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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두 번 소외당하는 장애예술인의 삶 “나는 연극인이다”

[대학언론상-장려상] 갈 곳 잃은 장애예술인…사회적 시선과 법으로부터 외면받아

김이현·김수진(경희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2(Thu) 20:00:00 | 14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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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많은 청춘들이 언론인의 길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나돌 정도로 저널리즘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험난한 길을 택한 이유는 바로 ‘세상에 짱돌 하나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일 것이다. 시사저널은 9월15일 제6회 대학언론상을 시상식을 가졌다. 3단계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작에 선정된 작품들은 모두 취재력과 문장 구성, 기획력 등에서 기성 언론에 견주어 손색이 없다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6회에 걸쳐 수상작을 소개한다. 

 

“좀 제대로 해 병신아. 장애인도 아니고 그걸 못하냐.” 휴대폰 게임에 몰두한 두 청년이 거리낌 없이 말을 내뱉는다. 길을 걷던 시각장애인은 이 소리에 멈칫하는 듯싶더니 다시 갈 길을 간다. 이것은 연극의 한 장면이다. 두 청년과 시각장애인 역할을 맡은 배우는 모두 장애인이다. 이러한 상황은 그들의 의지나 감정과 상관없이 충실하게 따라다니는 타인의 시선을 말해 준다.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경험을 재미있고 신랄하게 풀어낸 연극 《나는 연극인이다》는 장애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바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연극을 만든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휠)’의 단원들은 모두 중증장애인이다. 연출, 음악, 연기, 무대설치 등 연극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대한민국 최초의 장애인 연극단인 셈이다. 16년간 휠을 이끌어온 송정아 단장은 “일반 극단들도 3년을 버티기가 힘든데, 남들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공연을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없었다”고 회고한다. 그럼에도 “장애인 연극은 장애인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고유한 문화이자 예술의 한 부분”이라며 열정과 의지를 드러냈다.

 

휠은 녹록지 않은 경제 사정으로 올 초 규모가 작은 사무실로 이전해야 했다. 지금은 단원들이 연습할 공간조차 없는 실정이다. 송 단장은 “장애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예술 쪽 인식은 변하지 않았다”며 “특히 공연장과 관련해 시설은 둘째로 치더라도 일반 공연장을 대관하려고 하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거절당하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장애예술인들에게는 공연장의 계단만큼이나 넘기 힘든 것이 그들을 바라보는 편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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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0년…변화는 ‘글쎄’

 

장애예술인에 대한 공감은 얼마나 이뤄지고 있을까. 2007년 제정돼 이듬해부터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은 올해로 10살이 됐다. 이 법은 고용이나 교육, 문화예술의 이용 등에 있어 장애인을 차별하거나 괴롭히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조 10호는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보장한다. 여기서 활동이란 단순한 작품 감상을 넘어 장애인이 직접 창작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휠을 비롯한 많은 장애예술인이 무대 위에서 관객을 향한 꿈을 펼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12년 실시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장애문화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예술인의 82.18%가 발표 기회를 갖지 못했다. 대다수의 장애예술인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점은 ‘창작 지원금 부족’과 ‘시설 부족’이었다. 이에 취재팀은 연극이 가장 활성화된 대학로 연극장을 조사했다. 서울시 종로구에 등록돼 있는 극장 중 법이 시행된 2008년 이후 개관한 극장은 78개였다. 장애인 객석과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무대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한 극장은 53개였고, 이 중 장애인 객석이 마련된 건물은 단 5개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대극장으로 설립된 건물이었다. 장애인이 연극무대에 오를 수 있다고 답한 공연장은 두 곳뿐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장애인이 공연했던 전례는 없었다. 장애인들의 공연이 비장애인 무대와는 달리 휠체어가 필요한 단원들의 동선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물론 여타 편의시설, 장비 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이동권이 제한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엘리베이터의 폭이 좁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다. 장애인 표시가 된 엘리베이터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이 있는 지하로 가는 버튼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장애인이 참여하는 연극무대는 고사하고 관람할 수 있는 환경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셈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미비한 건물들에 대해 여러 차례 시정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3항, 장애인이 시설물 이용에 있어 ‘정당한 편의’의 제공을 거부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근거로 했다. 그럼에도 ‘정당한 편의’는 여전히 불편한 시설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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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예술인 없는 예술인복지법

 

2011년 제정된 예술인복지법은 예술인의 권리 보호 및 예술인과 예술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여기에 장애인은 없었다. 장애예술인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특수성을 고려한 별도의 지원 법률조차 없는 실정이다. 장애예술인에 대한 조사도 부족하다. 2015년 문체부의 문화예술인 실태조사에는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비장애인들만 분류돼 있다.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장애인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셈이다. 장애예술인 수는 계산법에 따라 1171명에서 최대 9275명까지 격차가 벌어진다. 추정치임을 감안하더라도 오차 범위가 상당히 크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관계자는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장애인의 숫자를 파악하기란 매우 어렵다”며 “어느 정도 예술성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의 모호함 등이 그 이유”라고 밝혔다.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는 “장애인 문화예술이 발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전수조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여러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장애인 복지에 대해 헌신적인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도 존재했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은 문학과 예술을 통해 사회적 이슈가 됐고, 그것이 사회를 변화시켰다”며 “장애인에 대한 공감과 감동을 일으키는 무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 대표는 오래전부터 장애예술인창작지원금 제도를 골자로 하는 장애예술인 지원 법률 제정을 요구해 왔다.

 

 

한발 앞선 일본…한국은 지지부진

 

이웃나라 일본은 어떨까. 일본 후생노동성은 장애인의 완전참가와 평등의 실현을 목적으로 2001년 국제장애자교류센터 ‘빅아이’를 설립했다. 빅아이는 모든 유형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국제교류 활동과 문화예술 활동, 숙박 등을 할 수 있는 종합시설이다. 사단법인 오사카부지역복지추진재단에서 이용수익금 50%, 국가보조금 50%를 통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빅아이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를 촉진하고 있으며 서로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친목도모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한국장애인재단에서는 연수교류사업을 통해 2014년 장애인과 비장애인 활동가 25명이 빅아이를 방문한 바 있다.

 

프로그램에 동행했던 한국장애인재단 관계자는 “한국에는 장애인이 편리한 환경에서 공연하고 숙박까지 가능한 시설이 없다”며 “장애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장애가 장애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려는 사회적 노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어딜 가든 장애인을 위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며 “장애인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되는 환경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한국은 인식 개선에 앞장서야 할 주체가 인식 개선의 대상이 되는 주객전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아닌 장애인이 먼저 나선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그들은 무대에 설 기회조차 많지 않다. 출발선부터 다른 사회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휠을 굴리고, 변화를 위해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다. 소수자는 이미 많은 노력을 했으니 나머지는 다수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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