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악의 주가조작 에스아이티글로벌의 ‘막장 드라마’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9 09:46
  • 호수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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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영진과 3선 의원 출신 권철현 사외이사의 날 선 진실공방

 

지난해 최악의 주가조작 사례 중 하나로 회자되는 ‘에스아이티글로벌’에 대한 검찰수사가 최근 마무리됐다. 이제는 만신창이가 된 회사를 다시 정상화시키는 일만 남은 상황. 그러나 이 회사는 여전히 첨예한 내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양측은 새롭게 구성된 경영진과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주일대사까지 지낸 사외이사 권철현 전 의원이다. 이들은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날 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새롭게 구성된 현 경영진은 “권 전 의원이 1억원의 연봉과 법인카드, 운전기사 등 혜택이 보장되는 사외이사직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 구조조정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권 전 의원은 “현 경영진이 수상한 투자자를 유치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연합뉴스


무자본 인수 뒤 주가 조작해 수백억 차익

 

이번 주가조작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3월30일 이아무개 회장과 한아무개 대표가 상장사인 에스아이티글로벌을 인수하면서다. 이들은 자신들 소유의 디지파이코리아(17.90%)와 디지파이홀딩스(5.01%)를 통해 지분 22.91%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여기엔 이 회장과 한 대표의 자금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명동에서 활동하는 사채업자 최아무개씨에게 빌린 150억원과 사채 188억원이 인수자금으로 사용됐다. 사실상 ‘무자본 인수·합병(M&A)’이었던 셈이다.

 

이들의 시세조종은 인수 직후부터 이뤄졌다. 지난해 3월 ‘디지파이가 저궤도 이동통신망 관련 특허기술을 개발했고, 에스아이티글로벌과 공동 사업을 한다’고 밝힌 것이 시작이다. 그러면서 5조원 규모의 이란 국가 재난망 구축사업 참여가 확정된 것처럼 했다. 주가는 급등을 거듭했다. 상승곡선이 탄력을 잃을 때마다 추가적인 호재를 발표했다. 같은 해 5월 사업규모를 증가시켜 ‘8조원대 이란 저궤도위성 통신망 구축 사업에 참여한다’는 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함께하는 경제사절단으로 선정됐다’는 정보를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검찰에 따르면, 디지파이가 개발했다던 특허기술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외국 기업의 기성제품을 자신이 개발한 것인 양 홍보했고, 보도자료의 제품 사진도 타사의 홈페이지에서 도용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술시연회에서도 타사 제품에 디지파이 로고를 새겨 넣고 자사의 것처럼 소개했다. 경제사절단에 선정됐다는 것 역시 주가를 올리기 위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런 허위정보에 더해 시세조종 전문세력을 동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 자금을 제공한 뒤 에스아이티글로벌 주식을 매매토록 해 주가를 올리는 식이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에스아이티글로벌 주가는 합병 전인 3월초 1만1000원대에서 5월초 4만2000원대로 급등했다. 이 회장과 한 대표는 높은 가격에 주식을 처분했다. 이를 통해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은 180억원에 달했다. 이런 사실을 검찰이 인지한 것은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7월15일 에스아이티글로벌의 부정거래 의혹을 검찰에 고발하면서다. 그러나 본격적인 수사는 12월이 돼서야 이뤄졌다. 비슷한 시기 굵직한 사건들이 터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올해 1월 이 회장과 한 대표는 물론, 주가조작 세력 2명이 구속 기소됐고, 여기에 공모한 6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로 인해 같은 달 31일 에스아이티글로벌의 거래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는 2월21일부터 상장 적격성 실질 검사에 들어갔고, 에스아이티글로벌에는 3월15일 5대1 감자 결정을 내렸다. 일련의 사태를 거치면서 8500여 명에 달하는 주주들은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피해를 떠안게 됐다.

 

 

경영진 “구속된 前 경영진, 權 통해 옥중경영”

 

사태의 여파로 에스아이티글로벌 경영진은 최소한의 인원만 남겨둔 채 모두 사임했다. 이로 인해 사내이사로는 구속 기소된 한 대표와 불구속 기소된 김아무개 새 대표(전 이사), 장아무개 이사 등이, 사외이사로는 권 전 의원과 장성 출신의 백아무개씨가 남았다. 그런데 이후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들 간 내홍이 벌어졌다. 분란의 핵심은 ‘누구를 투자자로 유치할지’ 여부였다. 김 대표 측은 권 전 의원이 구조조정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영진이 데리고 온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반대로 일관하면서, 자신이 내세운 특정 업체(S사)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내 경영진들은 그 배경이 사외이사직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권 전 의원은 연봉 1억원에 법인카드와 법인차량 및 운전기사·개인비서 등 상당한 대우를 받아왔다. 또 권 전 의원이 그동안 전문성이 없는 동서 강 아무개씨와 측근 안아무개씨를 사내 주요 보직에 앉히는가 하면, 자녀가 운영하는 회사에 일감을 제공하는 등 전횡을 저질러 왔다고 주장했다. 현재 권 전 의원은 경영진의 요구에 따라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날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취지의 사임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김 대표 측은 권 전 의원이 내세운 투자자가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사임서는 사실상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전 의원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올해 1월부터는 월급은 물론 법인카드 사용도 중단된 상태이며, 최대주주가 정해지는 날 자신은 사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 동서를 입사시킨 것은 한 대표가 직원을 추천해달라는 요구를 해 와 한국전력 출신인 강씨를 추천해준 것이라고 했다. 아들 측에 자금을 제공케 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아들이 평소 에스아이티글로벌 임원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일 뿐, 이 과정에 자신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권 전 의원은 또 현재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양질의 투자자를 유치해 회사를 정상화시켜 기존 투자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 전 의원은 화살을 현 경영진에 돌렸다. 그는 “현 경영진들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수상한 투자자들을 계속해서 유치하고 있다”며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법인이 아닌 개인과, 그것도 소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여 반대 의사를 밝힌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올해 초 에스아이티글로벌의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이 회사 이아무개 회장과 한아무개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또 자신이 특정 업체를 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권 전 의원은 반박했다. 그에 따르면, S사는 계약과 동시에 에스크로 계좌로 100억원을 입금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또 에스아이티글로벌과 업무 연관성이 강하고, 향후 전개할 사업 방향에 대한 프레젠테이션도 마친 상태라는 것이다. 여기에 세부적인 계약 내용과 관련해서도 김 대표 등 경영진의 의견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최근 경영진의 결정에 따라 투자에 참여키로 한 H사는 유상증자 규모가 20억원에 불과한 데다, 업무적으로도 전혀 연관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권 전 의원은 “그동안 물망에 오른 투자자들 가운데 가장 조건이 좋아 S사를 추천한 것뿐”이라며 “더 좋은 투자자가 나타날 경우 언제든 환영한다”고 밝혔다.

 

현 경영진은 권 전 의원이 구속 기소된 한 대표의 권유에 따라 사외이사에 올랐다는 점도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대표가 권 전 의원을 통해 계속해서 옥중경영을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면서 권 전 의원이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업무에 소홀했고, 한 대표의 지원군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이후 30차례 이상 열린 주주총회에 단 한 차례만 참석한 반면, 한 대표가 주도한 해외 각국의 정부·기업 관계자들과의 미팅에 참석하거나, 기술시연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등 지원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권 전 의원은 한 대표와의 인연으로 사외이사직에 오른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에스아이티글로벌 부회장이던 지인 안아무개씨의 소개로 알게 된 한 대표의 권유에 따라 사외이사직을 수락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 기업가들과의 미팅에 참석하는 등 한 대표를 지원했다는 점에 대해선 검찰 수사가 진행되기 이전 시점이어서 주가조작 사실은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또 사외이사로서 업무에 소홀했다는 경영진의 주장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권 전 의원은 “사측에서 단 한 번도 주주총회 일정을 공지해 준 적이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직은 비상근임에도 회사에 자주 출근하며 경영 상황을 챙겨왔다”고 해명했다.

 

 

權 “‘주인 없는 회사’ 삼키려는 세력의 음해”

 

경영진은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어떻게든 권 전 의원을 물러나게 해야 정상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진은 최근 권 전 의원에게 그의 해임안을 담은 임시주총 일정을 통보했다. 만일 이를 통해 해임이 불가능할 경우 법인카드를 용도 외로 사용한 것과 관련,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에스아이티글로벌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보면, 지난해 4월에서 12월까지  8개월여 동안 권 전 의원(1824만원)과 측근 A씨(2898만원), B씨(2062만원) 등은 모두 6785만원을 사용했다. 대부분 식대였다. 이외에 마트를 이용하거나, 병원비 등을 납부한 기록도 있었다. 특히 이 가운데는 주말에 사용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반면 권 전 의원은 김 대표 등 현 경영진이 주인이 없어진 회사를 쥐락펴락하기 위해 자신을 음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이사회를 통해 S사와 계약을 체결할 것이며, 그 전권을 권 전 의원에게 위임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두 시간 뒤 ‘사외이사 해임의 건’을 담은 임시주총 일정을 통보받았다는 것이다. 권 전 의원은 “‘주인 없는 회사’로 전락한 에스아이티글로벌을 노리는 세력들이 방해가 되는 사람을 배제하기 위해 흠집 내기 전략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그들의 뜻대로 경영이 진행될 경우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기존의 개미 투자자들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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