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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재벌家 후계자들-(6) 하이트진로그룹] 편법 통한 富의 대물림 ‘불편한 꼬리표’

3세 박태영 부사장, 위기 타개 위한 ‘올 뉴 하이트’ 프로젝트도 실적 저조

송응철 기자 ㅣ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03.17(Fri) 13:00:00 | 14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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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주류 기업인 하이트진로그룹이 3세 경영의 닻을 올렸다. 키를 쥔 이는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68)의 장남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40)이다. 박 회장이 2014년 하이트진로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데 이어, 그는 2015년 연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최전선에 나섰다. 물론 아직까지 ‘단독 항해’는 아니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는 데다, 박 회장도 여전히 본사로 출근하며 경영 전반을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지않은 시점에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지분 승계율도 높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가 하이트진로와 그 산하의 손자회사들을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박 부사장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2대주주인 서영이앤티의 최대주주(58.44%)다. ‘서영이앤티→하이트진로홀딩스→하이트진로→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셈이다. 향후 박문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트진로홀딩스(29.5%)·서영이앤티(14.69%)·하이트진로(2.6%) 지분을 넘겨받으면 하이트진로가(家)의 승계 작업은 완료된다.

 

하이트진로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사진)은 2012년 하이트진로에 상무로 입사, 2015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최전선에 나섰다.  © 시사저널 포토


대법원 판결 불구, 수그러들지 않는 ‘편법증여’ 논란

 

이처럼 하이트진로그룹의 대물림은 비교적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태영 부사장에게도 ‘아킬레스건’은 있다. 편법증여 논란이 대표적이다. 하이트진로가의 대물림은 지난 3년6개월 동안에 걸쳐 계획적으로 진행됐다. 지분매각과 주식스왑·유상증자·기업합병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시작은 2007년 12월, 영국 유학생 신분이던 박 부사장이 생맥주 냉각기 제조업체 서영이앤티(당시 삼진이엔지) 지분 73%를 매입하면서다. 당시 동생인 박재홍 상무(36)는 이미 이 회사 지분 27%를 가지고 있었다. 서영이앤티가 태영-재홍 형제의 사실상 개인회사가 된 것이다. 이후 그룹 차원의 ‘지원사격’이 서영이앤티에 집중됐다. 승계 자금을 만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됐다.

 

2008년 2월 박문덕 회장은 자신이 지분 100%를 보유하던 위스키 전문업체 하이스코트를 서영이앤티에 무상 증여했다. 하이스코트는 하이트진로(당시 하이트맥주)의 최대주주인 박 회장(16.08%)에 이은 이 회사의 2대주주(9.51%)였다. 박 회장의 증여로 박 부사장은 3000억원 규모이던 하이트진로 주식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넘겨받게 됐다. 여기에 2009년 하이스코트를 하이스코트와 삼진인베스트로 분할했다. 그러면서 하이트진로 주식은 삼진인베스트로 몰아 줬고, 껍데기만 남은 하이스코트는 하이트진로에 매각했다.

 

그 사이 하이트진로는 사업사인 ‘하이트진로’와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당시 하이트홀딩스)’로 분할됐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그리고 2009년 이런 체제를 안착시킨다는 명목으로 주식스왑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거쳤다. 이를 통해 삼진인베스트는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24.66%를 보유한 2대주주에 올랐다. 그리고 2010년 서영이앤티가 삼진인베스트를 흡수 합병했다. 이를 통해 서영이앤티가 보유한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은 27.66%까지 늘어났다. 박 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통해 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하이트진로 3세들이 지출한 자금은 서영이앤티 지분 매입비용이 전부다. 이 회사 매입가격과 인수대금의 출처는 알려져 있지 않다.

 

국세청도 이런 ‘수상한 승계’를 문제 삼은 바 있다. 2012년 태영-재홍 형제에게 327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한 것이다. 박 회장의 하이스코트 증여로 서영이앤티의 주가가 상승해 사실상 태영-재홍 형제에게 463억원을 증여한 것과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들은 국세청을 상대로 증여세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미 법인세를 납부해 주주에게 다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였다. 그 결과, 2012년 1심에서는 패소했지만, 지난해 6월 대법원은 하이트진로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 인해 박 부사장은 증여세 부담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재벌가의 부당한 대물림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이 사례가 두고두고 ‘나쁜 예’로 회자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시사저널 미술팀


서영이앤티 ‘일감몰아주기’ 논란 현재진행형

 

하이트진로 측은 이처럼 법적인 절차가 마무리돼 논란이 종결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과 달리 박태영 부사장의 편법승계 잔재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서영이앤티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그것이다. 지난 2013년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다. 재벌기업들은 제각각의 방법을 동원해 규제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서영이앤티는 여전히 규제 범위 내에 머물고 있다. 실제, 서영이앤티는 2015년 매출 760억원 가운데 33.23%에 해당하는 253억원이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오너 일가 개인회사에 대한 내부거래 규제 기준인 12%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지난해의 내부거래 규모는 아직 공시가 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 서영이앤티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만일 법 위반 사실이 적발될 경우, 공정위는 정도에 따라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은 물론 오너에 대한 검찰 고발도 가능하다. 실제 서영이앤티와 비슷한 시기 공정위 조사를 받은 현대·한진·CJ 그룹은 과징금 철퇴는 물론 검찰 고발도 당했다. 공정위는 현재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법률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하이트진로와 서영이앤티가 공정위로부터 조사를 받은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 제재에 대해선 통보받은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하이트진로그룹이 내부거래율을 낮출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지배구조상 서영이앤티 지분 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내부거래 물량을 줄이기도 어렵다는 것이 하이트진로 측의 입장이다. 국내에 생맥주 냉각기 제조업체가 서영이앤티를 포함해 2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경쟁사의 제품을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내부거래율을 낮추기 위해선 해외에서 수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서영이앤티의 제품 품질이나 AS 편의 등이 외국 제품보다 우위에 있어 사업효율성 측면에서 수입품을 쓰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서영이앤티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규제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전체 매출 규모를 늘려 내부거래율을 희석시키겠다는 것이다. 2014년 캐릭터 및 키즈카페 사업을 하는 법인 ‘딸기가 좋아’를 인수하거나, 2013년 이탈리아 프리미엄 오일&비니거 브랜드 ‘올리타리아’를 수입 유통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신사업만으로는 내부거래율을 12% 안쪽까지 줄이기란 쉽지 않다는 견해가 많다. 박 부사장은 자칫 검찰 고발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입장이다. 당연히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사진)은 2014년 하이트진로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본사로 출근하며 전반적인 경영상황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시사저널 포토


‘맥주 사업 개선’ ‘해외 공략’ 등 경영능력 시험대

 

박태영 부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또 있다. 경영능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위기에 직면해 있다. 술을 먹지 않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국내 주류시장 전체가 침체돼 있어서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국내 주류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재무구조도 위태롭다. 차입금 규모만 2조원대에 육박한다. 하이트진로가 보유 자산과 계열사 등을 매각해 온 데 이어, 최근 신입사원을 포함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는 것도 이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부문에서는 비교적 선전(善戰)하고 있다. 하지만 맥주 부문은 그렇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경쟁사인 오비맥주의 공세에 하이트진로는 2012년 국내 맥주시장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점유율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수입맥주가 인기를 끌면서 한때 60%에 육박하던 하이트진로의 맥주 시장점유율은 30%대로 낮아졌다. 이로 인해 하이트진로 맥주 부문은 2014년부터 적자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한 돌파구로 박 부사장은 지난해 초 ‘올 뉴 하이트’를 출시했다. 부사장 타이틀을 달고 처음 내놓은 작품이다. ‘이름만 제외하고 다 바꿨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기존 하이트맥주의 낡은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박 부사장이 전적으로 추진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공을 들인 프로젝트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올 뉴 하이트’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맥주 부문에서 40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박 부사장은 이처럼 부진한 맥주 사업을 개선해 과거의 영광을 재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동시에 해외 진출을 위한 경영전략도 성공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하이트진로는 전형적인 내수 위주의 기업이다. 그러나 국내 주류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동남아 소주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곳을 전초기지로 동남아 주류 시장을 장악한다는 것이 목표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문경영인이 하이트진로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구조지만, 박태영 부사장이 경영전략본부장으로 경영전략을 맡고 있는 만큼 해외시장 공략에 그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3세 경영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이 과정에서 박 부사장이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이트진로그룹 가계도

3세 4명이 모두 그룹 사업에 관여 

 

하이트진로그룹이 현재의 골격을 갖추게 된 것은 1967년이다. 부산 주류업체 대선발효공업의 회장이던 고(故) 박경복 창업주가 국내 최초의 맥주회사인 조선맥주를 인수하면서다. 조선맥주는 1998년 하이트맥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1996년 출시한 신제품 ‘하이트맥주’가 당시 부동의 1위였던 오비맥주를 누르고 국내 맥주업계 1위에 오른 것이 계기가 됐다. 여기에 2005년 법정관리가 진행 중이던 진로를 인수하면서 국내 최대의 주류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면서 사명도 지금의 ‘하이트진로’로 변경됐다.

 

ⓒ 시사저널 미술팀


당초 그룹의 후계자로는 박 창업주의 장남 박문효 하이트진로산업 회장(71)이 지목됐다. 그는 조선맥주에 입사해 이사·전무·부사장을 거쳐 40세가 되던 1987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고, 2년 뒤인 1989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뒤늦게 경영에 참여한 동생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에게 밀려나면서 박문효 회장은 후계구도에서 멀어졌다.

 

그러면서 하이트진로가(家) 3세의 경영권도 박문덕 회장 일가로 넘어갔다. 박 회장은 김미정씨와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이 중 장남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이 차기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다. 영국 런던 메트로폴리탄대학에서 경영경제학을 전공한 박 부사장은 2012년 4월 하이트진로에 상무로 입사, 경영수업을 받아오고 있다. 현재 경영전략본부장으로서 그룹의 경영전략 수립과 경영진단, 신성장동력 발굴 등의 중책을 맡고 있다. 박 부사장의 동생 박재홍 상무는 일본 법인에 입사한 이래 줄곧 현지에서 마케팅과 제품기획 등의 업무를 도맡고 있다.

 

반면, 박문효 회장 일가는 그룹 경영에는 일절 참여하고 있지 않다. 대신 하이트진로 협력업체를 운영해 오고 있다. 박문효 회장은 부인 조미랑씨와 슬하에 세진(41)·세용(35)씨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장남 세진씨는 하이트맥주 등 각종 주류 용기에 붙이는 상표 라벨과 포장상자 등을 제작하는 연암의 오너다. 세용씨는 송정의 소유주다. 인쇄용 그라비아용지와 라벨지를 생산해 연암과 하이트진로산업 등에 납품하는 업체다. 이들 회사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하이트진로그룹의 지원으로 창사 이래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고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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