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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버핏’ 박철상씨 거짓말 논란에 숨겨진 전업투자자의 세계

‘선행 기부’ 포장에 가려진 거짓 선행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2(Tue) 17:00:00 | 14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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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억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해 화제를 모은 청년이 있다. 대중은 열광했고, 청년은 일순간 젊은이들의 우상이 됐다. 강연 요청은 빗발쳤고 언론 인터뷰도 이어졌다. ‘청년 버핏’ 박철상씨(33·경북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이야기다. 2009년 150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해 400억원대까지 자산을 불린 것으로 알려졌던 박씨는 급기야 지난해 10월 ‘사람에 투자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KBS 교양프로그램 《강연 100℃》에 출연했다. 올 2월에는 황교안 총리 초청 ‘선행실천 격려 간담회’에 참석했는가 하면, 5월에는 《한국의 젊은 부자들》이라는 책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면서 주가를 높였다.

 

하지만 8월3일 전업투자자 신준경 스탁포인트 이사가 자신의 SNS에 “박철상을 믿지 못하겠다. 도저히 수익률과 수익을 이해할 수 없다. 400억원을 벌었다면 직접 계좌를 보여 달라. 만약 박철상씨의 말이 맞는다면 1억원을 내놓겠다”고 검증에 나서면서 그의 거짓말이 드러났다. 박씨는 8월8일 언론을 통해 “‘평생 기부 목표 금액이 400억’이라고 했는데, 기자가 오해를 했다”며 “사실을 확인하고도 바로잡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신 이사는 이번과 똑같은 방법으로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씨를 상대로 공개검증을 요구해 이씨를 구속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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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이미지 포장

 

이런 가운데 박씨의 거짓말을 둘러싸고 ‘남산주성’이라는 필명을 쓰는 김태석 남산파트너스 대표와 ‘게임조아’라는 필명의 신준경 이사 간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박씨와 신 이사가 했던 8월7일 전화통화 내용을 근거로 “박씨를 저격하겠다는 주장과 달리 신씨는 박씨의 자산 규모를 살짝 떠보는 수준에 그쳤으며, 검증보다는 박씨 명성에 편승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 이사는 “내가 박씨의 사기 행각을 찾아내자 김씨가 공을 가로채기 위해 나를 공개 비난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두 사람의 갈등은 김 대표가 활동하는 네이버투자카페 ‘가치투자연구소’와 신 이사 주도의 인터넷 증권투자카페 ‘함께하는 증권투자’ 회원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두 사람의 갈등이 박철상씨의 거짓말 행각을 밝히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문제의 발단은 주식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주장해 온 박씨에게 있다. 그가 단시간 내 명성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기부’라는 그럴싸한 포장지에 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고액 자산가 중 고액 기부자는 얼마든지 많다. 하지만 박씨처럼 기부를 목적으로 돈벌이에 나선 사람은 많지 않다. 대중이 박씨에게 열광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박씨는 지난해 7월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뽑은 ‘아시아 기부영웅(Asia’s 2016 Hero Of Philanthropy)’에 선정됐다. 이 잡지는 박씨를 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매년 15%의 투자수익을 내 만든 그의 기부금은 보육원과 상처받은 사람을 돕는 데 쓰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씨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그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만든 고액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 클럽에 가입하면서다. 이 모임에 가입하려면 1억원 이상의 기부금을 내야 한다. 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박씨는 2015년 7월 정식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대구지회 46번 기부자)으로 가입했다. 박씨는 현재 복현의료기금 2억5000만원을 비롯해 총 6억1000만원을 5년 내 기부하는 것을 약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단체 사이트에 박씨는 여전히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비상장 주식에 대한 허위 정보를 투자자에게 흘려 부당 이득을 얻은 혐의로 구속된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씨 역시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중앙지회 867번 기부자)이다. 이 밖에도 아너 소사이어티에는 올 초 홈캐스트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코스닥 큰손’ 원영식 W홀딩컴퍼니 회장도 회원(중앙지회 11번 기부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2000년대 초반 19살의 나이에 30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해 1년 만에 100억원을 벌었다고 주장해 화제를 모은 ‘슈퍼개미’ 복아무개씨도 사실과는 다르게 많은 내용이 부풀려져 있다고 본다. 복씨 역시 언론을 통해 수많은 사회단체에 기부활동을 벌이고 있는 청년 사업가로 보도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씨의 기부활동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박씨가 400억원대 자산가라고 알려졌는데 확인 결과, 실제 재산이 그만큼 많지 않았다는 것은 윤리적이기는 하나 법적 책임까지 묻기는 힘들다. 문제는 박씨의 위법 행위 여부다. 박씨는 김 대표와의 통화에서 “장학기금·의료기금 같은 데 들어간 게 15억원이고, 위안부 할머님들이랑 취약계층,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한테 들어간 게 9억원 등 이렇게 해서 24억원을 기부했다”면서 “이를 위해 4명에게서 15억원의 돈을 기부 받았다”고 말했다. 뒤집어 보면 지금까지 박씨가 낸 돈조차 자신이 번 돈이 아니라 ‘좋은 데 사용해 달라’며 다른 사람이 기부한 돈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김 대표와의 또 다른 통화에서 박씨는 “기부한 24억원은 전부 내가 주식 투자로 번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부 목적으로 모은 돈부터 기부금액, 현재 잔액 등이 여러 진술에서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신 이사는 “박씨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모두가 거짓”이라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기부 받은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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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압적 검증 공개 시스템도 논란 일어

 

이번 박철상씨 논란에서 또 하나 생각해 볼 대목은 고액 자산가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열광한다는 점이다. 박씨가 세간의 이목을 끈 것도 400억원이라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박씨는 신 이사와의 통화에서 “지역 언론사 기자가 ‘그래서 도대체 자산이 얼마냐’고 여러 차례 물어 자신이 매년 목표로 하는 금액만을 말했는데, 해당 언론사가 일방적으로 400억원대 자산가로 둔갑시켰다. 또 모 경제신문이 자신의 기부 활동을 ‘워런 버핏’에 빗대어 표현한 것도 상당히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박씨가 주식시장에서 혹독한 공개검증을 요구받은 것은 그동안 성공한 청년 투자가라는 세간의 찬사를 즐긴 것에 대한 반대급부라고 봐야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성공한 슈퍼개미가 사실은 허구였다는 것을 알게 된 대중이 스타의 몰락을 즐기다 못해 무대에서 끌고 내려오는 모습은 우리 주식투자 시장의 씁쓸한 한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이희진씨가 몇 년 만에 장외 주식투자 업계 스타로 등극한 것은 자산운용의 노하우보다는 람보르기니·페라리 등 슈퍼카를 몰고 다니며 강남 고급아파트에 산다는 식의 겉모습이 더 크게 작용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 주식투자 시장에서 “너 번 돈 많아? 그럼 계좌 까봐. 만약 사실이면 내가 얼마 줄게”라는 식의 극단적 검증 시스템이 자리를 잡는 것도 건전한 투자시장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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