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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성추문 이슈에 쑥대밭 된 재계

현대중공업․현대카드․현대라이프 등도 내부 사고…한샘 사태 불똥 튈까 ‘전전긍긍’

이석․공성윤 기자 ㅣ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11.10(Fri) 16:32:59 | 14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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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부엌가구 1위 업체인 ㈜한샘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한샘은 지난해 말 ‘고객이 가장 추천하는 기업’ 1위에 선정될 정도로 가구와 인테리어 분야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지난해 매출은 1조9345억원, 영업이익은 159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이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증권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여직원 성폭행 사건으로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한샘 신입사원 A씨는 올해 1월 팀 회식 이후 교육 담당자인 B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평소 엄격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잘 다독여주던 직장 선배여서 A씨의 충격은 더 컸다. A씨는 B씨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회사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회사는 사건을 축소하고 덮기에 급급했다. 회사 인사팀장인 C씨가 허위 진술을 요구하며 또 다시 부적절한 행동을 하려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었다.

 

참다못한 A씨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여파는 컸다. A씨의 글은 삽시간에 퍼졌고,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한샘을 비난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도배가 됐다. 한샘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사건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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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성폭행 신고 받은 인사팀 간부도 늑대 돌변”

 

A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태율의 김상균 변호사는 “과거의 아픈 기억으로 상처를 받을까봐 피해자와 자세한 얘기를 나누지 못하고 있다. 언론사의 취재 요청도 거절하고 있다”며 “법률구조공단에 근무하며 많은 성폭행 사건을 맡아왔다. A씨가 합의할 의사가 없고, 사건 이후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폭행을 당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샘 측이 사건을 축소․은폐한 정황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한샘 측에 B씨에 대한 징계위원회 회의록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회의록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며 “그 큰 회사에 회의록이 없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한샘은 사건 초기인 1월24일 B씨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 해고를 의결했다. 이틀 후 B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2월3일 열린 2차 인사위원회에서 해고 조치가 철회했다. 이후 B씨는 충청사업소로 전보 발령이 났다. 시사저널은 11월8일 B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충남 아산에 위치한 충청사업소를 찾았다. 하지만 B씨를 만날 수는 없었다.

 

이곳에서 만난 회사 인사들은 한결같이 “B씨가 영업직이기 때문에 사무실에 없다. 본사에 문의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본사 관계자들도 “윗선에 보고는 했으나 B씨와 접촉할 방법이 없다”거나 “직접 B씨를 만나 얘기를 듣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회사에서 도와줄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사태 수습을 위해 최양하 회장이 직접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 차원에서 대표이사 직속의 기업문화실을 신설한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어서 진정성이 의심되고 있다. 여론의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재 이번 사건과 관련한 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온라인에는 한샘의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동안 한샘의 가구와 시스템키친을 판매해온 홈쇼핑 업계는 예정됐던 상품 방송을 무기한 연기했다. 11번가와 G마켓 등 대형 온라인 쇼핑몰도 한샘과 기획했던 이벤트를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당장 주가가 요동쳤다. 사내 성폭행 사건이 처음 알려진 11월3일부터 5거래일 만에 주가가 5% 이상 하락했다.

 

한샘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하는 이유다. 한샘에서 시작된 여론의 ‘불똥’이 언제, 어떻게 자사로 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주요 기업들은 그 동안 사내 성추행이나 성폭행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사내 성희롱센터를 설치해 적발된 직원들을 ‘일벌백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올해 벌써 알려진 것만 10여 건의 관련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표적이다. 10월 중순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 D상무가 술자리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회사는 D상무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하지만 D상무가 먼저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사하면서 사건은 유야무야 마무리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2014년 준법경영 실천을 위한 ‘윤리경영 실천결의 대회를 개최하는 등 성추행․성폭행 예방 노력을 해왔다”며 “그럼에도 비슷한 사건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계열사 두 곳이 동시에 구설에 올랐다. 현대카드와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이 장본인이다. 현대카드의 경우 계약직 사원이 회식 후 팀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폭로하며 사건이 불거졌다. 성폭행 신고를 받은 경찰은 그 동안 여직원과 가해 남성으로 지목된 E팀장을 불러 조사를 벌였지만 불기소(혐의 없음)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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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예약한다며 화장실에 몰카 설치한 현대라이프 간부

 

하지만 또 다른 계열사인 현대라이프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이 회사 간부 F씨가 회식 장소인 여의도의 식당의 여자 화장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다 적발됐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 결과 F씨는 회사 워크샵이나 세미나 등이 열릴 때마다 미리 장소에 들러 여자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적으로 논란이 확산되자 F씨는 희망퇴직을 신청했지만, 사측이 징계를 이유로 희망퇴직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피해 여직원들이 경찰 수사와 별도로 F씨를 성폭력 범죄 특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F씨가 여직원들의 개인 책상 아래에도 몰카를 설치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시티은행과 대구은행, KT에서도 최근 성추행이나 몰카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거나 당사자 간 법정 다툼이 진행 중이다. 11월 초 한샘에서 촉발된 재계의 성추문 이슈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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