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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특수학교는 안 돼”

서울시 특수학교 건립 15년째 제자리걸음…고통받는 장애 학생과 학부모들

홍주환 인턴기자 ㅣ shotshot93@naver.com | 승인 2017.08.05(Sat) 09:00:00 | 14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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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씨(가명·49)는 매일 아침 6시가 되기도 전 잠에서 깬다. 아들 진혁(가명·16)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다. 소정씨와 진혁 모자(母子)는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에 살고 있다. 하지만 학교는 서울시 강동구 명일동에 있다. 이른바 ‘특수학교’인 주몽학교다. 학교에 가려면 오전 6시40분에 스쿨버스를 타야 한다.

 

진혁이는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다. 뇌병변 장애는 뇌 기능이 손상돼 팔과 다리 등이 마비되는 신체적 장애다. 초등학교 때는 그나마 걸을 수 있었던 진혁이는 지금은 혼자서 설 수도 앉을 수도 없는 상태다. 숟가락이나 연필을 쥘 수도 없다. 휠체어에 앉을 때도 가만히 놔두면 몸이 앞으로 넘어져 안전끈으로 상체를 휠체어 등받이에 고정해야 한다.

 

이런 진혁이가 갈 수 있는 특수학교가 진혁이 동네에는 없다. 서초구에 사립 특수학교인 다니엘학교가 있지만 지적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뇌병변 장애 학생인 진혁이는 입학하기 어려웠다. 강남구의 정애학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나마 갈 수 있는 특수학교를 찾다 보니 강동구에 있는 주몽학교까지 오게 됐다.

 

“등교는 그래도 스쿨버스로 한다지만 하교 때는 스쿨버스 이용이 안 돼요. 그래서 제가 직접 가서 데려오는데, 퇴근시간이랑 겹쳐서 집에 오는 데 2~3시간은 족히 걸려요.”(진혁이 어머니 이소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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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 대상자 35%만 수용

 

현재(2017년 기준) 서울시의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 수는 4457명이다. 그런데 서울시의 특수교육 대상자 수는 약 1만2804명에 이른다. 현재의 특수학교로는 특수교육 대상자의 약 34.8%밖에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29개인 서울시의 특수학교 수는 2002년 이래 제자리걸음이다. 2002년 이후 특수학교가 신설되지 않은 곳은 전국 광역특별시·도 중에서 광주시와 서울시밖에 없다. 15년 사이 부산시 5개, 인천시 2개, 울산시 2개, 경기도 12개의 특수학교가 신설됐다.

 

물론 서울시에서도 특수학교를 세우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장애 학생 학부모들은 끊임없이 특수학교 신설을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보다도 규모가 작은 장애인지원센터가 들어서는 것도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히는 상황에서 특수학교 건립 움직임은 나오자마자 쏙 들어가거나 지지부진하기 일쑤였다.

 

강서구에 들어설 계획인 특수학교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교육청은 2013년 처음 옛 공진초등학교 터에 특수학교를 세우겠다는 얘기를 꺼냈지만 지금도 지역 주민을 설득하는 과정에 있다. 현재 지역 주민들은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결사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7월3일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토론회도 주민들의 반발로 파행을 빚었다.

 

2002년부터 단 한 개의 특수학교도 세워지지 않는 동안 서울시에서 특수학교를 가지 못한 장애 학생들은 일반학교로 향해야 했다. 그나마 진혁이는 운이 좋은 경우다. 특수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올해 11살인 지적 장애 2급 보람(가명·11)이는 멀리 있는 특수학교에도 가지 못해 일반학교에 입학했다. 보람이는 원래 강서구에 있는 유일한 특수학교인 교남학교에 가려고 했다. 하지만 교남학교는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을 1년에 6명 정도밖에 뽑지 않았다. 강서구 주민뿐 아니라 타 지역민들도 입학을 원하니 경쟁률이 센 것은 당연했다. 보람이는 심사에서 떨어졌다. 다른 특수학교에 가려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보람이가 갈 수 있는 곳은 집 가까이에 있는 일반 초등학교의 특수학급뿐이었다.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의 차이는 확연했다. 특수학교에는 장애 학생 관련 전문교육을 받은 교사가 많지만 일반학교에는 기간제 특수교사가 많아야 2명이다. 2017년 기준 서울에 특수학급을 설치한 초등학교는 총 421개다. 초등학교 특수교사는 684명이다. 한 학교당 평균 1.6명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특수학급이 보람이를 맡아주는 시간은 하루 2시간 정도밖에 안 됐다. 나머지 시간은 일반학급에서 보내야 했다. 일반학급의 수업은 비장애 학생 위주였고, 담임선생님도 장애 학생을 다루는 법을 잘 몰랐다. 보람이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멀뚱멀뚱 앉아 있을 뿐이었다. 거기다가 3학년이 되니 비장애 학생들이 보람이를 때리기 시작했다. 보람이의 어머니 이자연씨(가명)는 “얌전한 아이니까 그림자 취급당하겠지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깐 아이 몸에 멍이 들어 있더라”고 회상했다. 결국 보람이는 4학년 때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강복희 한국장애인학부모회 서울지회장은 현재의 특수학급은 장애 학생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특수학급에서 종일반으로 머무르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일반학급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며 “문제는 일반학급의 수업에는 장애인이 참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반학급에는 특수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낮은 교사가 대다수여서 장애 학생을 이끌기 힘들다”며 “결국 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이 특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특수학교를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일반학교 특수학급 혹은 일반학급에서 공부하는 서울의 특수교육 대상자는 전체(1만2804명)의 약 64%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장애 학생이 있는 일반학급의 담임교사의 경우 15시간 사전 교육을 이수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염유민 서울시교육청 특수교육과 장학관은 “교육이 강제는 아니지만 이수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특수학교 신설 이번엔 가능할까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 이외에 서초구·중랑구에도 특수학교 신설을 추진 중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강서구와 서초구에는 2019년, 중랑구에는 2020년 특수학교가 개교한다. 물론 지역 주민의 반대가 극심하다. 중랑구는 이제 부지를 선정해 용도를 학교용지로 변경 중이다. 이경호 서울시교육청 학생지원과 주무관은 “반대 주민을 설득하는 데 시일이 걸리겠지만 특수학교 건립 계획을 계속 추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장애 학생의 학부모들은 불안하다. 15년간 지속돼 온 불신이 단숨에 해소되긴 힘들어 보인다. 이자연씨는 “그동안에도 특수학교를 세운다는 말은 많았지만 다 물거품이 됐다”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임기가 1년여밖에 안 남았는데, 그전에 결론이 안 나고 교육감이 바뀌면 언제 또 뒤집어질지 모르지 않냐”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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