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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고흐 명작은 커피가 만들었다

[구대회의 커피유감] “커피는 매우 정치적인 상품”…커피가 근대의 사상과 문화에 끼친 영향

구대회 커피테이너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7(Sun) 13:30:00 | 14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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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문학 열풍이 거세다. 너도나도 인문학에 대해 관심을 갖다 보니 온갖 종류의 인문학 강좌가 인터넷과 오프라인에서 성업 중이다. 인문학은 객관적인 자연현상을 다루는 자연과학과는 대비되는 개념으로, 인간 문제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볼 수 있다. 커피는 인문학의 주제가 될 수 있을까? 비록 커피 자체는 인문학의 영역이 아니지만, 여기서 파생된 근대사회의 현상은 인문학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2012년 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에서 발행한 《비교문화연구》에 실린 김춘동 경북대 교수의 논문 ‘음식의 이미지와 권력: 커피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생필품이 아닌 기호품이 이렇게 세계적으로 대량 거래되고 소비되는 상품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음식으로서의 커피, 그리고 상품으로서의 커피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인류가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이래 각 시대의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요구에 의해 지속돼 왔던 이미지화의 노력 덕분이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미국의 저명한 기업가 벤 코헨은 1993년 월드 커피 앤 티(World Coffee and Tea) 연설에서 “커피는 매우 정치적인 상품”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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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 베토벤의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커피

 

즉 인류사에서 커피가 가지는 위상과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식음료 자체로서의 커피뿐 아니라, 근대의 사상과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앞으로 총 4회에 걸쳐 근대의 주요 음악가·화가·문학가·정치가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인물과 사건을 예로 그들의 삶 속에서 커피는 어떤 의미였는지, 그리고 그들의 작품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커피는 7세기 에티오피아 카파 지방에서 ‘칼디’라는 목동에 의해 처음 발견되고, 8세기경부터 예멘에서 처음으로 경작된다. 그 후 중동과 북아프리카로 점차 확산되고, 십자군전쟁(11~13세기)이 발발하면서 비로소 커피는 유럽으로 전해지게 된다. 전세가 불리해진 이슬람 군대는 전쟁물자로 쓰던 커피를 전쟁터에서 미처 챙기지 못하고 퇴각하는데, 십자군이 우연히 이것을 발견해 음용하면서 그 진가를 알게 된다. 17세기 초 베니스 상인에 의해 무역을 통한 커피 교역이 이뤄지면서 커피는 유럽의 부호와 지성들에게 귀하고 인기 있는 음료로 자리를 잡아간다.

 

당시 커피의 매력은 맛보다는 향이었다.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카페인의 각성 효과였다. 만일 커피에 카페인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료가 될 수 있었을까. 당시 사람이 모인 곳에는 어김없이 커피가 있었고, 커피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였다. 근대 유럽의 음악인·미술인·문인·정치인들은 카페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때때로 밤새워 토론을 했고, 그 결과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들이 세상에 나왔다. 각성의 음료, 커피가 없었다면 그들이 밤늦게까지 창작욕을 불태울 수 있었을까.

 

음악의 성인이라 불리는 베토벤은 얼마나 가난했던지 일생 동안 39번이나 이사를 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찰과 군인 간부들이 이사를 많이 간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으나, 베토벤보다는 못할 것이다. 또한 공무가 아닌 단지 가난 때문에 피아노 3대와 함께 이사를 다녀야 했다니 측은함마저 느껴진다. 어쩌면 그에게 가장 큰 고통은 점점 잃어가는 청력보다 가난이었을지도 모른다. 일생을 독신으로 살았던 그에게 음악을 가능케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커피였다.

 

그가 얼마나 커피에 집중하고 의지했는가 하는 것은 친구였던 작곡가 베버의 기록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방 안이 온통 악보와 옷으로 어질러져 있으나, 테이블에는 악보 용지 한 장과 끓는 커피가 있었다.” 그는 음악만큼이나 커피에도 지독한 완벽함을 추구했던 것 같다. 아침식사를 위해 준비한 커피에 정확히 60알의 원두를 사용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한 잔의 커피를 추출하기 위해 사용하는 원두의 양은 약 9g으로, 이를 헤아리면 55~65개 정도 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가 왜 일생 동안 커피 음악을 단 한 곡도 작곡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가정이지만, 누군가 과거 바흐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에게 커피하우스에서 연주될 곡을 의뢰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우리들은 베토벤의 ‘커피 소나타’나 ‘커피 교향곡’을 감상하며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즐기는 호사를 누렸을지도 모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EH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따르면, 끝없는 변혁의 시기인 19세기에는 글레르·코플리처럼 성공한 소위 ‘관전파 화가’와 죽은 뒤에야 진가를 인정받은 마네·고흐·고갱처럼 ‘이단자 화가’가 공존했다. 그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했던 수많은 화가들이 카페에서 커피를 즐겼고, 그것에 의지해 빛나는 작품을 남겼다. 그들 가운데 눈여겨볼 두 사람이 있으니 바로 고흐와 고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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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고갱도 커피를 벗 삼아 작품 활동

 

열대가 자신의 화실이라고 믿었던 고갱에게 마르티니크 섬이나 남태평양의 섬들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이상향이었다. 그런 그에게 아를은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더구나 생활고로 궁핍한 생활을 근근이 이어가던 그에게 고흐의 동생 테오의 제안은 쉽게 거절할 수 없는 것이었다. 평소 고갱의 미술 세계를 흠모했던 고흐는 테오가 고갱의 빚을 대신 갚아주고 생활비를 일부 대주는 조건으로 고갱을 만날 수 있었다. 1888년 10월23일부터 같은 해 12월23일까지 둘은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아를의 옐로 하우스에서 함께 살면서 작업에 몰두했다.

 

집 근처에 위치한 카페 ‘드 라 가르(De La Gare)’는 아를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운영되는 커피집이었다. 고흐와 고갱은 카페를 화실로 삼아 그림을 그렸고, 밤새 카페에서 서로의 그림 세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틴 게이포드가 지은 《고흐, 고갱 그리고 옐로 하우스》에 따르면, “옐로 하우스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던 이 카페는 밤에 그들이 외출했던 장소였다. 옛날에 빈센트는 밤이 되면 그곳에서 편지를 읽거나 편지를 썼다. 고갱 역시 그곳에 자주 갔다”고 쓰고 있다. 고흐는 《밤의 카페》를, 고갱은 《밤의 카페, 아를》을 남겼는데, 이 작품들은 그들이 즐겨 찾았던 카페 ‘드 라 가르’를 소재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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