 한국 관광 전면금지 조치를 내리는가 하면, 화장품·식품·엔터테인먼트 사업까지 규제를 강화해 관련 국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가장 전면에서 공격을 받고 있는 기업은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이다. 3월2일 낮 12시쯤 롯데 인터넷면세점 4개국어 홈페이지에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롯데면세점이 이유를 분석한 결과, 중국 현지 IP를 이용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드 부지 제공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보복 가능성이 짙어졌다. 롯데면세점 온라인 사이트는 하루 매출이 40억여원에 달해 수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검험검역국은 최근 한국에서 수입된 롯데의 요구르트 맛 사탕에서 금지된 첨가제를 적발해 소각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역국 측은 규정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롯데가 국방부와 사드 부지 계약을 체결한 2월28일, 중국 양대 온라인쇼핑몰 가운데 하나인 징둥(京東)이 지난해 7월부터 운영해 온 롯데마트관이 폐쇄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내 언론은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에 대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부패와 연관 지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월27일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결정은 신 회장의 부패 혐의 무마와 시내면세점 사업권 등과 연관돼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 연합뉴스·Lockheed Martin


물거품 된 롯데의 ‘아시아 톱10 글로벌’ 전략

 

중국 당국은 지난해 11월말부터 롯데그룹의 중국 내 현지법인을 압박해 왔다. 전방위 세무조사를 진행하는가 하면, 백화점과 마트 등 사업장을 대상으로 소방 및 위생 점검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당국은 롯데자산개발이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중국 청두(成都)에 건립 중이던 ‘롯데월드 청두’의 공사도 일시 중단시켰다. 그동안 롯데가 이사회 개최일과 시간, 장소 등 사드 부지 제공과 관련된 일정 일체를 함구해 온 것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행보로 풀이됐다.

 

롯데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롯데에 중국 시장은 단순한 하나의 해외시장이 아니다. 롯데의 ‘미래’와 맞물려 있다. 신동빈 회장은 2009년 ‘2018 아시아 TOP10 글로벌 그룹’이라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2018년까지 롯데를 매출 200조원대, 아시아 10위권 내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전형적 내수기업인 롯데그룹이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해외로의 시장 확대가 불가피했다. 롯데그룹 해외 공략의 핵심은 ‘VRICs(베트남·러시아·인도·중국)’였다. 당시 세계 최대 신흥시장으로 통하던 기존 ‘BRICs’에서 브라질 대신 베트남을 넣은 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롯데가 가장 공을 들인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롯데쇼핑과 롯데마트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점포 확장에 나섰다. 그 결과, 현재 중국 내 롯데 백화점·마트·슈퍼 등 유통사업장은 119곳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시네마가 중국에 오픈한 매장 수는 12개 점, 상영관 수는 90여 개에 달하고,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 등의 생산기지도 중국에 있다. 이들 계열사가 중국에서 올리는 한 해 매출은 3조2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향후 더욱 본격적인 보복에 나설 경우, 롯데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현지법인뿐 아니라, 국내 롯데면세점에도 상당한 악재가 예상된다. 지난해 전체 롯데면세점 매출은 6조원 규모다. 이 중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70~8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4조원 중반대의 매출이 중국에서 나오는 것이다. 만일 중국 당국이 한국 관광을 제한할 경우, 롯데면세점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신화통신이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이사회 의결 직후 “그 결정은 중국 관광객들에게 면세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롯데에 악몽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어 우려는 더욱 크다.

 

롯데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적 차원의 의사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사드 부지 제공과 관련해 이사회 결정 사안은 그룹 차원에서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국방부에 일임했다”며 “중국 정부 차원의 부당한 조치가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 유통 대기업 관계자는 “현재 신 회장의 ‘아시아 TOP10’ 비전은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런 계획을 위해 그동안 롯데가 중국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해 온 만큼 중국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당초 계획했던 매출은커녕 천문학적인 손실을 떠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의 비이성적인 광폭 행보가 롯데 한 기업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한령(限韓令)을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2월24일 무렵 중국의 방송·인터넷 규제 기관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은 중국의 대표적 동영상 사이트 업체들에 “《무한도전》 《런닝맨》 《1박 2일》 등 한국의 인기 오락 프로그램 최신작을 방영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해당 업체들은 2017년 새해 들어 방송된 관련 프로그램을 모두 삭제했다. 특히 일부 포털사이트는 2017년 방송분뿐 아니라 2016년과 2015년에 방송됐던 콘텐츠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연예인들의 개별 활동에도 제약을 걸었다. 중국 광전총국이 한국 연예인의 중국 활동을 제한할 용의가 있음을 언론 등을 통해 흘리기도 했다. 일부 방송국과 제작사는 이미 규제에 따라 한국 드라마 방영을 중단하거나 예능 프로그램에 한국 연예인 출연을 자제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롯데가 2월28일 국방부에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키로 확정하면서 중국의 보복이 가시화되고 있다. 사진은 중국 안후이성 우후시 롯데마트 중양청점 © 연합뉴스


정부 “중국과 소통 강화” 원론적 답만 되풀이

 

중국 국가여유국은 3월2일 베이징 내 대형 여행사를 소집해 한국행 여행상품에 대한 전면적인 판매 중단을 구두로 지시했다. 국가여유국은 관광과 관련된 정책을 총괄하는 당국이다. 중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한국행 단체관광을 금지하고, 개인관광도 여행사를 통한 상품 구입을 하지 못하도록 한 셈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계약된 관광상품의 경우, 이달 중순까지 모두 소진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중국인의 한국 관광은 개인이 항공사 티켓을 구매하는 개인관광만 가능해지게 됐다. 하지만 반한(反韓) 기류에 대한 부담으로 개인들의 자유여행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국내 여행업계와 면세점, 호텔 사업 등에 타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60~70%를 잃을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중 개별 여행객이 약 60%이고, 나머지 40%가 단체 여행객인데, 개별 관광객들도 여행사의 개별 관광상품을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806만여 명에 이른다.

 

한국의 화장품·식품 사업에 대한 압박과 제재도 드러났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조제분유 규제를 대폭 강화한 데 이어, 4월부터 중금속 함유량 기준을 대폭 강화한 화장품 품질관리 규정을 새롭게 시행키로 했다. 중국은 또 지난해 9월 한국산 설탕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사를 시작했다. 10월에는 일부 화학제품 등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도 착수했다. 최근에는 한국산 태양광 재료인 폴리실리콘에 대해 반덤핑 관세율 재조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반덤핑 조사는 특정 국가를 목표로 삼는 대표적인 보호무역 조치다.

 

식품과 화장품 통관 불합격 건수도 급증했다.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중국이 한국산 식품과 화장품에 수입통관 불허 조치를 내린 건수는 총 148건으로 대만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는 해를 넘겨서도 이어졌다. 중국은 올해 1월, ‘2016년 11월 불합격 화장품’ 명단을 발표했는데, 수입 허가를 받지 못한 제품 28개 중 19개가 애경·이아소 등 유명 한국산 화장품이었다.

 

이렇듯 한국 기업과 각종 중국 진출 사업에 타격이 예상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뚜렷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3월3일 “사드 배치가 본격화되면 중국 측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중국 측의 조치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중국 측과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필요한 대책을 적시에 마련해 나가도록 하겠다”는 입장만 내놨다. 황 권한대행은 “사드는 북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 동맹의 자위적 조치”라는 원론적인 대답만 되풀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6일 대(對)중국 통상현안과 현지 투자기업의 애로사항을 점검하기 위해 한·중 통상관계 점검회의를 열고 중국의 다양한 형태의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관계부처 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산업부는 국제규범에 위배되는 조치에 대해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등 관련 규범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대외무역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은 한·중 FTA가 발효돼 있고,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한 회원국이기 때문에 국제무역 규범을 따라야 하는 의무가 있어 정부 차원에서 강도 높은 보복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다만 비관세 장벽을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데, 화장품의 경우에는 위생허가 요건 강화나 비정상적 무역거래 규제 등이 우려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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