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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7만 명 대출자, 임박한 ‘금리 인상’에 초긴장

한은 통화정책 큰 흐름 바뀔 듯…금리 오르면 취약한 가계대출 상환부담 커져

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ㅣ 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17.10.31(Tue) 08:00:00 | 14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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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성숙되고 있다.” 지난 10월1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직후 나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이 한마디에 한국 경제가 동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우리 경제 회복세가 견고하다며 머지않은 시일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이다.

 

 

금통위 회의서 ‘금리 인상’ 소수의견 나와

 

이 총재 발언은 즉각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채권시장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발 빠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년여 만에 연 2%대로 치솟았고, 통안채를 비롯해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높아졌다. 기준금리 인상의 날갯짓은 여기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대출자들의 이자 상환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대출자들이 부담해야 할 연간 이자가 수조원 증가한다. 은행권 가계대출(잔액 기준)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65.5%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문제가 저성장 기조에 빠진 우리 경제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10월19일 열린 금통위에서 현행 연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는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이후 16개월 연속 동결로 시장 예상과 부합했다. 앞서 금융투자협회는 펀드매니저·애널리스트 등 채권시장 전문가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00%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하지만 시장 예상과는 달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행진이 마지막을 향하고 있다는 힌트도 동시에 나왔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알리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나온 것. 우선 이 총재는 이날 회의 직후 열린 기자 설명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높였고 물가상승률도 한국은행의 목표 수준에 부합하는 2%가 될 것으로 보여 금융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돼 가고 있다”며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는 지난 6월 금리 인상 시사 발언 이후 4개월 만에 나온 보다 강력해진 발언이다. 당시 이 총재는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지만, 성장경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수요측면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며 “그러나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에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이런 가능성 검토를 면밀히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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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날 열린 금통위 회의에서 올해 처음으로 소수의견이 나왔다. 소수의견이란 다수결에 의해 다수의 찬성을 얻지 못한 채 폐기된 의견을 말하는 것으로 금리를 동결하자는 주장들 속에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를 금리조정 예고로 받아들일 만큼 강력한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후 이 총재의 발언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10월23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인상 시기가 곧 도래한다고 보느냐”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현재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묻는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도 “불확실성이 많아서 경기회복 흐름이 견고한지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방향 자체는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 올해일까 내년일까

 

이제 관심은 금리 인상 여부가 아니라 시점으로 이동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연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한국 경제가 한국은행의 기준에 부합한 정도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한국은행은 줄곧 ‘중기적인 관점에서 경기 회복세가 지속할 때’를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라 설명해 왔다. 공동락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준금리 인상 신호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시장이 신뢰할 만한 경기·물가 관련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 수준에 있다.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내년에도 성장률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며 “11월에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10월19일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종전 7월 2.8%에서 3%로 높였다.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건 올해 세 번째로, 수출뿐만 아니라 그동안 회복세가 미미했던 내수도 회복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2.5%에서 2.6%로, 7월 2.6%에서 2.8%로 성장률 전망치를 꾸준히 높여왔다.

 

다른 기관에서도 한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10일(현지 시각)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4월 전망치인 2.7%보다 0.3%포인트 높여 잡은 수준이다. 내년 경제성장률 역시 종전 2.8%에서 3%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를 보수적으로 봤던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7%로 높였다. 실제 10월26일 발표된 3분기 GDP 성장률 속보치가 1.4%로 나오면서 사실상 3% 달성은 무난해진 상황이다. 4분기 0% 성장률을 보이더라도 한국 경제는 연간 3.1% 성장하게 된다.

 

다만 금리 인상이 올해가 아닌 내년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북한 도발 등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는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까닭이다. 이 총재 역시 “대내외 리스크가 상존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성장과 물가 흐름이 계속 기조적일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좀 더 필요하다”며 금리 인상 시사와 함께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친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상 날갯짓이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잔액 기준)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65.5%에 이른다. 실제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대출자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연간 수조원 규모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광온 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가계소득분위별 이자비용 변동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 인상되고 기준금리 상승분이 전부 대출금리에 반영될 경우, 연간 이자 총액은 2조3000억원 늘어난다. 여기에 가계부채가 예년(2007~14년) 평균 60조원, 최근 2년간 평균 120조원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금리 인상과 함께 이자 상환 부담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제 사정이 취약한 대출자의 경우, 금리 변동에 더 민감해 부실 가능성이 더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위험가구와 고위험가구 부채 규모가 지난해와 비교해 늘어난 상황이다. 부실위험지수가 100을 초과하는 위험가구 대출 규모는 지난해 1분기 말 157조1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86조7000억원으로 29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자산 매각으로도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 부채 규모 역시 같은 기간 46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62조원으로 15조6000억원 늘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 경제에 리스크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기준금리 인상이 총량을 낮출 수도 있다”면서도 “잠재적 위험은 여전한 상태다. 금리가 인상되면 이자 부담이 늘어나 결국 대출자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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