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LA서 보니 사람이 경쟁력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5 09:48
  • 호수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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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LA를 방문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4월19일 오후 7시(한국 시각 4월20일 오전11시)에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섭니다. 시사저널이 LA의 라디오방송인 ‘우리방송’과 손잡고 미주에서 발행하는 ‘코리아저널’의 창간기념식 행사입니다. 국내 시사주간지가 미주판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단순히 저희 행사를 소개하려고 이 귀중한 지면을 사용할 생각은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한국에서는 ‘장미대선’이라는 향긋한 수식어를 붙인 건곤일척의 승부가 진행 중입니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추악한 인간의 욕심이 내뿜는 악취가 천지를 진동하는데 말이죠.

 

자연스럽게 해외에서 한국을 들여다볼 계기가 됐고,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우선 교포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한국 대선 뉴스였습니다. LA 한인들의 대부 격이라는 한 교민은 2차 토론회에 출연한 주요 대선후보들의 발언 스타일을 예리하게 분석해 기자를 당혹하게 했습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교포들이 고개를 끄덕여 공감을 표했고,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저는 속으로 “여기가 미국 맞아?”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국회사진취재단


반면 북한 핵문제에 관해서는 관심에 개인차가 엿보였습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한 교민은 “교민들끼리 북한 핵은 별로 이야기 안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전쟁이 날 것으로는 보지 않기 때문”이라는 부연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이 말을 받아 같은 테이블

에 앉아 있던 한 교민의 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걱정은 되죠. 한국에 가족이 있으니.” 반면 한 교민은 기자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왜 한국 사람들은 전쟁에 대해서 하나도 얘기 안 해요?” 일부 교민들만 접촉한 결과여서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이 되지 않을까 두려운 느낌이 없지 않지만, LA 교민들 사이에 대선은 온통 화젠데, 북핵은 별로 화제가 안 된다는 점은 이번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사저널의 사업 파트너인 우리방송에 대해서도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미주 최대 한인 거주지역인 LA에는 한인 라디오방송이 셋 있습니다. 올 연말에 설립 6주년을 맞는 우리방송은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집니다. 급성장의 비결은 사람에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CEO인 김홍수 대표가 주역입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 근무한 후,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가 유통 부문 사업을 하다가 2011년 말에 적자에 허덕이던 한 업체를 인수해 우리방송을 설립합니다. 언론에 문외한인 그가 방송사업을 하겠다고 하자, 처음에는 일부 지인들이 말렸다는군요. 그러나 그는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회사를 흑자로 돌렸고, 5년째인 지난해부터는 주주들에게 연 12%의 높은 배당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100만 달러를 투자했다면 월 1만 달러씩 배당을 받는 셈입니다. 금리가 낮은 미국에서는 경이적인 ‘사건’입니다. 더 감동적인 사실은 자신은 배당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 대표를 믿고 귀중한 돈을 투자해 준 주주들에게 성장의 과실을 우선 돌려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런다고 합니다. 그는 “먹고살 만한 돈은 있으니 이러는 거다”고 겸손해했지만, 원래 있는 사람이 더한 법이죠. 정작 그 자신은 고령인데도 한국까지 비행기를 타고 갈 때 이코노미석을 이용합니다.

 

그는 사회공헌에도 열성적입니다. 2002년부터 해마다 ‘사랑의 담요’ 전달 행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추위에 떠는 미국 노숙자들을 상대로 담요를 1000장에서 3000장 정도 무료로 나눠줍니다. 이 행사가 한인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두말

할 나위도 없습니다.

 

김 대표가 이끄는 우리방송이 한국의 다수 시사주간지 중에서 특히 시사저널을 높이 평가했고, 파트너로 신청해 이번에 시사저널 미주판을 낸 것은 이런 점에서 기쁘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앞으로는 국내 독자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고생하시는 교민들과 한국에 관심 많은 현지인들까지 염두에 두고 제작에 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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