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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나왔니, 어디?…‘학벌사회의 늪’

[박준용 기자의 차별을 말하다] 새 정부, ‘학벌타파’ 신호탄 쏘나

박준용 기자 ㅣ juney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6(Fri) 08:26:01 | 14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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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부모는 자녀가 단지 일류대생이 되길 원하고, 진보적인 부모는 자녀가 의식 있는 일류대생이 되기를 바란다.”

-김규항·지승호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김규항씨가 남긴 이 말은 한국 학벌주의 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학부모와 학생은 ‘일류대 진학’을 교육의 지상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학벌’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일견 비이성적으로 보이기도 한 이 믿음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절대적입니다.

최근 통계를 하나 볼까요. 2014년에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가 20~5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학벌에 대한 설문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를 했습니다. 당시 ‘교육 정도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76.2%였습니다. 교육 정도(학력)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절반 이상인 58.9%가 ‘출신학교’를 꼽았습니다. ‘미래를 위해서라면 편입ㆍ재수를 해서라도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낫다’는 점에도 71.1%의 응답자가 동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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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임금 등 삶 결정하는 ‘학벌주의’

 

‘학벌사회’를 설명하기 위해선 먼저 학벌의 의미를 짚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학벌이란 뭘까요. 이정규 전 캐나다 센트럴 컬리지 학장이 쓴 《한국사회의 학력,학벌주의》의 정의가 많이 인용됩니다. 이 책에서는 학벌을 ‘제도 교육에 의한 출신학교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연고적(緣故的) 동류집단’이라고 말합니다. 또 학벌주의는 ‘학연을 바탕에 두고 파벌을 이루어 정치적 파당이나 붕당, 사회·경제적 독과점, 문화적 편견과 갈등 및 소외를 야기 시키는 관행이나 경향’으로 규정합니다.

 

한국에서 학벌주의가 가장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곳은 채용시장으로 꼽힙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785명을 대상으로 올해 4~5월 설문조사한 결과, 시민들은 학력·학벌 차별 모두 심각한 수준이라고 인식했습니다. 기업의 직원 채용 시 학력차별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86.1%가 ‘심각할 정도로 존재한다’고 답했으며, 13.2%가 ‘심각하지 않지만 존재한다’고 답했습니다. 채용 시 학벌차별은 74.3%가 ‘심각할 정도’라고 답했고, 24.3%가 ‘심각하지 않지만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입사만 하면 학력·학벌 차별이 끝나는 걸까요. 아닙니다. 임금격차도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비교 통계를 보면, 대졸자는 고졸자 보다 평균 37% 많은 임금을 받고 있었습니다. 고은미씨가 2011년 발표한 논문 《1999∼2008년 한국의 대졸자 간 임금격차 변화》에 따르면, 최상위 13개 대학 출신 취업자들은 14~50위 대학 졸업자보다 14.2%의 임금을 더 받고 있었고, 51위 이하 대학 졸업자보다는 23.2%, 전문대 졸업자보다는 42% 임금을 더 받으며 일했습니다.

 

역대 정부도 이런 학벌사회의 폐단을 인식했습니다. 하지만 개선 시도는 번번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학력과 학벌카르텔은 더 단단해졌다는 평도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의 교육 개혁 공약은 주목할 만합니다.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결성하겠다는 정책을 들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새 정부, 국·공립대 네트워크 정책 추진

 

문재인 정부는 지역 거점 국립대를 집중 육성해 연합대학을 만들고, 공동 선발·공동 학위 수여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서울대를 포함한 지역 거점 국공립대를 하나로 묶는 셈입니다. 이는 프랑스 파리의 통합 국공립대가 모델입니다. 프랑스 파리의 13개 국․공립대는 파리1대학부터 13대학으로 나뉘어 각 대학별로 특성화 돼 있습니다. 졸업할 때 공동학위를 받습니다.

 

사실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주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학벌사회의 대안으로 자주 거론됐던 방안입니다. 2003년 정진상 경상대 교수가 제안했고, 민주노동당이 2004년 총선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이 대안을 정책으로 채택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새 정부가 이 대안을 실천에 옮긴다면 상당히 개혁적 시도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정책이 넘어야할 과제도 있습니다. 이 정책을 ‘서울대 폐지론’으로 인식하는 반발여론입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 정책으로 서울대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국·공립대가 하향평준화할 것이라 주장합니다. 서울대가 국․공립대학으로 묶이면 다른 유명 사립 대학이 서울대의 자리에 올라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새 정부는 이런 반론에 대해 지역 거점 국·공립대 지원을 통해 하향평준화가 아닌 상향평준화로 만들어 내겠다는 입장입니다. 또 70~80%수준에 달하는 사립대학 비율을 낮추고, 사립대를 공영화해 우려를 씻어내겠다는 계획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학벌차별 철폐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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