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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이랜드의 후계 구도는 아직 안갯속

[재벌家 후계자들 (38)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의 자녀들 지분 ‘제로’…“2세들 그룹 경영 참여 계획 아직 없어”

조유빈 기자 ㅣ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12.07(Thu) 13:03:39 | 1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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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그룹의 시작은 2평짜리 옷가게였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1980년 이화여대 앞에 연 ‘잉글랜드’라는 이름의 가게가 오늘날 매출 7조원의 그룹이 되면서 이랜드그룹은 ‘자수성가’를 상징하는 기업이 됐다. 패션과 유통을 양대 축으로 성장한 이랜드그룹은 지식경영 체제와 프랜차이즈 개념 등을 최초로 도입하면서 국내 시장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패션 사업에 있어 ‘최초’라는 타이틀이 많다. 맞춤복 위주였던 패션 시장에 캐주얼웨어를 도입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고, 우리나라 아웃렛 스토어의 효시인 ‘2001 아울렛’ 등으로 브랜드 의류의 가격파괴 열풍을 주도했다. ‘고객에게 2분의 1 가격으로 2배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박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됐다.

 

이랜드는 2003년 인수한 뉴코아백화점을 아웃렛으로 전환하며 본격적인 아웃렛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2008년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의 한국 판매권을 인수하면서 5년 만에 매출을 15배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중국 패션사업이 성장 정체를 보였던 2016년부터는 중국 유통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해외 진출에도 시동을 걸었다. 현재 이랜드는 30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패션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답게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로도 꼽힌다. 차별 없는 승진 기회와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방지하는 재입사 제도 등이 갖춰져 있고, 그룹 내 관리직 이상 여성 비율도 48%에 이른다. 회사를 그만둔 사람이 다시 복귀할 수 있는 재입사 제도로 주목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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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사태’에 이어 임금체불 논란도

 

그러나 이랜드는 경영난과 임금체불 문제로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중국 패션부문 수익 창출력 저하와 인수·합병(M&A)에 따른 차입금 증가가 겹쳐 상환 능력이 저하되면서, 그룹 부채 비율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한 것은 패밀리 레스토랑 애슐리 등을 운영하는 핵심 계열사 이랜드파크가 최근 몇 년간 아르바이트생들의 임금 약 84억원을 체불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가 이랜드그룹 외식사업부에 대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 근로자 4만4360명에게 83억72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고용노동부는 당시 박형식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 대표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했고, 과태료 2800여만원을 부과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애슐리를 비롯한 외식 브랜드뿐만 아니라 이랜드그룹 제품과 유통매장 등에 대한 불매운동 여론이 일었다. 이랜드는 이미 2007년 이랜드 홈에버 비정규직 노조 해고 사태로 한 차례 질타를 받은 적이 있었다. 정리해고를 당한 홈에버 노동자들이 512일에 걸쳐 장기간 파업을 하며 시작된, 일명 ‘이랜드 사태’였다. 이랜드 사태는 2014년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된 영화 《카트》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당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이랜드그룹이 파트타임 근로자뿐 아니라 계약직, 심지어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까지도 떼먹은 정황이 있다”며 “이들이 2년간 받지 못한 임금은 최대 927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일로 박형식 대표가 해임됐고, 기타 임원진도 직위 강등되거나 감봉됐다. 이랜드 관계자는 “과거의 미지급 사례까지 확인해 이랜드파크 직원들에게 임금 지불이 완료됐다. 다른 계열사에도 부당 노동 사례가 없는지 살펴봤다”며 “새로운 규정을 만들고, 사내 교육 프로그램 등을 신설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랜드그룹은 원래 이랜드리테일을 2017년 상반기 내 좋은 가격으로 상장하고, 유입된 투자금을 부채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랜드리테일이 보유한 이랜드파크에서 임금체불 문제가 발생하면서, 상장예비심사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공개를 무리하게 추진해 봤자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프리IPO(사전 기업공개)로 방향을 틀었다. 외부 투자자가 4000억원을 출자하고, 이랜드월드가 2000억원을 투자한 투자풀에서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이랜드리테일 지분 가운데 34.84%(3000억), 상환전환우선주 34.84%(3000억원)를 인수했다. 이랜드는 2018년 하반기에 다시 이랜드리테일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랜드를 ‘순수 지주사’로 전환하겠다는 방안도 나왔다. 당시 이규진 이랜드 CFO 상무는 “그동안 이랜드월드가 지배구조상 최상위 회사로서 지주회사 역할을 했지만, 그 안에 패션사업부가 같이 있어 사실은 사업지주 형태였다”며 “그룹에서 결정해 대략적인 그림을 그리고 순수 지주사로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 이랜드는 법인별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랜드의 지주사인 이랜드월드와 핵심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패션사업부를 포함한 이랜드월드는 정수정 대표가, 이랜드리테일은 정성관 대표가 이끌고 있다. 정수정 대표는 1996년 이랜드에 입사해 여성 브랜드 로엠과 SPA 브랜드 미쏘를 이끌면서 패션 정체기에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올해 2월 이랜드월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정성관 대표는 2006년 이랜드에 입사한 뒤 이랜드리테일 CPO(생산최고책임자) 등 유통과 패션사업부 내 주요 보직을 지내다 2016년 12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패션사업부가 별도의 회사가 돼 하나의 자회사가 될 경우, 정수정 대표가 분할된 패션회사 대표직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그룹 오너인 박성수 회장이 이랜드월드 대표를 맡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랜드 측은 “아직 미정이지만 전문경영인이 지주사 대표를 맡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이랜드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이란 급한 불을 끄며 다방면으로 진행해 오던 자산매각을 사실상 중단했다. 이랜드그룹 내부적으로도 티니위니·모던하우스 등 핵심 자산을 매각하며 심각한 유동성 위기는 넘긴 상태라는 판단이다. 이랜드리테일 상장 등을 앞두고 있는 이랜드그룹은 예전처럼 M&A나 새로운 사업 진출을 추진하기보다는 그룹의 ‘내실 다지기’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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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박성경 부회장 母子도 지분 전혀 없어

 

박성수 회장 일가의 가족 관계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부인 곽숙재씨는 이랜드 초창기 시절 입사했던 직원이다. 곽씨는 지주사인 이랜드월드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에는 전혀 참여하고 있지 않다. 슬하에는 1남1녀가 있지만 아직 후계 구도는 안갯속이다. 박 회장이 아직 젊은 축에 속하기 때문에 후계 구도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지만, 2세들이 학업을 마친 뒤에는 그룹에 입사해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랜드 관계자는 “두 자녀는 아직 20대로 학업 중이고, 그룹 경영 참여에 대해 어떤 계획도 없는 상황이다. 지분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랜드그룹은 자산 승계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지난해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박 회장은 자녀들에게 자산 승계를 전혀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랜드그룹에 박 회장 자녀들의 지분은 전혀 없다. 지주사인 이랜드월드에는 박 회장이 40.59%, 부인 곽씨가 8.0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박 회장은 여동생인 박성경 부회장과 함께 ‘남매 경영’을 하고 있다. 2011년 박 부회장의 장남인 윤충근씨(37)가 탤런트 최정윤씨와 결혼하면서, 한때 이랜드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윤씨의 주가조작 사건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윤씨는 2014년 이랜드월드 자회사이던 코스닥 상장기업 ‘데코네티션’을 인수해 ‘데코앤이’로 사명을 바꾼 뒤 2015년 2월까지 사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데코앤이 주가가 내려가자 무역업자와 공모해 데코앤이에 유리한 허위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고, 수차례 가짜 보도자료를 내면서 주가가 오르자, 주식 일부를 매도해 차익을 챙긴 혐의로 지난 4월 구속 기소됐다. 그리고 10월에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박성경 부회장과 윤씨 모자는 이랜드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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