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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신성일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복잡한 시선

빛만큼 그림자도 많았던 독보적인 스타의 아우라

정덕현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6(Sun) 10:31:00 | 14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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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의 노배우 신성일이 최근 인터넷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등 새삼 이슈의 중심에 섰다. 그가 폐암 3기 투병 중이라는 뉴스가 나왔고, 바로 이어 송중기-송혜교 스타 커플의 결혼 발표가 알려지면서 원조 톱스타 커플로 신성일-엄앵란 부부가 회자된 탓이다. 신성일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80세 노배우에겐 어울리지 않는 ‘악플’도 등장한다. 대한민국 통틀어 역대 최고의 스타로 각광받았던 그지만, 빛만큼 그림자도 많았던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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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의 짝 엄앵란, 그리고 애증 어린 사생활

 

지금이야 스타라는 수식어보다 배우라는 지칭이 훨씬 더 영광스러운 것이겠지만, 영화 산업이 막 피어나던 1960~70년대만 해도 그 차이는 별로 없었다. 오히려 그저 연기 잘하는 배우로 남는 것보단 대중들의 추앙을 받는 스타가 되는 것을 더 바라던 시대였다. 대중들 역시 무언가 우리와는 다른 신비로운 존재로서의 스타를 더 갈망했다. 신성일이라는 청춘스타의 탄생은 바로 이런 시대의 욕망이 독보적인 외모와 반항적인 이미지와 만나면서 생겨난 일대 사건이었다.

 

그의 본명은 강신영. 배우 오디션에 합격한 그에게 오디션 주최였던 신필름이 준 ‘신성일’이란 예명 속에도 그런 욕망이 어른거린다. ‘신필름의 뉴스타 넘버원’이란 뜻으로 부여된 그 예명은 이 독보적인 외모를 가진 청년이 새로운 시대의 최고 스타가 될 것이라는 걸 예감하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신성일을 거론할 때 가장 먼저 붙는 ‘대표 미남 배우’란 수식어는 그가 당대에 어떻게 소비되었는가를 잘 말해 준다. 그는 잘생겼고, 그 잘생긴 외모에 걸맞은 좋은 작품의 캐릭터를 만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사실 신성일이 배우로서 얼마나 연기를 잘했는가에 대한 것들은 최근까지도 의문으로 남고 있다. 그것은 당시만 해도 후시(後時)녹음을 하던 터라 그의 발성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사투리가 심했고, 그래서 그의 목소리를 전담한 성우가 따로 있었다. 1960년대에는 드라마에서 인기 있던 이창환이었고, 1970년대에는 이강식이었다. 실제로 신성일은 비교적 최근 출연했던 2013년 작인 《야관문, 욕망의 꽃》에서 ‘발연기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미지와 캐릭터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데다 목소리 연기의 어색함까지 더해져 벌어진 사건이었다.

 

1960년 신상옥 감독의 《로맨스빠빠》에서 둘째 아들로 데뷔하지만, 처음부터 그가 탄탄대로를 달렸던 건 아니다. 그의 진가가 드디어 드러난 작품은 1962년 유현목 감독의 《아낌없이 주련다》부터였다. 당시 그의 외모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짐작할 수 있는 건 1963년 작 《개인교사》에서 그가 했던 짧은 스포츠머리가 당시 유행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반항적인 청춘의 이미지를 갖게 된 그는 1964년 《맨발의 청춘》으로 확고한 자신만의 팬덤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맨발의 청춘》이 그에게 남다른 작품이 된 이유는 따로 있다. 청춘스타로서의 입지를 만들어준 것 못지않게, 일생의 짝이 될 엄앵란과의 인연을 만들어주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의 엄청난 성공으로 신성일은 남자 멜로 배우의 대명사로 우뚝 서게 되었고, 당시 인기 여배우였던 엄앵란과 계속 연기 호흡을 맞췄다. 이들이 함께한 청춘영화들로 그들은 최고의 콤비가 되었고, 결국 영화 속 인연은 현실이 되어 1964년 한국 연예계 역사상 기록에 남을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이번 송중기와 송혜교의 결혼 발표 소식에서 나왔던 것처럼, 신성일과 엄앵란의 결혼은 톱스타들의 결혼이 있을 때마다 늘 회자될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참 후에 밝혀진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엄앵란이 방송에 나와 언급했던 것처럼 신성일은 많은 여자와 불륜 관계를 맺었으며, 그것을 실명을 거론하면서까지 자서전으로도 써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스타로서의 삶은 화려했지만 그 화려함 속에서 사생활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이것이 신성일이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라는 것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신성일은 현재 폐암 3기 판정을 받아 통원치료 중이다. 폐암 3기는 보통 5년 생존율이 평균 20%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신성일은 강한 삶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동아일보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그는 “수많은 영화를 찍으면서 절벽에서 떨어질 뻔하거나 진짜로 목매어 본 적도 있을 만큼 현장에서 죽을 고비를 많이 겪어봤다”면서 “생존율 같은 통계적인 것은 믿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적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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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말년, 그럴수록 강렬해지는 아우라

 

신성일의 아내인 엄앵란 역시 지난해 한 방송 프로그램 촬영 중 유방암이 발견되어 수술을 받은 바 있다. 그때 신성일은 투병 중인 아내를 극진히 간호했다고 알려진다. 엄앵란은 자신이 “유방암을 극복했듯이” 신성일 역시 건강을 되찾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나란히 암에 걸리는 불행을 겪었지만, 그 불행이 부부 사이를 오히려 더 돈독하게 해 주는 듯 보인다.

 

인물이 남기는 아우라는 화려한 빛만으로 생겨나는 게 아니다. 그것은 결국은 사라지는 쓸쓸한 그림자가 있어 오히려 그 순간의 빛이 더 강렬한 아우라로 남기 마련이다. 신성일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화려했던 스타로서의 빛나는 지점과 함께, 그만큼의 무게로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확인할 수 있다. 청춘스타로서의 그 빛들은 정치활동(16대 국회의원)이 남긴 오점과 불륜관계를 스스로 공개하는 등의 사생활이 주는 불편함으로 인해 상당 부분 바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정할 수 없는 건 그가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로서 당대를 살았던 대중들의 뇌리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는 점이다. 조금은 쓸쓸한 말년을 보내고 있지만, 그럴수록 빛났던 청춘스타의 아우라는 오히려 더 강렬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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