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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숲, 국립식물원으로 지정해야”

자생식물 보전·육성 위해 당국의 종합대책 필요해

김형운 탐사보도전문기자 ㅣ sisa211@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6(Sat) 09:01:04 | 1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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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 금수강산에서 조상과 숨결을 같이해 온 겨레 자생식물이 최근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이미 다가온 종자 및 식물유전자 전쟁에 대비해 겨레 자생식물을 보전하고, 농산물 개방과 물질특허 등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필자는 지난 20여 년간 취재하고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자생식물 보호 및 육성의 당위성, 우리 자생식물에 대한 외국의 밀반출 실태, 외국의 자생식물 보호 사례 등을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제대로 보전하고 키워나가는 대안과 방향 제시의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겨레 자생식물 육성에 필요한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후손들에게 좋은 환경과 식물 유전자원을 물려주기 위해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한다. 생물 다양성을 확보하고, 점차 파고가 높아지는 종자 및 유전자원 확보 경쟁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더 이상 예산이나 인력 부족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 그만큼 우리 자생식물의 보전 및 육성·활용의 중요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식물학계 및 환경단체가 나선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당국은 자생식물 보전과 육성의 중요성을 우선 인식하고 하나씩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또한 어려서부터 우리 풀과 나무에 대한 애정과 지식을 갖고 정서 순화나 자생식물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한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세계 각국의 희귀식물을 싹쓸이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 스위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선진국의 사례 연구나 답사도 필요하다. 이렇게 해서 학계와 당국, 국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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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원 자비 들여 해외 식물원 탐방

 

최근 한국식물원협회 회원들이 자비 수백만원을 들여 영국 등 선진 유럽 5개국 식물원에 대한 탐방에 나서는 등 자생식물 보호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자생식물의 체계적인 보전과 육성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우선 민·관·학계가 참여하는 식물 정밀조사 학술활동과 함께 국립식물원 설립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자치단체나 환경부 및 산림청도 관할 지역 자생식물에 대한 지속적인 보전 노력을 벌여야 한다. 개발 시 환경영향평가의 철저한 이행을 확인하고 감독하는 기능이 다음으로 필요할 것이다.

 

이들 기관의 유기적인 협조관계 정립 속에 국립식물원과 지역 특성에 맞는 국립 및 자치단체 식물원, 국립공원별 식물원에 이어 사립식물원 등을 지원해 연구기능이 포함된 본격적인 의미의 식물원을 운영해야 한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은 물론, 시민들의 기부금 등을 활용해 연구기능을 갖추고 외국과 치열한 경쟁에 나서야 할 시점이 됐다.

 

이와 관련해 한국식물원협회 측은 “민·관·학이 동참하는 겨레 자생식물 보전과 육성 및 활용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며 “생물 다양성과 식물 유전자 확보 경쟁에 나서기 위해 본격적인 의미의 식물원 설립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식물원이 없다면 문화 선진국이라는 말을 꺼낼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을 비롯한 후진국도 갖춘 국립식물원이 우리나라에는 전무한 실정을 드러내는 식물 정책의 부끄러운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식물만 덜렁 심어놓은 수목원이 아닌 본격적인 의미의 국립식물원 설립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식물학계와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의 의식 있는 식물학자들은 “최근 생물자원 확보 전쟁을 예고하는 생물다양성협약에 적극 대처하고 국민의 교육,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권역별 국립식물원과 자치단체별 식물원의 설립에 범국가적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학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립광릉수목원의 국립식물원 승격이 지연되고 있다. 식물학자들 대부분은 국립식물원 승격이 무산된 데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이는 당국과 입법기관의 무지의 소치로 지적되고 있다.

 

본격적인 의미의 식물원 효시는 영국의 왕립 에든버러 식물원이다. 지난 1670년 로버트 시발드가 약초원으로 시작한 곳으로, 영국은 이런 식물원을 무려 26개나 구비하고 있다. 중국도 21곳의 국립 및 자치단체별 식물원을 갖추고 있으며 북한도 2곳이 있다. 여기에다 동남아의 후진국들도 국립식물원을 만들어 놓고 국빈 방문 시 반드시 소개하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특성별 국립식물원과 국립수목원을 갖추고 있다. 각 주(州)에서 운영하는 식물원과 시(市)식물원도 즐비해 사설식물원이 최대 식물자원을 보유한 우리나라와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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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군 단위 식물원 확보 이뤄져야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겨레 자생식물을 지키기 위한 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 같은 범국민적 운동의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추진책으로 우선 수도권 인근, 특히 생태계가 가장 잘 보전된 광릉숲을 국립식물원으로 승격해야 한다고 학자들은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이어 남부지방과 제주도, 강원도를 비롯한 4곳 정도의 지역별 식물원을 추가로 설립하고, 자치단체별 도·시·군 단위 식물원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제대로 된 곳은 경기 용인의 한택식물원과 광릉국립수목원, 천리포수목원 등 14곳 정도 식물원과 수목원이 고작이다. 그나마 이 식물원과 수목원들은 모두 연구기능이 미흡해 본격적인 개념의 식물원이라 불릴 수 없다. 우리나라의 귀중한 자생식물과 외국 식물자원을 한곳에 모아 연구와 육종을 할 수 있는 본격적인 식물원 설립을 위한 국가 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선결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강정화 한택식물원 식물관리이사는 “우리나라에는 국빈 방문 때 퍼스트레이디들이 기본적으로 들르는 국립식물원이 단 한 곳도 없다. 문화적인 면에서 국제적인 창피다”며 “생물자원의 육성과 보호에 이어 교육 및 휴식공간인 국립식물원 설립에 범국가적 투자의지가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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