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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도 피해 가지 못한 일감몰아주기 논란

[재벌家 후계자들 (32) 동원그룹] 장남은 금융, 차남은 식품…이미 마무리된 동원그룹 경영 승계

조유빈 기자 ㅣ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10.26(Thu) 16:00:00 | 14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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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의 경영 승계 절차는 이미 마무리됐다.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 회장의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55)은 일찌감치 금융부문을 맡아 독립했고, 차남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45)이 식품을 중심으로 한 그룹 경영 전반을 지휘하고 있다. 업종이 전혀 다른 두 사업을 나눠 형제간 다툼 없이 승계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김남정 부회장은 2013년 동원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공격적 인수·합병(M&A)과 해외 진출로 사업을 재편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동원그룹은 지난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면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됐다. 동원그룹이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내부거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동원그룹의 모태는 동원산업이다. 전남 강진 출신의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23세에 선원 생활을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원양어업을 시작한 1958년, 김 회장은 첫 원양어선인 ‘지남호’에 승선했고, 다른 배보다 빨리 만선을 기록하면서 승선 3년 만에 선장 자리에 올랐다. 1966년 정부가 수산청을 세우면서 수산진흥정책을 추진하자 3년 후인 1969년 자본금 1000만원으로 3명의 직원과 함께 동원산업을 설립했다. 꾸준히 성장을 거듭한 동원산업은 1979년 국내 최초로 참치 선망선을 도입했고, 1982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참치통조림인 ‘동원 살코기 캔’을 출시했다. 참치통조림이 1988년 서울올림픽과 함께 국민식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동원그룹은 식품업계 강자로 부상했다. 지금도 동원 참치통조림은 국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동원그룹은 이 성공을 기반으로 유통·물류·생산을 담당하는 계열사를 늘려 종합식품회사로 성장했다. 같은 해 한신증권을 71억원에 인수하면서 금융업으로도 진출했다.

 

김재철 회장은 1985~91년 한국수산업 회장, 1990~92년 원양어업협회 회장을 지냈다. 김 회장은 이 시기부터 자녀들에게 혹독한 경영수업을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 김남구 부회장은 대학을 졸업한 1987년, 6개월 동안 참치잡이 배에서 생활하면서 참치를 잡고 갑판 청소를 했다.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도 대학을 졸업한 이후 동원산업에 입사해 참치통조림을 만들었고, 완성된 제품을 시내 백화점에 배달하는 일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 2세들이 회사에 입사해 임원에 오르기까지는 평균 10.5년이 걸렸다. 재벌가 자녀들이 일반 사원으로 입사해 3~4년 내에 임원으로 승진한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동원그룹은 사업영역별 전문화를 목표로 계열분리를 단행했다. 수산업·금융업·종합식품제조업 등을 분리한 것이다. 기존 동원산업은 수산 사업을 전담하게 됐고, 분리 이전 동원산업이나 동원식품에서 이뤄지던 수산물·농산물 등의 생산과 생수·음료·김치 등 식품 관련 부분은 동원F&B가 맡게 됐다. 2001년에는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설립되면서 동원산업은 6개 금융계열사와 정보통신사업을,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F&B와 동원식품 등 식품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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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 2세들, 임원까지 평균 10.5년

 

동원그룹은 2003년 식품과 금융을 분리하는 그룹 재편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동원산업을 동원엔터프라이즈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사실상 금융부문 지주사 역할을 했던 동원산업이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자회사가 되면서, 동원그룹은 금융부문 지주사로 동원금융지주를 설립했다. 2005년 6월 동원금융지주가 자사보다 덩치가 큰 한국투자신탁을 인수하면서, 기존 동원금융지주보다 시가총액이 두 배나 많은 1조원대의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설립됐다.

 

식품과 금융이 분리되면서 후계 구도도 명확히 정해졌다. 김남구 부회장은 금융부문인 한국투자금융지주를, 김남정 부회장은 식품산업부문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맡게 됐다. 김남구 부회장은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 주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고, 김남정 부회장 역시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분이 전혀 없다.

 

 

계열분리로 오너 일가 그룹 내 지배력 강화

 

동원그룹의 계열분리와 지배구조 변화는 오너 일가의 그룹 내 지배력을 한층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그룹 내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지주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남정 부회장이 67.98%의 지분을 보유해 1대 주주에 올라 있고, 김재철 회장은 24.5%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의 둘째 동생 김재국씨(1.26%), 김 회장의 첫째 동생 김재운씨(0.58%)의 지분을 합하면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90%를 훌쩍 넘는다. 김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동원육영재단도 4.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F&B·동원CNS·동원산업·동원시스템즈 등 자회사 지분을 59.24~100% 소유하고 있다.

 

동원그룹의 금융계열사가 분리돼 만들어진 한국투자금융그룹도 장남 김남구 부회장 중심의 확고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김남구 부회장은 지주사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분 20.23%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고, 김재철 회장은 1.0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한국투자파트너스·한국투자저축은행·한국투자캐피탈·이큐파트너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2017년 상반기 영업을 시작한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지분 58%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은 지난 4월 카카오뱅크가 은행업 본인가를 받으면서 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NH농협금융에 이어 5번째 은행지주로 전환했다.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자회사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주회사들이 자회사 지분율이 낮다 보니 브랜드 수수료, 컨설팅 수수료, 심지어 빌딩 임대료까지 받는다”며 지주사의 수익구조가 후진적이라는 비판을 한 바 있다. 지분율이 낮은 지주사들이 자회사들로부터 불명확한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게 되는데, 이것이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을 40% 보유하면 되고, 자회사가 상장사일 경우 20%만 갖고 있으면 된다. 대부분 국내 지주사의 경우 계열사 지분을 30%대로 갖고 있지만,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자회사 중 상장기업인 동원F&B와 동원산업·동원시스템즈의 지분 71.25%·59.24%·85.53%를 보유하는 등 높은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동원그룹은 공정위가 9월초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처음으로 포함되면서, 내부거래를 통해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비상장사는 20%)와 매출액 20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를 하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12% 이상일 때도 규제대상이 된다.

 

올해 상반기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전체 매출액 401억원 중 내부거래로 발생한 매출은 203억원으로, 그 비중은 50.6%에 이른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내부거래 매출액은 과거부터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지난 2013년 320억원, 2014년 355억원, 2015년 386억원, 2016년 388억원 등을 기록했다. 2013년 81.2%, 2014년 75.5%, 2015년 65.9%, 2016년 68.2%의 비중에 이른다.

 

이에 대해 동원그룹 관계자는 “내부거래의 전체적인 비중은 맞지만, 이 중 IT(정보기술)서비스 관련 거래 매출이 62억원이다. IT 관련 매출 부분은 ERP(전자 자원 관리 시스템)를 마감하고 원가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인데, 회사의 기밀을 유지해야 하는 사항이라 보안 유지 차원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며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의 효율성 증대·보안성·긴급성 등 거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는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예외로 하고 있다. 이익을 남기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 예외적 사항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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