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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사랑’에 사람들은 왜 빠져들까?

[배정원의 섹슈얼리티]불륜의 치명적 유혹…성공한 중년 남성에게 젊고 아름다운 여성은 트로피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3.11(Sat) 18:41:12 | 14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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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유명 영화감독과 여배우 간의 불륜이 다시 화제에 올랐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홍상수 감독은 유부남으로, 그들의 불륜 소식은 남편을 빼앗긴 아내의 측근으로부터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분노와 배신감에 찬 감독의 아내 측은 그들 간에 일어나는 불유쾌한(?) 이야기들을 중계하듯 노출함으로써 세간의 동정과 유감의 시선을 동시에 받았다.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배신당한 아내를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일각에서는 지극히 사생활인 이야기가 노출되며 마치 여론전을 조성하는 듯한 모양새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없지 않았다.

 

 

‘사람들이 부정을 저지르는 이유’

 

이렇듯 조금 잠잠해지는가 싶었던 그들의 이야기는 지난 2월18일 여배우 김민희가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화제에 올랐다. 더욱이 그 영화는 불륜의 당사자인 영화감독과 함께한 작업이었다. 두 사람은 보란 듯이 시상식장에 다정하게 팔짱을 끼거나 허리를 감싸 안은 채 나타나고, 시종일관 뜨거운 시선으로 여배우를 에스코트한 감독과의 사진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다시 화제에 올랐다. 특히 김민희는 기자회견장에서 홍 감독의 양복 슈트를 입은 채 사진촬영에 응하고, 소감을 말하는 자리를 연출해 둘의 관계가 아주 밀접하고 견고함을 과시하기까지 했다. 결혼 밖의 부정을 처벌하는 ‘간통죄’가 살아 있던 때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이다.

 


이미 결혼해 배우자와 가정이 있는 사람과의 사랑을 우리는 ‘불륜’이라고 부른다. 흥미롭게도 불륜의 주인공이 된 홍상수 감독은 오래전 인터뷰를 통해 “불륜이란 가장 첨예하게, 우리가 원하지 않았지만 우리 속에 있는 욕망과 우리가 원하지 않았지만 이미 기존에 있는 제도 사이의 충돌을 가장 첨예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는 정의를 내놓은 바 있다. 그렇게 통찰력이 있는 대답을 한 걸 보면, 아마도 이미 그때 그는 어려운 사랑을 시작하고 있었거나, 그 치명적인 유혹을 여러 번 맞닥뜨려서 현실과 욕망이 대립하는 갈등을 경험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어쨌든 이렇게 불륜은 인간 역사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온 위험한(?) 사랑의 형태로서, 특별하게 일부일처제가 정립되고 결혼 제도가 확립된 사회에서 ‘잘못된 사랑’이라는 뜻으로 불려왔다. 또한 당사자들은 꿀맛인 사랑을 얻는 대신, 평생 문신처럼 따라다니는 불명예와 타인들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위태롭게 하고, 어쩌면 명예와 재산과 인간관계를 다 잃을 수도 있는 이 위험한 사랑에 왜 사람들은 모든 것을 걸면서 빠져드는 것일까?

 

매력적인 문화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사람들이 부정을 저지르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사람들은 ‘결혼 생활의 부족한 면을 메우려고, 배우자와 헤어질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 배우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원해서, 자신이 특별하고 매력적인 사람이란 느낌을 받고 싶어서, 남자답다거나 여자답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 단순히 섹스를 하고 싶어서, 많은 대화를 나누며 친밀하게 지낼 사람이 필요해서, 극적 상황이나 스릴을 즐기기 위해서, 완전한 사랑을 찾기 위해서, 배우자에 대한 복수로, 자신이 아직 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부정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그 유명한 트로이 전쟁도 트로이의 파리스 왕자가 스파르타 아가멤논의 아내 헬렌 왕비를 데려온 데서 비롯되었지만, 인간의 현실사회에서 불륜은 더욱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스웨덴이 할리우드에 준 보물’이라는 평을 받았던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은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로셀리니와 사랑에 빠져 남편과 딸을 버렸고, 우디 앨런과 순이 프레빈은 부부가 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불륜으로 시작된 커플’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사랑과 섹스는 다르다’고 위로해야 할지도

 

나이 들었으나 능력 있는 결혼한 남성과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사랑은 불륜의 대표주자라고 할 만큼 흔한 이야기다. 사회적·경제적으로 높은 자리를 차지한 능력 있는 남성들은 젊은 여성들에게 꽤 매력 있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서구에서는 반백머리를 ‘솔트 앤 페퍼’(하얀 소금과 까만 후추를 반반씩 섞은 듯한 머리)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이 중년의 신사들은 젊은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왜냐하면 성공한 중년 남성은 삶의 연륜으로 얻은 사회적·경제적 안정감과 함께 젊은 남성에게선 얻기 어려운 포용력과 인내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높은 성취로 인한 테스토스테론의 왕성한 분비는 그를 더욱 매력적인 수컷으로 젊은 여성에게 성적(性的)으로 어필할 수 있게 한다. 성적 매력은 명확하게 매혹의 원인이 되곤 하는데, 남성에겐 사회적·경제적 능력이며, 여성에겐 외모다. 나이 든 성공한 남성에게 젊고 아름다운 여성은 트로피 같은 존재다. 그의 성공을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성만큼 확실하게 증명하는 것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두 사람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실제로 영화를 만드는 작업현장에서 감독은 누구보다 능력 있고 주도적인 권력을 가진 존재로서 어린 여배우의 눈에 존경의 대상으로 새겨졌을 것이다. 어리고 아름다운 그녀의 성적 매력은 나이 든 남성에게 한없는 생동감과 부드러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남성으로서도 젊고 여릿한, 그리고 그를 한없이 존경의 눈길로 바라보는 어린 여성의 눈빛은 너무나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섹스에 있어서도 어린 여성은 능숙한 남성의 리드로 매번 멋진 황홀경을 경험하고, 그것은 또다시 남성에게 ‘인정’과 ‘성취’의 훈장을 달아주기 때문에, 남성은 젊은 여성 앞에서 언제나 지휘관이 된다. 또한 특히 위기에 몰리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할 때 두 사람은 섹스 안에서 더욱 간절하게 피난처를 얻고, 서로를 위안하고 한 팀이 되는 최고의 황홀경과 위안을 경험하게 된다. 가정을 지켜주던(?) ‘간통죄’는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어쩌면 새로운 전쟁은 시작되었다. 당신의 사랑은 안녕하신가? 아니면 밀란 쿤데라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사랑과 섹스는 다르다’고 자신을 위로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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