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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묻힐 뻔했던 ‘한샘 성폭행’ 사건, 이렇게 알려졌다

인터넷이 ‘공론·지지의 장’ 역할 SNS 채널 통해 퍼져

변소인 시사저널e. 기자 ㅣ byline@sisajournal-e.com | 승인 2017.11.14(화) 11:00:01 | 14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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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믿고 기대는 곳은 기업도 정부도 아닌, 인터넷이다. 제도권의 문제 해결 과정을 믿지 못하는 피해 여성들이 인터넷에 억울함을 직접 호소하고 나서기 때문이다. 이번 한샘 성폭행 사건은 어떤 식으로 피해 여성의 사건이 인터넷을 타고 세상에 알려지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10월29일 검색포털 네이트의 커뮤니티 게시판인 ‘판’에 “강간 제발 도와주세요. 입사 3일 만에 신입사원 강간, 성폭행, 화장실 몰래카메라”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네이트 판을 해 본 적이 없어 조언을 구하기가 적절한 곳인지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보려다 이곳이 댓글이 많이 달리는 것 같아서 문의드린다”고 운을 뗀 글쓴이는 편하게 상담할 곳이 없어 네이트 판의 힘을 빌려본다며 그동안 겪은 일들을 상세히 적었다.

 

당시 가구업체 한샘의 신입직원이었던 A씨는 지난 1월 직장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관련 사실을 경찰에 신고해 회사에도 해당 사건이 알려졌다. 하지만 사측은 단호한 징계는커녕 A씨에게 진술서를 재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사건 이후 유급휴가를 가졌던 A씨는 지난 11월1일 복직을 앞두고 두려운 마음에 네이트 판을 두드렸다.

 

A씨 변호를 맡은 김상균 ‘법무법인 태율’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복직을 앞두고 ‘꽃뱀’이라는 등의 소문을 듣게 되면서 억울하고 불안한 마음에 위로를 받기 위해 복직 3일 전에 게시글을 작성했다. 처음에는 지난 사건을 다시 문제 삼을 생각이 없었다. 위로에 대한 갈증이 더 컸다.

 

하지만 A씨가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한 B씨의 반박글이 올라오면서 더 큰 충격을 받았다. A씨 가족들도 분노하게 됐다. 재고소에 대한 의지도 그즈음 생겼다. 평소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에서 법률 상담을 종종 하던 김 변호사는 안타까운 A씨의 사연을 접하고 그녀의 변호를 자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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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 인사팀장의 회유 증거 갖고 있다”

 

현재 A씨는 집에서 머물고 있다. 예약된 정신과 치료도 취소했다. 사건이 크게 알려지면서 회사 직원이나 직원의 지인들이 자신의 얼굴을 알아볼까 두려워 바깥생활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미궁 속에 묻힐 뻔했던 사건이 인터넷을 통해 공론화되고 각종 SNS(Social Network Service·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재확산되면서 제대로 도마에 오르게 됐다. A씨 측은 현재 경찰에 정보공개 청구 기록 열람을 신청한 상태다.

 

김상균 변호사는 관련 기록을 바탕으로 A씨의 최초 진술 내용, 수사 기록을 확보해 증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김 변호사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샘 인사팀장이 A씨를 회유하면서 진술서 예시안을 작성한 자필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인터넷에 성폭력 사건을 알리는 일은 피해자들이 더 이상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생각과,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성폭력을 당한 사람들에겐 인터넷 공간이 수많은 대중에게 사건을 알리고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장’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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